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 김준태-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 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
아침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통곡뿐인 南道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
때로는 무덤을 뒤집어 쓸지언정
아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아, 온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
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
지원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여보 당신을 기다리다가
문 밖에 나가 당신을 기다리다가
나는 죽었어요......
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갔을까요
아니 당신의 전부를 빼앗아 갔을까요
셋방살이 신세였지만
얼마나 우린 행복했어요
난 당신에게 잘해주고 싶었어요
아아, 여보!
그런데 나는 아이를 밴 몸으로
이렇게 죽은 거예요 여보!
미안해요, 여보!
나에게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나는 또 당신의 전부를
당신의 젊은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들 당신의
아아, 여보! 내가 결국
당신을 죽인 것인가요?)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
白衣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덜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
예수는 한 번 죽고
한 번 부활하여
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백 번을 죽고도
몇백 번을 부활할 우리들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아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 뼈와 뼈를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갈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쳐있다 확실히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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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광주의 통행금지가 풀리던 날에 광주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광주 도청에서 충장로를 걸었습니다.

그 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그 무표정한 얼굴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보다는 차라리 더 깊은 절망이자 회한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얼굴들은 생생합니다.

 

그 당시에는 도청 앞 수협건물 앞에 신문 보도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로하여 '전남매일신문'은 폐간되었습니다.

약간의 어용성을 띄던 전남일보는 한참을 살아남았지만

 

광주는 내게 자랑이었습니다.

첫째로 시민들에게 총기가 배포되었지만 총기사고, 강도,강간등 폭력 사건이 없는

소설 속의 아름다운 이상향이 저절로 만들어 졌습니다.

둘째로는 폐쇄된 도시에서 매점매석이 없이 서로 나누웠다는 것 입니다.

세번째는 온 시민들이 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있는 사람은 잇는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주먹밥을 만들어 서로 나누던 시절.

어머니도 함께 였지만 그 당시 광주 시민은 다 하나였습니다.

 

다시 5.18이 되었습니다.

그 해에도 5,21일은 석가 탄신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음 그대로 다시 함께 나눕니다.

 

                       <100515>

 

 

[김준태 시인의 회상]

김준태 시인 ‘아 광주여!…!’ 탄생비화 공개
‘부끄러운 탈출’, 숨 가쁘게 전개됐던 창작과 게재 과정 기록

[프라임경제]80년 광주의 오월을 생생하게 표현한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십자가여!’ 시의 탄생

비화공개됐다. 이 시는, 당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을 취재한 전남매일신문 편집국 기자들에 의해 극적으로

세상얼굴을 알렸다.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발행  본.  

임영상(48·한국리더십개발원 연구위원)씨가 펴낸 ‘부끄러운 탈출’(푸른미디어)에 따르면, 당시 전남매일신문(석간)은

 1980년 6월 1일 신용호 편집국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다음날(2일) 1면에 5.18을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싣기로 결정했다.

전남매일신문은 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문순태 부국장이 추천한 모 시인의 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참석자

대부분의 의견은 ‘내용은 좋으나 너무 밋밋하고 5.18 참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다른

시인을 찾았다.

문 부국장이 두 번째로 추천한 시인이 당시 전남고 교사였던 김준태 시인이다.

김준태 시인은 오전 9시경 연락을 받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1시간여,

광주의 아픔과 살육의 현장을 처절하게 표현한 ‘아아, 광주여! …!’ 는 109행 장문의 시가 되어 태어났다.

김 시인이 시를 편집국에 전달하자, 신용호 국장과 김원욱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간부들은 “바로 이것이다.

5.18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며 흡족해 했다.

하지만 계엄당국의 검열을 통과하기엔 시가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어서 계엄당국의 사전검열 통과와

 신문 게재이후 발생될 수 있는 사태가 우려됐다 .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 자 검열 본.  

하지만 김원욱 사회부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김 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죽은 마당에 시 하나 싣는 게 뭐가 문제냐”면서 게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침내 편집회의는 시를 게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하지만 계엄군의 사전검열에 시 전문은 게재되지 못하고 33행으로 줄어버렸다.

이날 오후 신문이 시내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평소와는 달리 10만부를 인쇄했다.

 이 신문은 전남북은 물론, 보급망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주요 기관에 배포됐다.

전남매일신문은 이렇게 광주의 참상을 알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보위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폐간됐고,

김원욱 부장과 김준태 선생두달여 후 해직됐다.

김준태 시인은 “그 시는 내가 쓴 시가 아니었다.

 시를 쓸 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 내 몸속에 들어와 신들린 듯 단숨에 써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고교생 시민군의 5.18회상기’라는 부제를 단 ‘부끄러운 탈출’은 당시 서석고 3학년이었던 임영상 씨가

최초로 시위에 가담했던 1980년 5월21일부터 계엄군이 도청진압작전을 펼친 27일 새벽까지의 과정을

지휘부가 아닌 이름 없는 시민군의 입장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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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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