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천진의 날씨도 최근들어 많이 맑아진 듯합니다.

2001년 부터 2008년 까지 이곳 천진의 다른 법인에 업무 및 강의차 두달에 한번씩 오곤 했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 천진의 날씨는 대부분 뿌였고 맑은 하늘 보기가 어려울 정도엿습니다.

출퇴근 길에 보는 자전거 행렬 (지금은 그 대의 1/10 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비가오면 남녀 가리지 않고 온몸을 비닐 옷으로 (자전거의 일부까지 덮은) 중무장한 모습을

자주 보곤 했었습니다. (2004년경엔가 천진 시내 하천을 정비한 기억이...)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파란 하늘에 때로는 새털구름 하늘도 보이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창문을 통해서 밖의 날씨를 살피곤 합니다.

물론 핸드폰 일기예보를 통해서 금일 일기(온도, 습도 그리고 먼지 농도)를 살피는데

오늘은 먼지농도 51로 대단히 양호한 날씨입니다.  (평소 150 수준 )

사는 곳이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있어서 대부분 매연 등으로 뿌연 하늘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요즘은 그나마 3~4일 간격으로 맑은 날 하루 정도는 보여줍니다)

 

오늘 아침은 그래도 쀼연 안개(스모그) 없이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어제 오후에 잠깐 내린 비의 영향이 클 듯합니다.

 

새벽녁 아침 여섯시 밖의 하늘을 보니 맑은 하늘이 보여서 집의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천진 날씨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흐리고 먼지지수가 높은 날이 많다)

 

각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앞뒤 베란다와 주방 등 창문이라는 창문은 모두 열었는데.

맨 처음 거실 베란더 창문을 여는 순간 그 창문을 통해서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에 닿았습니다.

그 때 느끼는 신선한 공기가 주는 상쾌함을, 그 짜릿한 기분을 느껴보셨는지...

약간은 찬 기운이 더해져 더 맑게 느껴지는...

 

그 여세를 몰아서 아이들 편지의 소재로 써야겠다고 메모를 해주었다가

내친 김에 편지를 쓴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아쉬운 점은

국제우편의 시간적 간격 (일반 우편 약 20일에서 한달 정도, EMS는 통당 20,000원 정도에 일주일)으로

워드로 작성해서 아내에게 메일로 보내면 아내가 인쇄해서 일반 국내 우편으로 아들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직접 쓴 편지보다야 감칠 맛이 덜 하겠지만 ...

그래도 기회가 되면 보내주려고 합니다.

 

                  <131002>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강원도 춘천 강촌역 다리 낙서>

 

오늘 아들과 딸에게 편지를 각 한 통씩 쓸 수 았었습니다.

시간을 내어 편지를 써야지 하면서도 요즘 공장 일이 만만치 않아 시간을 못내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오신 분과 함께 운동을 하다가

제가 너무 형편없이 볼을 치자 왜 ㅇ리 되었냐고 묻길래

습관처럼 당연한 듯 "연습을 못해서"라고 핑게를 대자

그 분이 제 귀에 살짝 데고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잠은 자느냐"고

물론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도 시간 핑게를 대려고 하다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국경절 칠일 연휴(원래는 삼일입니다. 10/01~03)

그러나 대체근무 2일, 주말 2일을 더해 7일 연속휴뮤에도

쉬지 않고 매일 나와야 할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문자만 넣어줘도 관심이 갑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제게 전해져 오는 소리이기에....

 

           <131002>

 

-------------------------------------------------------

요즈음 일손이 제대로 잡히질 않습니다.

딱히 그 이유를 "이거다"라고 짚어낼 수는 없지만

아뭏튼 의욕을 잃게 만든 그 무언가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러 날은 훌훌 벗어버리고 산에 오르는 게 최고라고 여겨집니다.

날 한번 잡아서 마음가는 대로 걸어 볼 요량입니다.

 

개인적으로 "정현종 시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내 색깔과 맞지 않아서인지 웬지 마음이 가지를 않습니다.

그 시인의 시를 접한지 꽤 오래되었어도 첫 느낌의 아쉬움은 지금도 짙게 남아 있습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들킨 것은 아닐까?" 하고 가 생각도 해 보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분의 시 몇 수는 좋아합니다.

그 중에 하나를 옮겨 보는데 제목은 "방문객"입니다.

 

참고로 이시의 첫 싯구는 지난 2011년 5월에 교보빌딩의 글판에 적히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광화문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이 글판을 그냥 넘겨 지나치지 않고

꼭 읽어 보게 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좋은 글귀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로써 함께 나눕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 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클 것이다.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이 시를 읽고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동안 나를 스쳐 지나 갔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리워졌습니다.

  쉽게 지나쳐버리고, 기어나지도 않는 스침이 되어 버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제게 있어 참 소중한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만남은 소중하다는 것을... ...

 

  정말 그렇습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나를 위하여  다가온다는 것 보다

  가슴 설레이고 더 큰 기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오는 것이기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 한 일이지요

  그 모든 인연이 처음 만남 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신인의 노래처럼 정말로 어마어마 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 제 나이들어가면서 알게 됩니다.

 

  참고로 교보문고 글판에는 이렇게 걸렸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 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1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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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완도군 청산도 에서 , 서편제 촬영지자 유네스코지정 Slow city>

 

 

쉽게 달아오르고

돌아서면 또 다시 남의 일이 됩니다.

그렇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분법으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다고 편을 갈라 놓습니다.

사람을 보는 잣대의 기준을 자신도 모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익숙한 탓입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시간 문득 함께 나누고 싶은 시입니다.

그냥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도랑가 잣나무 생각

                                            김남극 

 

저 도랑가 잣나무는 억울했을 것이다.

