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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9 추일 서정(秋日抒情) 김광균
  2. 2013.10.29 축의금 만삼천원 이철환
  3. 2013.10.29 어느 스님의 교훈.(폄)
  4. 2013.10.29 동시) 어려운 숙제
  5. 2013.10.28 수선화에게 정호승

 

 

내가 김광균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시 와사등을 통해서였다.

고등학교 일한년 때 별도의 반에서 배운 국어 과외의 교재중에 이 시가 있었다.

그리곤 교과서에서 이 시를 읽고, 외웠다.

그 당시에는 시조나 시 그리고 웬만한 수필이나 고전은 외워야 했다.

아직도 그 때 외운 시, 시조, 수필집이나 용비어천가등은 다시외우라하면 어느 정도는

읊조리게 된다.  하기야 어렸을 때 국민교육 헌장을 외워야 집에 갈 수 있었을 정도로

외우는데 익숙한 교육 풍토였기에 ... 그러나

지금은  그 때 외웠던 게 다시 생각나니 좋다.

이 시의 첫대목 역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시작해서 외웠던 기억이 새롭고

그 대목에서 난 퀴리부인을 생각해내곤 했다.

                <131029>

 

추일 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1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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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예전에 제가 모시던 분이 이 책을 보시곤 제게 그 책을 선물하셨습니다.
저도 이 수필집을 읽고서 감동적이어서 사업부 팀장이상과 함께 나눈 기억이 새롭습니다.
옛 제 블러그에는 이 글이 그 시절에 이미 올라 있었는데
오늘 카톡으로 받은 후 다시 찾아 옮겨 봅니다.
이런 친구가 한 두명만 있어도...
나이들어 가니 옛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어집니다.

 

축의금 만삼천원 

                                        이철환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너의친구 철환이가 형주에게-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철환 작가의 수기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느 스님의 교훈

아주 옛날 산골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는 배가고파 온 종일 우는 게 일이었지요.
아기의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회초리로 울음을 멎게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매를 맞을 수밖에....
그날도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매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노스님이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불연 무슨 생각이 난 듯 집으로 들어와서 매를 맞고 있는 아이에게 넙죽 큰절을 올렸습니디.

이에, 놀란 부모는 스님에게 연유를 묻습니다.
"스님! 어찌하여 하찮은 아이에게 큰절을 하는 것입니까 ?"
"예... 이 아이는 나중에 정승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곱고 귀하게 키우셔야 합니다." 라고 답하고 스님은 홀연히 자리를 떴습니다

그 후로 아이의 부모는 매를 들지 않고 공을 들여 아이를 키웠습니다.
훗날 아이는 정말로 영의정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스님의 안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감사의 말씀도 전할 겸 그 신기한 예지에 대해 물어보고자 스님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스님을 찾은 부모는 웃음을 띄며 감사의 말을 건네고 바로 궁금했던 점을 묻습니다.

"스님, 스님은 어찌 그리도 용하신지요. 스님 외에는 어느 누구도 우리 아이가 정승이 되리라 말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빙그레 미소를 띄던 노승은 茶를 한 잔씩 권하며 말문을 엽니다.
"이 돌중이 어찌 미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허 허 허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하나이지요"

이해하려 애쓰는 부모를 주시하며 노승이 다시 말을 잇습니다.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없이 귀하지만 하찮게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이지요.」

마찬가지로 아이를 정승같이 귀하게 키우면 정승이 되지만.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세상을 잘 살고 못사는 것은 마음가짐에 있는 거라 말할 수 있지요."

-모셔온 글-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려운 숙제



오지연

‘꽃과 대화하고 느낀 점 써오기’

선생님께서
숙제 안 해온 사람은
일어서라고 하셨다.

머뭇거리던 수연이가
손을 들었다.

“샘예, 암만 말을 걸어도
꽃이 대답을 안 하는데
숙젤 우예 하라꼬예?”

“지도 그런데예!”

“우하하!―”
3학년 9반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렸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내게도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 두권 정도 있다.

그러나 내 게인적인 취향에 따라 이 시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물어도 딱히 이거라고 대답할 말은 없다.

그래도 이 시는 마음에 든다.

구절 구절이 우리 삶이 투영되어 있는 듯해서 이다.

아니 내 평소의 생각이 녹아있듯이.

 

                  <131027>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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