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진에서 두번째 맞이하는 추석입니다.

엊그제 생일이라고 우연히 남경에서 들린 후배녀석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더니

그 술로 인한 내상의 휴유증이 좀 길고 크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세월(?) 앞에서는 장사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이면 늙으신 어머니께서는 잊지 않으시고

꼭 아내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내게 전화를 해서 축하 인사를 전하곤 합니다.

이번 생일에도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고서 내게 전활르 하셨습니다.

 

천진의 날씨도 가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을 여행을 가면 도로에서 만나는 게 이 허수아비들 이였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사라진 허수아비들이 색동옷을 입기도 하고 양복을 입기도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전의 허름한 허수아비를 넘어 우리들처럼 부자가 되었나 봅니다. 아마 우리으 현수준이 그대로 반영되었겠지요. 

 

비록 몸은 천진이지만 이렇게 여행을 떠나 봅니다.

 

 

예전에 가족여행으로 양평 쪽으로 해서 강원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들녁이 아닌 도로 변에 이런저런 허수아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낯설은 시골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아름답게 맞아주는 듯 했는데

허수아비도 사람같아서인지

외톨이로 있을 때 보다 함께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들의 눈은, 시인들의 마음은 우리와 조금은 다르구나" 생각했는데

나도 한 때는 이랬을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감정의 날이 무딜대로 무뎌져서 느끼지 못하는데

시인들은 미세한 바람소리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바람소리를 듣나 봅니다.

 

허수아비는 말할 수 없이 지쳐있어서 

지친 미소로 바라보던가 아니면 등이나 따뜻히 어루만져 달라는 말에

살짝 마침표를 찍어 놓습니다.

 

           <131017 아침>   

 

 

  허수아비를 만나면 ...   

 

                                                          장시하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그냥 작은 미소로 바라보고 등이나 한 번쯤 어루만져 주어라
우리는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가 외로워 보여 말을 걸고 싶어도
허수아비는 말할 수 없이 세상에 지쳐있다
지난 여름 찌는 뙤약볕 아래에서 몸서리치는 더위를 버텼고
아이들이 던진 철없는 돌팔매에 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거센 비바람에 옷은 찢기고, 모진 눈보라에 살은 얼어가도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등대가 되어 바다를 밝혀야 하듯
허수아비는 들판에 서서 세상을 밝혀야 한다

허수아비는 그렇게 모진 세상을 두 눈 짓무르도록 바라보면서도
결코 눈물을 보이며 울지는 않았다
빈 들녘에 만나는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작은 미소로 바라보던가
세월에 지친 등이나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어라

 

   <별을 따러 간 남자. 장시하. 2008.5.17>

 

 

참 오랫만에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삼년 전엔가 회사 직원의 사모께서 동인지 활동을 하다가

낸 시집을 받은 적 있지만 그것은 선물보다는 그냥 공유에 가까웠습니다.

 

난 시인 "장시하"를 잘 모릅니다.

시집 " 별을 따러 간 남자"라는 시집을 선물 받고서

단숨에 읽어 내렸습니다.

물론 시집을 단숨에 읽는다는 것은 글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봐도

그리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시집 안의 여러 시가 가슴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잔상이 남아 있는 이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인은 이 시집이 발간되던 2008년에는 춘천에서 시작 생활을 했는데

지금도 춘천에서 시작 생활을 하는지... .

온 가족이 가을 날 들린 호반의 도시 춘천 ....

삼악산에서 의암댐으로 그리고 호수... 그렇게 아름다움에 물든 마음은

간혹 온 가족과 함께 (비록 그 때와 달리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할 것입니다.

 

예전 휴가 때 3박4일로 들렸던 가족 문화유산 답사지를 다시 한번 그 기억으로 오르고 싶습니다.

 

이 시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선물로 전한 친구에게 따스한 마음을 함께 나눕니다.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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