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너에게

좋은 말

좋은 말 100개를 들어도 
나쁜 말 1개에 울적해져 버리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늘 너에게 
예쁜 말만 해줄거야 
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네가 늘 웃을 수 있게


암환자로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반대로 줄어드는 건 평소의 그나마 나름 자랑거리(?)였던 '인내심'이다 . 예전같으면 별일도 아니라고 무심코 넘기거나, 무얼 부탁하거나 심부름등을 시키거나 궁금한걸 묻고서는 그래도 나름(?) 여유있게 기다렸는데 요즘은 그새를 못 참고 한번 더 재촉이니 내가 봐도 큰 일은 큰 일이다. 원래 일이라는게 각자에게 순서가 있고 경중이 다르니 부탁을 해도 내맘같지 않다는 걸 종종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까지도 환자가 된다.

병을 안고, 그것도 암환자로 살아간다는 건 투병 생활이 길어질수록 남(보호자)에 대한 의존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그래서일까? 환자이기 이전에 내게 있어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내 스스로 하고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내 자존감을 지켜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망인지도... .

간혹, 내가 능히 할 수 있는 어떤 조그마한 일 하나에도 누군가(보호자)가 해주겠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심지어는 상대가 다소 민망해할 정도로 소리를 높혀 "내가 할께요" 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할께요!"

그래서 이 말은 마지막 내 자존감 같기도 하다.

내 평소 몸무게 70kg 좌우에서 어느새 52.5kg으로 25% 정도 빠져 내가 봐도 깜짝 놀래는데...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나를 보면서 힘들어 보이는 거 하나라도 덜어주려는 아내의 속깊은 배려에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는 것이다.

엊그제 항암치료를 위해 집을 나서려 옷을 갈아 입는데
갑자기 아내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내 눈물방울이 방자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나는 아내에게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나의 바짝 여윈 뒷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고 ...

1년하고도 3개월이 조금 넘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암환자로써의 생활이었다.

꼭 환자복만 입어야 환자인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입게되는 환자복이 주는 획일성은 잠시 놓아두었던 일상의 자유에서 다시 환자라는 심리적인 가두리 안으로 나를 가둔다.

그리곤 그냥 두어도 될 것들로 다시 재생시키곤 한다.

투병생활이 길어질수록 만나는 사람들의 수와 폭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각과 사고의 폭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갈수록 나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고, 내중심적 사고로 몰아갈 것이다.

더군다나 환자로써 조금은 이해받고 싶고, 보호받아야한다는 사회적, 심리적 통념까지 끼어들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즉 상대에 대한 배려에 대한 이해와 감사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당연시?) 내 생각 그리고 내 방식이 "더" 옳다는 착각 속에 빠지는 것이다.

여기서 굳이 "" 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맨 윗글은 오래전에 글을 이어쓰려고 임시저장해 놓았는데 최근들어 과거 글이나 임시글들에 있어 수정이 불가한데다, 때마침 아내와 사소한 것들에서 다툼 아닌 다툼이 있어 새로이 되돌아 볼겸해서 다시 옮겼다.

다툼의 상처는 그 크기와 다소를 떠나 마음을 상하게하는 상처 자체로는 거의 동일하다고 봐야한다. 더군다나 그 상처를 준 이가 내편이라 믿은 사람에게서, 그것도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아 상대는지극히 객관적인 조언이라는데 충고나 조언이 아닌 내편을 원한 아내는 정작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것도 남편인 나에게...

내편이라 믿었던 상대에게 받은 상처는 그 크기가 적어 마치 이삼분가량 누르면 멈추는 지혈처럼 금방 상처는 아물게 될 것이고 남들은 모를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라고 지혈을 소홀히 하면 피는 피대로 그리고 그 곳에 파란 멍이 들듯, 생각보다 그 상처의 후유증은 길게되고 그 멍으로 인해 바라지 않던 제3자까지 알게되기도 한다. 그 곳은 또 다시 상처와 지혈이 반복될 것이고, 결국 지친 혈관 스스로 숨어버리듯 생각지도 못할 일에 직면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울화병같은 상처나 소소한 상처나 살을 에이는 아픔은 동일하다.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약속이다.

 

십여년 전, 잊지않고 메일로 좋은 글을 전해주던 정혜신(심리상담사)님의 말이다.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도움이 돼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만만해서 하는 거다. 명확한 자의식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 의식하고 존중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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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enejina.tistory.com BlogIcon mnmeunsoo 2020.01.05 0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제편에게 좋은말 한가지 꼭 해야겠어요
    늘 내편이려니 생각해서인지 신경쓰지않고 말한것같네요
    오늘도 저를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야를 지나며... 소프라노 최정원

애굽을 떠난  모세의 광야
광야에서 두려움에 떨던 엘리야
그리고 광야에서 시험에 든 예수
그들이 절망속에서도 이겨낸 광야

광야에서 절망으로
깊은 나락에 빠져들었을 때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광야
그제서야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성령의 인도를 받는 광야.
그 광야를 통해서...


그렇습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광야에 서 있습니다.
광야를 지나는 중에 있으니
제게 은혜를 베풀어 주기를 기도하고
저를 낮아지고 겸손하게 변화시키시고
하느님만 바라보게 하시고
주님 손을 놓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으며
제게 향하신 당신의 깊은 뜻을 알게 하시고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면서
이 노래를 흐르는 눈물과 함께  들었습니다.

