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박삼일 아주 짧은 일정으로 천진을 다녀갔다.

 

평소보다 이틀 정도 짧은 일정이라 아내가 망설이기에

그냥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가라고 했다.

토요일 열한시 반경 도착에 월요일 그 시간쯤 출발이니 만 이틀이 되지않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즐거운 여행이었는지는 미처 묻지도 못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따스한 봄날씨에 잠깐 메이장 호수 옆을 걸으면서 꽃에 취해 사진도 찍고

함께 찍은 사진은 제 전화번호부 아내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나마 제가 사는 아파트 거실은 밀린 얘기와 함께 사람사는 내음이 그윽했는데

 

법정스님은 언젠가 제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족이 무언가? 한집에 사는 식구라는 의미인데 가능하면 함께 살아라"고

유난히 다가오는 말이었습니다.

 

얼마전 구역모임이 파할 즈음에 구역장께 카톡을 날렸다가 마칠 무렵에 함께 했습니다.

그날 저녁에 중국직원 이십여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신 술 기운에 더하여

도착하자 마자 연거푸 몇잔을 들이켜서 기분이 업되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레지오의 모 형제는 "형님 요즘 많이 외로우시나 봅니다"라고

다음 만남의 첫마디로 그 날 제모습을 전해 주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잡혀있던 오후의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할 정도로 숙취로 힘든 하루였으니....

 

저는 까마득히 모르는데 구역 모임이 파한 후 제 집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나 봅니다.

여기서 " 했나 봅니다"라는 추측성 어투는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천진에 와서야 아내가 그 날 전화내용에 대해서 건강에 대한 염려와 함께 놀리었습니다.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꽃을 보고도 감흥을 못느끼시면 아래 시를 음미해 보시고

길가의 꽃 한송이에도 눈길한번 주시고 가벼운 손길도 ,,,,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가 유행이지만

제가 아는 ,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사월은 행복한 달"라고

함께 고백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예전 글에 윗글을 더하였습니다.

 

 

장미가 울기도 한다는 것

그냥 심어놓으면, 꽂아 놓으면 알아서 꽃피는 줄 알았다는 고백부터

언제 읽어도 마음을 늘 새롭게 해주는 시이다.

어찌 꽃 뿐이랴? 사람 또한 이와 같은 것을....

돌아보면 난 꽃에 대한 애정보다도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더 무족했었다.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 내 진심을 이해해주겠지" 하는 출발점 부터....

 

우스게로 어린이 주일학교 반사 시절에 교리 공부를 마칠 때에는 항상 아이들에게

마침기도를 하게 했다. 기도하는 법을 어려서 부터 가르칠 목적이었다.

다음  주 기도는 누구이고, 기도는 간단히 짧게하라고 했었다. 

그러자 그 순간 아이들은 겁을 먹은 듯 조용해지고 부담스러워하는 게 느껴지자 

아이들에게 기도 할 내용을 미리 적어서 연습한 후 읽어도 된다고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기도를 적어놓고서 몇 번이나 읽으면서

자연스레 기도도 하고,  또 기도를 잘 하게 해달라고 기도 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기도 마지막에 이렇게 맺는 것이었다.

"하나님! 제가 말 안해도 제 기도 제목 아시죠?"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모든 것을 이미 아신다는어린이  신앙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주일 학교에서 늘 설교 제목이 되기도 했다.

벌써 30년 훨씬 전이다.

 

결혼해서 아내에게 줄곧 변함없이 많이 들은 핀잔(?)의 하나가

"마음을 드러내 표현하라는 것 아니 표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여동생 다섯에 맨 위라는 위치가 자연스레 속 마음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게 되고

더군다나 천성으로 말을 아끼는(?) 편이고,

다들 내 마음 같겠지 하는 생각에 익숙해져서 ... ...

아직도 마음의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데는 많이 부족하다.

 

아래 시를 반복해서 읽어 보았는데,  같은 시간임에도 매번 달리 느껴진다.

눈으로만이 아닌 소리로 읽으면 이 소리가 가슴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 맞다. 

 

함께 나눕니다.

 

 

 

장미의 날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놓고
몇 달 꽃 피울 때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비유인 줄 알았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 연한 물을 주고
긴 잠 깨어 안심할 때까지
장미가 말을 한다는 것도
도저히 믿지 않고 살았다.
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
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
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
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


그러니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장미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어느 날쯤 못 들은 척, 또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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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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