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8. 00:20 짧은글 긴여운
과거는 자비에 현재는 사랑에 미래는 섭리에 맡겨라.
과거는 주님의 자비에 맡기고,
현재는 주님의 사랑에 맡기고,
미래는 주님의 섭리에 맡겨라
< 성 어거스틴, 라틴어로 아우구스띠누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 글에 대해서 얼마 전에 주교 서품 50 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하신 윤공희 대주교님은
미사에 참석한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시면서 성 아우구스띠누스의 말을 인용하시면서 이렇게 고백했다고 하십니다.
“과거의 잘못은 어쩔 수 없으니 자비를 청할 수밖에 없고,
현재는 다스리기 어려우니 하느님을 믿고 매일 순간순간 살아야 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주님의 섭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과거 윤공희 대주교님은 시대의 아픔이었던 5.18의 경험이 사제 생활을 하면서 가장 부끄러웠던 일로 1980년 5.18 민주항쟁이 벌어지던 금남로에서 계엄군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시민을 가톨릭 센터 주교 집무실에서 내려다보았던 일이라고 고백하셨습니다.
그 당시 주교님께서는
“이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야 할 텐데 무서워서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예로 들며 “나는 강도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을 외면하고 돌아간 사제처럼 그 사람을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광주의 아픈 오월을 체험한 사람으로써 그 당시 보여주셨던 신부님들의 노력과 사랑에 대해서 특히 윤주교님과 조비오 신부님의 헌신적 노력은 광주 시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음에도 주교님은 이런 신앙고백을 하신 것입니다.
실제 그 당시 개신교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 때가 되면 천주교 신자들이 부러웠습니다. 매년 5월이 되면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에서는 늘 변함없이 5.18 위령자를 위한 추모위로 미사를 봉헌해 왔기에 매년 5.17일 저녁에는 늘 광주 남동 성당에서 열리는 추모와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침묵하는 개신교와 달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신부님들과 천주교 신지들에 대한 제 부러움이 이 때 고 개종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미사를 마치면 늘 사복 경찰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때로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러사람들이 모여 함께가지 못하도록 그렇게 감시를 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남동 성당에서 몇분이면 도착하는 민주화의 성지인 도청으로미사를 마친 시민들이 나가는 것이 원죄인인 전두환 정권에게는 두려웠을 것입니다. (나중에는 주교관이 북동 성당으로 옮겨지면서 그 곳에서 추모미사를 드리게 되었지만)
요즘 많이 게을러지고 약해진 신앙을 보면서 이 말씀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레지오 마리에 회합시 수녀님을 통해서 위 말씀을 전해듣고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녀님께서는 하나의 예를 들면서,
"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품목으로 지도와 나침반을 꼽습니다. 그것만 있다면 깊은 산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 있는 자리를 모른다면 지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되물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제대로 알고,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살펴보는 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함께 나눕니다.
<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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