'마종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01.20 시선 마종기
  2. 2015.03.31 장미의 날 마종기
  3. 2014.07.15 변명 마종기
  4. 2013.10.10 캄보디아 저녁 . 우화의 강 마종기

2017. 1. 20. 20:38 좋아하는 시

시선 마종기

온 세상이 하얗더니
이제 길 하나씩 보인다.


시선
             마종기
 
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
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
어떤 시선과 시선은 마주쳐
자식을 낳았고
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
손잡고 보석이 되었다.

다 자란 구름이 헤어질 때
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듯
숨 죽인 채 달아오른 세상의 시선에
당신의 살결이 흩어졌다.

어디서 한 마리 새가 운다.
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는 저 새의 시선
시선에 파묻히는 우리들의 추운 손잡기

 영화 '시선 1318'  한장면

[느낌]
내가 좋아하는 시인 마종기.

오늘처럼 하얀 눈이 내리면 눈이 먼저 시려진다.

누군가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고 느껴질 때면 그 시선이 살결에 닿는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우습다.
어쩌면 차가움을 숨겨둔 하얀 눈을 눈이 먼저 느끼는 것과도 일맥상통할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분명 시감과 촉감의 차이일진데도
그게 같이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내게로 와서 만진 것도 아닌데,
보이지도 않는 촉감은
아마도 상대의 마음이 눈빛에
실려 있기에 그 마음이 느껴지겠지요.

차가운 겨울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따스한 마음.
아니 따스한 눈길
이런 마음 속  따스한 시선끼리
서로 이어진다면
이 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현대인의 생활은 가족들마저도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만듭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핑게를 대어 보지만 어찌되었든 서로의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떨어져 사는 시공간을 메꿔주는 선들이 있다면 그건 또 다른 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통신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서로간의 시공간 간극은 더  멀어지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가 갖는 속성으로 살펴보자면 속도와 거리의 곱은 일정하다고 하면...

요즘 시절에 서로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선과 선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빛보다 더 빠른 마음과 시선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나마 삶이 행복해지는듯 합니다.

차가운 겨울에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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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내가 이박삼일 아주 짧은 일정으로 천진을 다녀갔다.

 

평소보다 이틀 정도 짧은 일정이라 아내가 망설이기에

그냥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가라고 했다.

토요일 열한시 반경 도착에 월요일 그 시간쯤 출발이니 만 이틀이 되지않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즐거운 여행이었는지는 미처 묻지도 못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따스한 봄날씨에 잠깐 메이장 호수 옆을 걸으면서 꽃에 취해 사진도 찍고

함께 찍은 사진은 제 전화번호부 아내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나마 제가 사는 아파트 거실은 밀린 얘기와 함께 사람사는 내음이 그윽했는데

 

법정스님은 언젠가 제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족이 무언가? 한집에 사는 식구라는 의미인데 가능하면 함께 살아라"고

유난히 다가오는 말이었습니다.

 

얼마전 구역모임이 파할 즈음에 구역장께 카톡을 날렸다가 마칠 무렵에 함께 했습니다.

그날 저녁에 중국직원 이십여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신 술 기운에 더하여

도착하자 마자 연거푸 몇잔을 들이켜서 기분이 업되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레지오의 모 형제는 "형님 요즘 많이 외로우시나 봅니다"라고

다음 만남의 첫마디로 그 날 제모습을 전해 주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잡혀있던 오후의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할 정도로 숙취로 힘든 하루였으니....

 

저는 까마득히 모르는데 구역 모임이 파한 후 제 집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나 봅니다.

여기서 " 했나 봅니다"라는 추측성 어투는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천진에 와서야 아내가 그 날 전화내용에 대해서 건강에 대한 염려와 함께 놀리었습니다.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꽃을 보고도 감흥을 못느끼시면 아래 시를 음미해 보시고

길가의 꽃 한송이에도 눈길한번 주시고 가벼운 손길도 ,,,,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가 유행이지만

제가 아는 ,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사월은 행복한 달"라고

함께 고백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예전 글에 윗글을 더하였습니다.

 

 

장미가 울기도 한다는 것

그냥 심어놓으면, 꽂아 놓으면 알아서 꽃피는 줄 알았다는 고백부터

언제 읽어도 마음을 늘 새롭게 해주는 시이다.

어찌 꽃 뿐이랴? 사람 또한 이와 같은 것을....

돌아보면 난 꽃에 대한 애정보다도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더 무족했었다.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 내 진심을 이해해주겠지" 하는 출발점 부터....

