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22. 00:11 좋아하는 시
제목이 '봄' 인 시 들 몇개 모음
오늘 내가 사는 시대오성과 근처의 가로수에도 벚꽃이 피었다.
물론 다소 더 차가워 보이느 회사의 나뭇가지에움트더니
드디어 초록색 이파리 눈을 띄웠다,
이즈음이며 한국의 산들에는 생강나무가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을게다.
지나가듯 봄이라는 제목을 가진시를 몇개 옮겨놓았다.
이 시를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오기릴 기대해본다.
봄
곽재구
다시 그리움이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5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봄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랑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봄
서정주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색 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도라...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좀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
봄
정지용
외ㅅ가마귀 울며 나른 알로
허울한 돌기둥 넷이 스고
이끼 흔적 푸르른데
황혼이 붉게 물든다
거북 등 솟아오른 다리
길기도 한 다리
바람이 수면에 옴기니
휘이 비껴 쓸리다
<동방평론> 1호 1932년 4월호
봄
천양희
그 자리가 비었어도 밖엔 봄이 충분하였다
나 혼자 있어도 밖엔 봄이 충분하였다
충분한 봄으로 그 시간을 채웠다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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