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18 여수 영취산 진달래>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1988년 -

 

요즘 시가 그리워집니다.

한 때 사모은 시집들은 어느 새 낡은 책처럼 누렇게 바랬는데

그나마도 서울 집에 있어  몸만 달랑 내려와서 이곳 여수에는 시집이 드뭅니다.

먹고 사는 게 포도청이라고 웬 경영이나 혁신 그리고 변화관리에 대한 책은 갈수록 불어납니다.

생활이 변화하지도 못하고, 감동 받아도 하룻밤 자고 나면 그대로인데도

흡사 숨겨둔 보석의 든든함(지금은 이 보석도 없어서 옛 기분이 안납니다)처럼

스스로 만족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들어 생활이 팍팍하고 어려움이 많아서 인지

시집 한권 빼어들고 몇번을 다시 읽어 봅니다.

아래 옮긴 "봄비(노천명作)라는 시 하나 올렸다가 충고도 들었습니다.

저도 노천명 시인이 친일행적을 벌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한 때는 그의 시를 무척이나 싫어 했습니다.

한 동안 서정주 시인을 그냥 싫어했던 이유와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서정주 시인의 시를 통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 때 부터는 그분의 시를 시로써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게인적으로는 인간서정주는 친일파로써, 사생활이 올바르지 못해서 싫지만

시인으로써는 존경합니다.   

시는 시로써 내가 느낄 때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되어 줍니다.

제글에 그렇게 적은 분의 충심은 이해하지만 언젠가 그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무학대사의 말처럼 도ㅐ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듯이.

세상을 편협스럽게 "프레임"에 가두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다행히 신경림 시인은 그런 시인이 아니라서 시비걸 일도 없지만

 

잠시 이 시인이 시를 쓰던 그당시 마음으로 되돌아가보고

내 스스로 느끼는 감동이 되고 싶습니다.

 

                        <100427>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의 강 마종기  (0) 2013.08.30
나의 사랑하는 자에게 조병화  (0) 2013.08.30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0) 2013.08.30
봄 이성부  (0) 2013.08.30
희망가 문병란  (0) 2013.08.3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 김준태-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 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
아침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통곡뿐인 南道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
때로는 무덤을 뒤집어 쓸지언정
아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아, 온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
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
지원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여보 당신을 기다리다가
문 밖에 나가 당신을 기다리다가
나는 죽었어요......
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갔을까요
아니 당신의 전부를 빼앗아 갔을까요
셋방살이 신세였지만
얼마나 우린 행복했어요
난 당신에게 잘해주고 싶었어요
아아, 여보!
그런데 나는 아이를 밴 몸으로
이렇게 죽은 거예요 여보!
미안해요, 여보!
나에게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나는 또 당신의 전부를
당신의 젊은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들 당신의
아아, 여보! 내가 결국
당신을 죽인 것인가요?)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
白衣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덜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
예수는 한 번 죽고
한 번 부활하여
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백 번을 죽고도
몇백 번을 부활할 우리들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아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 뼈와 뼈를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갈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쳐있다 확실히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

 

광주민주화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광주의 통행금지가 풀리던 날에 광주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광주 도청에서 충장로를 걸었습니다.

그 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그 무표정한 얼굴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보다는 차라리 더 깊은 절망이자 회한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얼굴들은 생생합니다.

 

그 당시에는 도청 앞 수협건물 앞에 신문 보도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로하여 '전남매일신문'은 폐간되었습니다.

약간의 어용성을 띄던 전남일보는 한참을 살아남았지만

 

광주는 내게 자랑이었습니다.

첫째로 시민들에게 총기가 배포되었지만 총기사고, 강도,강간등 폭력 사건이 없는

소설 속의 아름다운 이상향이 저절로 만들어 졌습니다.

둘째로는 폐쇄된 도시에서 매점매석이 없이 서로 나누웠다는 것 입니다.

세번째는 온 시민들이 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있는 사람은 잇는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주먹밥을 만들어 서로 나누던 시절.

어머니도 함께 였지만 그 당시 광주 시민은 다 하나였습니다.

 

다시 5.18이 되었습니다.

그 해에도 5,21일은 석가 탄신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음 그대로 다시 함께 나눕니다.