한 번쯤은 누구에겐가 기대고 싶었을 것이고

한 번쯤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을 것이고

또 한 번쯤은 옆 밭에서 감자 캐는 여자와

바람이 나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 도랑가 잣나무는

강한 듯해야 하고

의연한 듯해야 하고

늘 한 번씩 자란 증거를 보여야 하고

한 해 건너 잣 꼬쟁이를 정수리에 달아야 하니


꼭 그래야 하나

그런 척 해야 하나


문고리에 손이 쩍 달라붙는 겨울아침

우물에서 올라온 지구 내부의 숨결을 하얗게

뒤집어 쓴 잣나무를 생각한다.

밤낮으로 생각한다.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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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다음카페 벽지랑바닥재이야기>

 

손택수 시인의 "아버지의 등을 밀며"라는 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서두부분에서는 시 같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읽었다.

다시한번 소리내어 마음을 불어 넣었다.

 

엊그제 아내가 카톡으로 "선물을 보냈는데 왜 답이 없냐"고 물었다.

다시 보니 사진 너다섯개를 보냈는데

첫 장의 사진은 "아버지와 나"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곤 내가 아이들 간난 아이일때 안고 찍은 자신 두어장에

웬 아가씨 사진과 남자 아이가 또래 여자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이었다.

그 아가씨 사진은 백사장이어서 아들 녀석의 숨겨둔 여친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다음 사진의 여주인공이 그렇게 컸단다. 하기야 아들 녀석과 동갑이니?

어렸을 때 엄마 아빠끼리사돈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중학생 때 다시 만낫을 때 어색함이 약간 감돌기는 했지만....

 

그건 그렇고, 첫장의 사진이 여운처럼 남았다.

아내가 물었다 " 그사진 보고 아버지 생각나서 울었냐?"고.

기분이 남달랐지만 눈물까지는 나지 않았다.

.

나도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남들 처럼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고 싶었는데

그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아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적었다.

마지막에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린 것은 당신 돌아가시기 서너달 전에야 이룰 수 있엇다.

목욕탕에 같이 가시자는 말에 보통 가시지 않겠다고 하시던 분이 그 날은 혼쾌히 길을 나섰다.

집 앞의 오래된 동네 목욕탕! 아버지 돌아가신지 이년 정도 지나서 없어졌다.

 

몸에 물을 끼얹고 아버지의 등을 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냘픈 몸에 푹 쳐진 어깨 더군다나 앙상 마른 몸은....

마음의 아픔을 지나서 전라도 말로 짠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내 눈물이 더 났다.

난 내내 목욕탕 천장을 보면서 아버지의 등을 밀고

아버지의 몸을 씻길때에는 마주 볼 수 없어 욕탕 바닥만 보면서 씻겨 드렸다.

 

목욕을 마친 후 개운하셨던지 다음에 오자는 말에 맑게 말을 받아주셨다.

그러나 다음에 목욕탕을 재촉하자 나중에 같이 가자고 그러셨는데

혹시 우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 

그만 병석에 누우신 후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릴 기회도 없이 그렇게 떠나셨다.

한번만이라도 더 당신 등을 밀어드리지 못한게 마음에 남아 있다.

아마 초라하신 당신 몸을 비록 아들일지라도 보이고 싶지는않으셨던 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얼마 뒤 아들 녀석과 함께 서울 집 근처 사우니에 들러 내가 먼저 녀석의 등을 밀어주고

나중에 녀석이 내 등을 밀었다. 

그 때도 아버지 생각으로 그 사우나 천장 불빛만 애궂게 쳐다 보았었다.

 

이 시의 마지막이 애잔하다.

 

참 아내가 준 선물 덕으로 그날 아버지를 여윈 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굼을 꾸었다. 

그런데 내용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회사 일로 힘들어 하는 나를 멀리서 보고 계셨나 보다.  

 

                                  <130928>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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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다음카페 이동활의음악정원>

 

 

생명의 서(書)
                                            
-  유치환  -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烈烈)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本然)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어느 날 어떤 일을 하다가도 간혹 "이렇게 사는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어떤 일들이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못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대로는 차분히 나 자신을 되돌아 볼때에도 그런생각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이 시가 마음을 잡아 줍니다.

 

이 시는 고민, 좌절, 절망의 끝에서 허무 의식을 떨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어서려는 강인한 의지를 노래한 시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청마 유치환 선생은 이 시를 통해서  

삶의 가치에 대한 회의와 번민으로 부터 자기 자신을 스로를 구제하기 위한 곳으로

뜨거운 사막인 아라비아 사막을 설정하고, (그 당시 우리에게 중동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여 사람들이

살기 힘든 곳으로 여길 때 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한 고통의 고독을 단호하게 선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된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의 세계를 택하겠노라고 하는 비장한 의지를  생각하면서

내 스스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언젠가 통영에 갔을 때 청마의 정신적 연인이었다는 "이영도" 시조 시인 집앞도 지나고

중앙 우체국도 들려보는 여유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중학교 국어선생님이면서 기혼자 였던 서른 여덟살의 청마와 

일찍이 21살에 결혼하여 딸 하나에 스물아홉에 남편을 폐결핵으로 사별한 통영여중 가사 선생인 젊은 규수의

사랑은 처음 부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기도 했다. 

1947년 부터 3년동안 매일 보낸 편지...

마음을 열었지만 어쩔  수없는 플라토닉 사랑....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에 관련 된 시를 옮겨 본다.

아래 시의 그 우체통을통영의 중앙 우체국 앞에서 직접 보기도 했다. (그 때 우체통은 아닐게다)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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