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7. 08:30 좋아하는 시

들꽃 윤보영

 

 

들꽃

 

                         윤보영

 

들꽃 앞에서

예쁘다

예쁘다

몇번을 되풀이 해서 말했어요

 

돌아와 누웠는데

되뇌인 수 만큼

행복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쁜걸 예쁘다 말해주고 

덤으로 행복을 얻었으니

큰 행복일 수 밖에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바다에

들꽃을 그렸더니

그 꽃속에 당신이 있군요

한 줌 꺽어

내 가슴에 꽂았습니다

 

늘 가까이에 두고 싶어서

 

 

나의 취미는 등산이고 달리기이다.

그런데 중국 천진에 와서는 먼나라 얘기가 되어 버렷다.

산에 오르면 산길에서 만나는 예쁜 꽃 무릇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이름 모를 들꽃에 마음을 남겨두고 오기도 했다.

 

이곳 천진에 와서 화초를 기르고 싶은데도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어차피 삼년이 지나면 마음을 나누던 꽃나무들과 아쉬운 이별을 해야하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던 차 나무도 이 곳에서는 마음을 접었다.

나 좋다고 기르는 차나무의 앞 길이 눈에 선해서 ....

그리고 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자라기도 힘들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일주일 전에 수경재배가 가능한 이름모를 풀(?)한 포기를 거실에 놓았다.

내 집에 온 첫 날 줄기가 푹 쳐지고 힘이 없어 나까지 힘을 빼어 놓더니

엊그제 부터는 고개 숙인 줄기가 제법 힘을 내어 꼿꼿히 서기 시작해서 마음을 놓았다.

덩달아 출근 길 내 마음까지도 늘 활기넘치게 만드는 행복 하나를 덤으로 받았다.

 

아침 출근 길에 "오늘도 나 다녀 올테니 집 잘지켜" 라고 속삭이고

녁 퇴근 되면 "잘 지냈어 심심하지는 않았지?" 라고 마음을 전했는데

때로는 내 따스한 손길도 그대로 전해 주었는데 내 손길을 아는지

마치 내 속삭임에 화답하듯이 그렇게 활기르 되찾아 내게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내 집에 나 외에 살아 있는 유일한 벗이 되어 준다.

 

아러한 내 마음을 들킨 것 처럼 그대로 보여주는 시 한편을

함께 나누면서 두번째 시를 내 사람들에게 전해 봅니다.

이 들꽃을 통하여 느끼는 행복이 그대로 전해져 함께 행복하기를 기대하면서 .

 

             <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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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불타는 사랑은 길어야  이삼년이라고 합니다.

그 이후에는 두 사람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하는데

깊디 깊은 그 사랑을 시인은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

 

오늘 이 시를 다시 만났습니다.  

 

      널 만나고 부터
                                              이생진

 

어두운 길을 둥불 없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 부터 가지고 싶던거 다 가진 것 같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가마우지의 별

 

                                                     - 손택수 -

 

 

  가마우지는 캄캄하다. 저물대로 저물어서 흰빛을 뽑아낸다.

 

  남쪽 등대섬 옆 바위섬에서 해마다 시베리아 가마우지떼가 겨울을 난다. 그 먼 길을 날아온 새들이 하필이면 바위 절벽 끝에 둥지를 튼 이유를 나는 모른다. 용가시나무와 갯쑥부쟁이와 괭이밥이 겨우 뿌리를 내린 바위 틈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품은 알들을 놓치고 마는 절벽을 한사코 편애하는 정신이란 깎아지른 절벽만큼 아찔할 뿐.

 

어쩌면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것들은 모두 자신만의 카랑카랑한 절벽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빛이 수평선을 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이 수직상승을 통해 닿을 수 있는 섬이라면, 섬은 끝없는 수평이동을 통해 닿을 수 있는 별이다. 한철 내내 자신의 분뇨가 등탑빛으로 반짝일 때까지 바위벽을 하얗게 칠하는 가마우지의 별은 고립을 선택한 자의 은산철벽.

 

  멀리서 보면 해풍에 마른 소금빛과도 얼른 구분이 가질 않는, 칠흑의 몸을 통과한 빛이 바위벽을 차고 떠오를 때 수평선 밖 누군가는 몇 십억 광년을 넘어온 그 빛을 따라 항해를 하리라. 막장으로 들어가듯, 가마우지 저문 몸을 빌려 빛을 캐오는 심해의 어족들도 있으리라.

 

  절벽은 바다를 뚫고 올라온 적막의 다른 이름, 이 외따로운 은수자를 숭배하여 등탑을 향해 난 계단마다 소라와 미역이 제물로 올라오는 배화교도의 바다, 먼 옛날 지상에서 밀려난 풍인들이 떨어져나간 살점을 소금물에 씻다 떠났다는 해안.