이 곡을 통해 많은 분들이 감동을 느끼기를 바래봅니다.


광야를 지나며 바로 듣기
https://youtu.be/wl803jBgDGM

광야를 지나며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나를 고독하게 나를 낮아지게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없게 하셨네
광야 광야에 서있네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이 내 친구 되시는 광야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곳
광야 광야에 서있네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나를 고독하게 나를 낮아지게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없게 하셨네
광야 광야에 서있네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이 내 친구 되시는 광야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곳
광야 광야

주께서 나를 사용하시려 나를 더 정결케 하시려
나를 택하여 보내신 그 곳 광야
성령이 내 영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
광야 광야에 서있네

내 자아가 산산히 깨지고 높아지려 했던
내 꿈도 주님 앞에 내어놓고
오직 주님 뜻만 이루어지기를
나를 통해 주님만 드러나시기를
광야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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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성철 2019.11.21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야가운데 우리삶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은혜가 늘 함깨하시길 기원합니다.

2019. 11. 6. 22:14 좋아하는 시

11월 나태주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겠습니다.


[나의 느낌]

어느새 11월이 되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찬바람처럼
낮을 지나 어둠도 빨리 찾아듭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 이라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올 한해도 어김없이 병마와 싸우다보니
남들 앞에 내세울게 없이 초라해집니다.
지금 돌아보니 유난히 더 그렇습니다.

며칠전 아내를 보며 갑자기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간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룰 보니
참 애잔해 보이는 아내가
고마움 속에서 더욱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서러운 울음이 나온 것입니다.

아내가 속깊은 위로와 함께
나를 꼬옥 안으면서 말합니다.

" 당신이 이렇게 버텨온 것
그 자체가 대단한 일" 라고.
"결코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고..."

나태주 시인은  이어서 말합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으니,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다고 -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나를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는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라도 전하려고 합니다.

수첩에 그분들 이름을 적어넣고
기도에 빚지지 않도록
그분들을 위한 기도도 드릴려고 합니다.

엊그제 일입니다
핸드폰에 낯선번호가 떴는데 잠시 받을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통화를 눌렀습니다.

암과 함께 지내고 부터 자연스레 지인들과 전화의 대부분이 끊어졌기에 이제는 낯선번호로 오는 문자나 전화는 거의 광고입니다.

'여보세요' 라고 묻자
건너편에서 낯서면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자신의 소개를 하기에 어떻게 내게 전화를 했느냐고 되묻습니다.

알고보니 옛 동료이자 내가 뽑았던 직원 아들의 전화였습니다.

꼭 찾아뵈라는 그 친구의 부탁을 잊지않고서 내게 전화를 준 것입니다.
짧은시간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밝고 건강한 생각에 건실함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서 나도 기분이 함께 좋아집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는 것울 떠나
누군가를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내게는 이 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내가 행복하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11월이 가기 전에 위의 약속처럼 안부를 묻고 소식을 나누며 그분들을 위해 한번 더 두손을 모으려고 합니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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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등촌1동성당에서 시니어대학 선생님 봉사를 했다.
그 때 같이 봉사를 하시던 선생님 중 작가분이 계셨는데 아내가 성당을 옮겼음에도 친분과 교제를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내 병문안 위로도 몇차례 와 주셨다.
이번에는 파티마에 다녀오시는 중에 특별히 내 치유를 위해 파티마 성수도 선물로 준비해 주셨고 매번 병문안 오실 때마다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번에는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라는  동시집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격려의 글귀도 잊지않으셨다

동시집 표지.(편의상 주요부위만 옮겼다)

표지 안의 격려와 기도 글귀.

 인상적인 내피의 글귀.

첫번째 동시를 옮겨 본다.


무지개떡

엄마가 사오신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리었다


아버지

겨울이다
눈이 내린다
김장독 대신
언 땅에
아버지를 묻었다
좀처럼
눈이
그치질 않는다.


사  랑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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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번째 온가족이 출동하여 이곳 신촌 세브란스까지 병문안을 왔다.
멀리 광주에서 KTX를 타고 왔단다.
주말 비용도 만만찮을 것인데 ...

병상에 누워있는 나를 보자마자 처형이 눈물을 훔쳐 낸다
나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유난히 정이 많은 처형과 형님이다.
나이도 나와 동갑이기도 했지만...
처형은 언니로서 나도 안스럽기도 했겠지만 친동생인 아내가 더 안스러웠을 것이다.

평소에도 언니의 동생에 대한 내리사랑이
부러워질 정도다. 어쩌면 아내가 평생 갚아도 부족할 내리 사랑이다.  ㄱ 내리 사랑이 저절로 내게도 그대로 넘쳐 전해진다.
그 가식없는 진심앞에 감사하고 고마움에 늘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어찌되었든 그동안 마음고생에 몸고생이 많은 아내에게 많은 정신적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던 아내였고 더군다나 내게는 더욱 속마움을 감추고 안으로만 안으로만 삭였을 것이다. 그래도 같은 핏줄이자 같은 여자로써 때로는 눈물을 쏟아내면서 언니에게 신세를 하소연도 하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가능하면 아내에게 긴 시간을 보내고 오라했다. 처형에게 동생 많이 위로도 해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오랫만에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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