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 입석대>

 

무등산(無等山) 

                                  이성부

  

콧대가 높지 않고 키가 크지 않아도
자존심이 강한 산이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능선이,
너무 넉넉한 팔로 광주를 그 품에 안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느냐.
기쁨에 말이 없고,
슬픔과 노여움에도 쉽게 저를 드러내지 않아,
길게 돌아누워 등을 돌리기만 하는 산.
태어나면서 이미 위대한 죽음이었던 산.
무슨 가슴 큰 역사를 그 안에 담고 있어
저리도 무겁고 깊게 잠겨 있느냐.
저 산이 입을 열어 말할 날이
이제 이를 것이고,
저 산이 몸을 일으켜 나아갈 날이
이제 또한 가까이 오지 않았느냐.
저 산에는
항상 어디 한구석 있는 곳이 있어,
내 서울을 떠나기만 하면
그곳이 나를 반가이 맞아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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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이성부 시인의 백제행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하지만 내게 있어 무등산은 어머니처럼 포근한 산입니다.

실제 무등산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이지요.

80년을 지난 매년 새해의 떠오오르는 해에게 소원을 빌고

그 당시 피의 살육자를 향해 마음껏 퍼부을 수 잇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저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뜻 한 바 있거나

새로운 결심을 하려할 때는 꼭 무등산에 오릅니다.

 

이제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아들과 걷고자 남겨두었지만

올해 가기 전에 한번 더 오르고 싶습니다.

 

        <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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