 

                       <100515>

 

 

[김준태 시인의 회상]

김준태 시인 ‘아 광주여!…!’ 탄생비화 공개
‘부끄러운 탈출’, 숨 가쁘게 전개됐던 창작과 게재 과정 기록

[프라임경제]80년 광주의 오월을 생생하게 표현한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십자가여!’ 시의 탄생

비화공개됐다. 이 시는, 당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을 취재한 전남매일신문 편집국 기자들에 의해 극적으로

세상얼굴을 알렸다.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발행  본.  

임영상(48·한국리더십개발원 연구위원)씨가 펴낸 ‘부끄러운 탈출’(푸른미디어)에 따르면, 당시 전남매일신문(석간)은

 1980년 6월 1일 신용호 편집국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다음날(2일) 1면에 5.18을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싣기로 결정했다.

전남매일신문은 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문순태 부국장이 추천한 모 시인의 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참석자

대부분의 의견은 ‘내용은 좋으나 너무 밋밋하고 5.18 참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다른

시인을 찾았다.

문 부국장이 두 번째로 추천한 시인이 당시 전남고 교사였던 김준태 시인이다.

김준태 시인은 오전 9시경 연락을 받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1시간여,

광주의 아픔과 살육의 현장을 처절하게 표현한 ‘아아, 광주여! …!’ 는 109행 장문의 시가 되어 태어났다.

김 시인이 시를 편집국에 전달하자, 신용호 국장과 김원욱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간부들은 “바로 이것이다.

5.18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며 흡족해 했다.

하지만 계엄당국의 검열을 통과하기엔 시가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어서 계엄당국의 사전검열 통과와

 신문 게재이후 발생될 수 있는 사태가 우려됐다 .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검열 본.  

하지만 김원욱 사회부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김 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죽은 마당에 시 하나 싣는 게 뭐가 문제냐”면서 게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침내 편집회의는 시를 게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하지만 계엄군의 사전검열에 시 전문은 게재되지 못하고 33행으로 줄어버렸다.

이날 오후 신문이 시내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평소와는 달리 10만부를 인쇄했다.

 이 신문은 전남북은 물론, 보급망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주요 기관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이렇게 광주의 참상을 알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보위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폐간됐고,

김원욱 부장과 김준태 선생두달여 후 해직됐다.

김준태 시인은 “그 시는 내가 쓴 시가 아니었다.

 시를 쓸 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 내 몸속에 들어와 신들린 듯 단숨에 써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고교생 시민군의 5.18회상기’라는 부제를 단 ‘부끄러운 탈출’은 당시 서석고 3학년이었던 임영상 씨가

최초로 시위에 가담했던 1980년 5월21일부터 계엄군이 도청진압작전을 펼친 27일 새벽까지의 과정을

지휘부가 아닌 이름 없는 시민군의 입장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사랑하는 자에게 조병화  (0) 2013.08.30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0) 2013.08.30
봄 이성부  (0) 2013.08.30
희망가 문병란  (0) 2013.08.30
바람의 말  (1) 2013.08.3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3. 8. 30. 14:35 좋아하는 시

봄 이성부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090322 여수 봉화산 진달래>

 

 

기다리면 오지않고

왔구나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아름답지만 아쉬운 봄 날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부터 진달래는 먹는 꽃에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보고싶어하던

가장 그리워 하던 꽃이 진달래였씁니다.

재작년에는 당신과 함께 아픔으로꽃이 없더니

올해는 유난히 붉었습니다.

 

맺힌 이슬도 붉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은 유난히 흐릿했나 봅니다.

 

<10061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마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이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인
출생 : 1935년 3월 28일, 전남 화순군
경력 : 2002년 조선대 명예교수
수상 : 2003년 구례군 평화문학상

 

희망이란 단어는 언제들어도 좋다.

살다보면 앞이 안보이는 절벽처럼 다가서기도

다시 일어설 수 잇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희망이 희망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일지라도

간젊함이 수반되는 희망은 따사롭기만 하다.

 

요즘 무언가 힘든 일이

그리고 바라지 않은 일들이 연속되는 듯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것도 구체적인 희망을...

 

         <100620>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0) 2013.08.30
봄 이성부  (0) 2013.08.30
바람의 말  (1) 2013.08.30
무등산(無等山) 이성부  (0) 2013.08.30
아내와 나사이 이생진  (1) 2013.08.3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3. 8. 30. 14:32

바람의 말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블로그 이미지
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한글사랑(다향)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