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0. 20:38 좋아하는 시

시선 마종기

온 세상이 하얗더니
이제 길 하나씩 보인다.


시선
             마종기
 
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
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
어떤 시선과 시선은 마주쳐
자식을 낳았고
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
손잡고 보석이 되었다.

다 자란 구름이 헤어질 때
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듯
숨 죽인 채 달아오른 세상의 시선에
당신의 살결이 흩어졌다.

어디서 한 마리 새가 운다.
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는 저 새의 시선
시선에 파묻히는 우리들의 추운 손잡기

 영화 '시선 1318'  한장면

[느낌]
내가 좋아하는 시인 마종기.

오늘처럼 하얀 눈이 내리면 눈이 먼저 시려진다.

누군가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고 느껴질 때면 그 시선이 살결에 닿는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우습다.
어쩌면 차가움을 숨겨둔 하얀 눈을 눈이 먼저 느끼는 것과도 일맥상통할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분명 시감과 촉감의 차이일진데도
그게 같이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내게로 와서 만진 것도 아닌데,
보이지도 않는 촉감은
아마도 상대의 마음이 눈빛에
실려 있기에 그 마음이 느껴지겠지요.

차가운 겨울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따스한 마음.
아니 따스한 눈길
이런 마음 속  따스한 시선끼리
서로 이어진다면
이 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현대인의 생활은 가족들마저도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만듭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핑게를 대어 보지만 어찌되었든 서로의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떨어져 사는 시공간을 메꿔주는 선들이 있다면 그건 또 다른 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통신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서로간의 시공간 간극은 더  멀어지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가 갖는 속성으로 살펴보자면 속도와 거리의 곱은 일정하다고 하면...

요즘 시절에 서로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선과 선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빛보다 더 빠른 마음과 시선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나마 삶이 행복해지는듯 합니다.

차가운 겨울에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에게 정호승  (1) 2017.04.15
나태주의 시들  (0) 2017.03.22
꽃샘 정희성  (0) 2016.03.30
월하독작  (0) 2016.03.27
겨울을 기다리는 시들 (겨울시)  (0) 2015.11.16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블로그 이미지
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한글사랑(다향)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