 

우스게로 어린이 주일학교 반사 시절에 교리 공부를 마칠 때에는 항상 아이들에게

마침기도를 하게 했다. 기도하는 법을 어려서 부터 가르칠 목적이었다.

다음  주 기도는 누구이고, 기도는 간단히 짧게하라고 했었다. 

그러자 그 순간 아이들은 겁을 먹은 듯 조용해지고 부담스러워하는 게 느껴지자 

아이들에게 기도 할 내용을 미리 적어서 연습한 후 읽어도 된다고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기도를 적어놓고서 몇 번이나 읽으면서

자연스레 기도도 하고,  또 기도를 잘 하게 해달라고 기도 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기도 마지막에 이렇게 맺는 것이었다.

"하나님! 제가 말 안해도 제 기도 제목 아시죠?"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모든 것을 이미 아신다는어린이  신앙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주일 학교에서 늘 설교 제목이 되기도 했다.

벌써 30년 훨씬 전이다.

 

결혼해서 아내에게 줄곧 변함없이 많이 들은 핀잔(?)의 하나가

"마음을 드러내 표현하라는 것 아니 표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여동생 다섯에 맨 위라는 위치가 자연스레 속 마음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게 되고

더군다나 천성으로 말을 아끼는(?) 편이고,

다들 내 마음 같겠지 하는 생각에 익숙해져서 ... ...

아직도 마음의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데는 많이 부족하다.

 

아래 시를 반복해서 읽어 보았는데,  같은 시간임에도 매번 달리 느껴진다.

눈으로만이 아닌 소리로 읽으면 이 소리가 가슴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 맞다. 

 

함께 나눕니다.

 

 

 

장미의 날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놓고
몇 달 꽃 피울 때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비유인 줄 알았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 연한 물을 주고
긴 잠 깨어 안심할 때까지
장미가 말을 한다는 것도
도저히 믿지 않고 살았다.
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
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
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
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


그러니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장미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어느 날쯤 못 들은 척, 또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4. 7. 15. 19:03 좋아하는 시

변명 마종기

 

 

    변명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나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 채 흘러가느니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 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는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미국의 의사이면서 삶과 생활의 의미를 시로 적어내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두번 정도 더 읽게 되고 쉬우면서도 깊은의미를 던지는 시인이다.

 

 

[마종기 시인에 대하여] 위키백과에서

1939년 1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동문학가 마해송(馬海松)이며, 어머니는 무용가 박외선(朴外仙)이다. 부모로부터 예술적 자질을 물려받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쓰기를 좋아했고 중학생 시절에는 이미 당대 ‘학원’ 문단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 의과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1959년  시 「해부학 교실」 등의 작품으로 박두진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1960 년에는+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상자했다. 그리고 이 시집으로 연세대학교 제정 제1회 ‘연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즈음 마종기는 가톨릭에 입교한다. 1963년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군중위로 임관하는데 이때 후일 오랜 친교를 나눌 정현종 시인과 교유한다. 1964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에 입학. 시동인 모임 〈시단〉에 가입한다. 동인으로는 문덕수, 신동엽, 이형기 등이 있다. 1965년에는 ‘재경 문인 한일 회담 반대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인해 공군 방첩대에 체포되어 10일간 구류에 처해진다. 이후 1966년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 입학하지만 공군 군의관 만기제대(대위) 직후 도미한다. 도미 이후 그는 미국 오하이오 주 데이턴 시의 마이애미 밸리 병원 인턴으로 취직하며 의사로서의 경력을 이어간다. 이후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조교수 겸 방사선 동위원소 실장, 오하이오 의대 소아과 임상 정교수 등을 지냈으며 오하이오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을 역임했다. 특히 1975년5년에는 오하이오 의과대학 졸업생 대표로 부터 이 해 최고의 교수상(골든 애플상)을 받는데 이는 조교수급 동양인으로서는 첫 수상이었다.

