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한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라.
한해를 행복하려면 새 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 하려면 정직하여라.

           [좋은글, 영국속담]

 

 

머리가 좀 길었다.
지난 주에 이발을 하려다가 미루었는데
아내가 자주가는 집 근처의 단골 미용실에 예약을 했단다.

오전 열시반 원장 예약.

아파트 신호등 건너이기에 보행신호 대기중에 아내가 말한다. 저기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분이 원장님이라고...
일단 달라보였다.
직원 한명만 더 있어도 사장티를 내는 모습이 아니라서

입구에 들어서자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원장은 젊은 나이에 목소리까지 시원시원하다.

상의를 벗고 권해준 의자에 앉았다.
특별히 부탁해서일까?
머리카락를 자르기 전에 먼저 내 머리 형태를 일차 살핀 후에 자세히 손가락으로 내 두상을 만지면서 특이사항을 체크하는 듯 했다.

일단 신선하다.

왜냐면 사람마다 두상이 다르고 나의 경우에는 뒷꼭지가 좀 남다르게 튀어나와서 머리를 깍을 때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려고 하면 좀 난감해하며 자연히 신경이 곤두서는 듯 어려워하는 이용원 직원들이 많았다. 요즘들어 머리를 깍을 때 대부분 편리한 바리깡(? 전기 이발기)을 이용하여 속전속결로 머리를 다듬는데 억지로 익숙해졌다.

특별한 부탁이고 내가 이곳에는 처음이라 그런지 가위로만 머리를 자르고 다듬었다. 빠르다는 건 무언가 희생 하나를 동반하듯 그렇게 바리깡으로 깍거나 다듬은 머리는 처음 보기좋은 형태에서 일주일만 지나도 제멋대로 자라 금방 티를 내곤 한다

지금까지 이용원, 미장원 그러다 다시 이용원을 다녔다. 나이에 따른 선혿일까?

서울 집에서는 저렴한 플랜차이즈 이용원을 이용했는데 직원도 자주 바뀌고 주로 속전형 바리깡 이발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성비로 위로를 하곤 했다. 그럼에도 지난번 머리를 깍은 이후 유난히 머리가 마음에 안든다고 했더니 아내가 이곳(가재울 미용실)에 예약을 했는데...

괜찮았다.

원장선생님이 마무리로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를 하면서 아내에게 내 머리결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관리 비결도 전해준다.
오랜 항암과정에서 머리숱도 줄고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가늘어지면서 힘이 없어지다보니 머리가 죽어보인다. 다시 머리카락에 힘을 준다

돌아보면 내게도 인상에 남는 이용원(미장원)이 몇군데 있다.

늘 아버지가 다니시던 이용원만 다니다가 (어렸을 땐 의자난간에 깔판을 대고서 그 위에 앉아 머리를 깍았었다 )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다니시던 미장원엘 처음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들힌 미장원의 내부의 낯설음과 어색함은 그 시절 그 나이의 내게는 더군다나 어머니와 함께여서 쑥스럽기까지 했다.

몇번 들리면서 미장원 분위기 그것도 동네 미장원의 수다스러움에 익숙해지면서 동네의 모든 소문의 발현지이자 중계지인걸 알게 되었다. 대학생 그것도 젊은 사내이자 친구 아들인 내가 있어도 그 뒷얘기들은 (차마 글로 옮길 수도 없는) 내 귀로 자연스레 흘러들었다.

아마 이발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이용원으로 아내랑 단둘이 운여을 하셨다. 25년전 그 당시에 일흔이 다되신 사장님은 이용부문 세계대회에서 기능장을 수상하셨다는데 첫 손질부터 마무리까지 오로지 가위손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위손으로만 자르고 다듬으면 걸리는 시간은 배인데도 그래야 다음 머리 깍을 때 까지 처음 형태가 살아있다고 가위손만 고집하셨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내 머리가 제대로 살려 있었을까?

중국에서 근무할 때 중국식 이발 도 해보고
(거의 머리를 자르지 않고 가위로 쏙아내는 형태의 이발.... 처음엔 어색한데 시간이 지날수륙 자연스러워지는 머리형이 된다)

또 다른 이발소는 아침 일찍 전직원이 가게 앞에 모여 구호도 외치고 춤도 추며 청소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 특이한 곳도 있었다.

오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옛 영국속담이 생각나게 하는 하루였다

 
마음에 들었다.
하루가 행복해진다는 말이 맞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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