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차 모임에서 보이차를 즐긴 다음 모임의 최 연장자께서 끝 마무리로군자차(君子茶)"를 선물했다.


군자차라고 해서 특별한 차는 아니고, 맹탕으로 끓인 물을 뜻하는 말(일명 백비탕(白沸湯) 또는 백탕(白湯)을 일컫는 것인데)로 마지막 남은 향을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 맹탕이므로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데도 다른 맛과 향이 섞이지 않기에 신기하게 향과 맛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 차모임의 분위기와 정담 속 다담의 향기가 온전히 전해져서 사람의 마음에 느껴지는 차가 아닐까 한다. 이상하게도 우리 모임에서는 대부분 가장 나이드신 어르신이 내려 권하곤 했는데 어느 새 나도 그럴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애초 군자란  학문과 덕이 높고 행실이 바르며 품위를 갖춘 이를 뜻하는데 이 맹탕으로 끓인 물, 잡맛이 완전히 배제된 아주 순수한 물을 군자에 비유했다는 것은 군자의 성품이 그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다도(茶道)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군자차 중에 가장 맛있는 군자차는 아마도 보이차를 즐긴 다음 끝 마무리로 마시는 군자차야말로 황홀하기 이를 데 없는 차이다. 군자차를 마시는 순간 그때까지 마셨던 보이차의 참맛과 향기 그리고 기운이 고스란히 입 속에서 되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그 여운이 온몸으로 번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국에 와서 관공서에 들릴 일이 간혹 아주 간혹 있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지만 그 사무실에 들리면녹차를 내어놓거나 때로는 이 맹물 군자차를 내어 놓습니다. 얙를 나누면서 한잔 더 청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맹물을 내어놓으면 실례가 될 법도 한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면서 권합니다.

 

처음에 이를 접할 때에는 이런 문화가 참 이상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낯설지 않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가 각양각색이다보니 그 차를 다 맞추어 내어 놓을 수도 없고 또  예의를 차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아마 경제적인 이유는 덤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회사 역시 외부 손님들이 방문하면 차 또는 커피를 권하기도 하지만 중국 손님에게는 때대로 이 군자차를 내어 놓기도 합니다.

 

제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군자차는

언젠가 여수에서 주말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딸 아이가 내린 차 맛에 취했다가 마무리로 내린 군자차 였는데....

분위기만 느껴도 이미 취해버릴 그런 날이었으니 얼마나 맛 있었겠습니까?

그것도 예쁜 딸아이가 고운 손으로 ....

 

올해 말쯤에는 그 군자차 다시 맛볼 수 있기를 기다려 봅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취합니다.

 

                        <131012>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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