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광균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시 와사등을 통해서였다.

고등학교 일한년 때 별도의 반에서 배운 국어 과외의 교재중에 이 시가 있었다.

그리곤 교과서에서 이 시를 읽고, 외웠다.

그 당시에는 시조나 시 그리고 웬만한 수필이나 고전은 외워야 했다.

아직도 그 때 외운 시, 시조, 수필집이나 용비어천가등은 다시외우라하면 어느 정도는

읊조리게 된다.  하기야 어렸을 때 국민교육 헌장을 외워야 집에 갈 수 있었을 정도로

외우는데 익숙한 교육 풍토였기에 ... 그러나

지금은  그 때 외웠던 게 다시 생각나니 좋다.

이 시의 첫대목 역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시작해서 외웠던 기억이 새롭고

그 대목에서 난 퀴리부인을 생각해내곤 했다.

                <131029>

 

추일 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1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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