도미 이후에도 1968년에는 김영태 황동규와 함께 3인 시집 『평균율 1』을, 1972년에는 『평균율 2』를 출간하는 등 꾸준히 창작활동을 했으며 이후에도 2010년 출간된 『하늘의 맨살』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계속해서 문제적 시집을 출간하면서 이수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2년 의사생활을 은퇴한 뒤에는 매년 봄과 가을, 한국을 방문하면서 연세대학교 초빙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시집과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등 아직 문단의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품세계

마종기의 초기 시세계는 수련의로서 지니는 예민한 죽음 의식과 그로부터 비롯된 삶과 사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특징으로 한다. 1966년 발표된 첫 시집 『조용한 개선』 에 실린 「해부학 교실 1」과 「해부학 교실 2」는 이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1965년 발표된 두 번째 시집 『두 번째 겨울』에 실린 「정신과 병동」은 정신과 병동 환자의 눈을 통해 삶의 쓸쓸함을 노래한 것으로 이 작품은 마종기의 시세계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공감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미 이후 마종기의 작품 세계에는 의사로서의 체험과 디아스포라 체험이 창작의 근간으로 놓여 있다. 도미 이후 발표된 그의 작품들에는 난해한 용어나 개념어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쉬운 언어를 통해서도 고통받는 인간을 대하며 느끼는 것들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따뜻한 사유는 독자에게 무리없이 전달된다. 네 번째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와 다섯 번째 시집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 뿐이랴』는 모국을 떠나 생활하는 전문의가 경험에 기초한 관찰을 통해 삶과 사물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시선이 눈에 띄는 시집이다. 나아가 다섯 번째 시집 역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숙고하는 이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이 시집의 해설에서 김현은 이에 대해 “나는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나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다[2]라는 마종기 특유의 인식이 연대의식 혹은 공동체 의식의 소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섯 번째 시집 『그 나라 하늘 빛』에서 존재론적 깊이에 대한 성찰에까지 이르는 마종기의 시선은 이제 타인의 고통과 이산(離散)의 정조를 구체성과 보편성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단계에 접어든다. 그 결과 2010년 출간된 『하늘의 맨살』에 이르러서는 “상처와 치유, 순박함과 경건함, 내부와 외부로의 귀환마저 모두 전사(前事)”[3]로 간주하고 이를 동시대의 보편적 체험으로 끌어올리는 경지를 보여준다. 「디아스포라의 황혼」과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파타고니아의 양」 같은 작품은 이산의 비애에 따른 개별적 상처를 넘어서서 삶과 죽음에 대한 유장한 사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수상경력

  • 1961년 제1회 ‘연세문학상’
  • 1976년 한국문학작가상
  • 1989년 미주문학상
  • 1997년 이산문학상
  • 1997년 편운문학상
  • 2003년 동서문학상
  • 2008년 현대문학상
  • 2011년 박두진문학상

대표작품

  • 「정신과병동」 - 시인이 정신과 병동 학생 의사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쓴 시, 정신과 병동 환자의 눈을 통해 삶의 쓸쓸함을 노래한 시. 시인 김수영이 1963년도 최고의 시라고 칭찬을 했다는 일화가 있음
  • 「바람의 말」 - 삶의 뒤안길에 대한 인식이 돋보임. 쉬운 언어로 깊이 있는 사유를 선보이는 시로 성찰적 시선과 삶에 대한 따뜻한 인식이 잘 드러나는 시
  • 「파타고니아의 양」 -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품. 지평선의 끝인 파타고니아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도저한 드라마에 대한 사유를 집중적으로 전개한 작품

시집

  • 『조용한 개선』, 1960
  • 『두 번째 겨울』, 1965
  • 『평균율1』(공동시집), 1968
  • 『평균율2』(공동시집), 1972
  • 『변경의 꽃』, 1976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1980
  •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1986
  • 『그 나라 하늘빛』, 1991
  • 『이슬의 눈』, 1997
  • 『마종기 시전집』, 1999
  •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2002
  •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2004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 『하늘의 맨살』, 2010

산문집

  •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2003
  • 『아주 사적인, 긴 만남』, 2009
  •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201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캄보디아 저녁 

                                         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 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 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인물사진
마종기 시인
출생 1939년 1월 17일 (일본)
가족 아버지 마해송 (어머니:박외선,한국최초의서양무용가 )
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대학원 의학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수상 2003년 제16회 동서문학상
경력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방사선과 과장
 
시인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등의 시집과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을 발표했다. 2006년 미국의 화이트 파인(White Pine) 출판사의 '한국의 목소리' 시리즈로,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시선집 『Eyes of Dew』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 나의 가족과 나의 시

1~5 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글은 생략하고 마지막 글만 옮겨봅니다. 다시 읽어도 좋은 글입니다.

 

이제 나는 오래 떨어져 있어도 못내 사랑을 끊을 수 없었던 모국어를 다시 만지며 겸손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시를 빗고 문학을 만들어보려 한다. 내 재주가 부족해서 바라는 만큼의 문학은 못 하게 되겠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는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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