 

  그 섬에선 가마우지도 등대지기다

 

 

 

------------------------------

아래 시에 손택수 시인의 시가 한편 " 의 등을 밀며" 있습니다.

이 시의 말미 "그 섬에선 가마우지도 등대지기다"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산문시는 마치 어렸을 때 칡을 씹듯이 여러번 곱씹어야 제맛을 냅니다.

저도 그렇게 여러번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지치는구나 할 때쯤 이 마지막 대목이 살아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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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은 노래 조관우의 늪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 담아 놓습니다.

엊그제 부터 목이 간질 간질...

소금물로 목을 달랬건만 그 때 뿐...

춥다고 가볍게 옷 하나 껴입으면 덥고

그렇다고 껴입은 옷을 벗으면 추워지는 증상.

마치 그리움처럼.

전형적인 감기 증상

체온 조절이 안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약함 속의 목감기 약을 찾아서 먹었습니다.

그리움처럼..

 

 

 

늪  

 

                                             조관우 노래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에도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었지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난 멈출수가 없었어 이미 내 영혼은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가려진 커텐 틈 사이로 처음 그댈 보았지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고 가슴엔 사랑이
꿈이라도 좋겠어 느낄수만 있다면

우연처럼 그댈 마주치는 순간이 내겐 전부였지만
멈출수가 없었어 그땐 돌아서야 하는 것도 알아

기다림에 익숙해진 내 모습뒤엔 언제나 눈물이
까맣게 타버린 가슴엔 꽃이 피질 않겠지

굳게 닫혀버린 내 가슴속엔 차가운 바람이
꿈이라도 좋겠어 그댈 느낄수만 있다면
우연처럼 그댈 마주치는 순간이 내겐 전부였지만
멈출수가 없었어 그땐 돌아서야 하는 것도 알아

기다림에 익숙해진 내 모습뒤엔 언제나 눈물이 흐르고 있어
오늘밤 내방엔 파티가 열렸지 그대를 위해 준비한 꽃은
어느새 시들고 술잔을 비우며 힘없이 웃었지

또 다시 상상속으로 그댈 초대하는 거야
 
 

 

 

 

 

 

 

당신이 보고 싶은 날

 

                   -이해인-

 
요즘엔
당신이 더욱 보고 싶습니다
지척인 당신을 두고서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 한 구석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마음에 견딜 수 없을 때면
이런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꿈이 었으면"
 
"당신이 꿈이 었으면"
꿈 속에 들어가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텐데
하루 종일 꿈 속에 있기 위해
영원히 잠 속에 빠져 볼-들수도 있을텐데
 
당신은 지금 현실 속에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은
내 마음에 화살이 되고
저는 과녁이 됩니다
 
또 한번의 그림음의 고난이 끝나면
남겨지는 내 삶의 체취를

눈룰들, 그리움들

그리고 사무치는 고독들

 

조용히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달랩니다.

"당신이 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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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참 빨리 갔습니다.

 

나이에 비례해, 그것도 자기나이의 십자리 숫자가 일년처럼 빨리 갈거라는

아버지의 생전 말씀이 늘 귓가에 선합니다.

카톡으로 전해받은 시를 카톡으로 다시 전달하는 와중에 이렇게 전해 봅니다.

 

늘 그래온 것 보다는 다르게

올해는 무언가 좋은 일들이그득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중국에서 맞는 두번째 새해아침입니다.

아내와 딸 아이와 함께 했던 새해 아침

작년 새해 아침의 쓸슬함이 일년 내내 내게서 맴돈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어려운 한 해"였는데 2014년도는 무언가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 두 사람은 천진 공항을 통해서 짧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고 난 배웅을 마친 후 바로 성당으로 ...

다행히 "강복"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의 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이제는 목사가 된 친구 녀석이 했던 말 처럼

가장 중요한 강복만 따 먹은 셈입니다.

"주한 미군 한 사람이 예배 시간 말미 목사님의 강복 시간에는 꼭 참석한다"는

우스게 말처럼 그렇게 신부님의 강복을 받았습니다.

(그 미군은 한국 말을 모르니 기도와 설교 시간은 스스로 은혜를 받지 못하지만

강복은 말을 몰라도.축복을 내리는 시간이므로 가능하다고)

 

제 마음을 전하고 기원하듯 함께 나눕니다.

 

 

 

  송년엽서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한번

빨리왔던 시간들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은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건 잊고

용서 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전

미루지않고 사랑하는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해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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