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6. 12:54 좋아하는 시

귀천 천상병

 

               <용문사 은행나무 >

 

엊그제 레지오 천진 성당 년차 친목모임에서

예수교서회 소속이시며 평화방송 피정담당이셨던

정구평(마르코) 신부님이 부르시는 "귀천" (어느 수년님 작곡)노래를 들으면서

이 시가 다시 떠오르고 누군가가 많이 그리워졌습니다.

하늘 한번 쳐다 볼 수 있는 날은 행복하다 했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다고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그의 하늘은 아마도 고향같은 "평화"였습니다.

이 세상은 잠시 소풍이었다고...

어렸을 때 소풍은 우리들을 얼마나 가슴설레게 하고 즐거웠습니까?

저도 그리 고백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신부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눈을 감고 그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에

그 누군가를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131215>

 

------------------

 

아래 글은 아버지를 여의기 십여일 전에 당신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생각나는 시였고 그 소감을 담담히 적었던 글이다.

천상병 시인은 독재의 그늘하에서 고문의 후유증으로 남들 보기에는 가장 불행하게

그러나 언듯 생각하면 가장 행복하게 살다간 그래도 불행한 시인이었다. 

 

나의 부친은 그런 삶은 아닌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지만 당신도 떳떳해 하셨고

나 역시 자랑스러운 아버지이다.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얼마나 될련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난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가진 행복한 사람이다.

 

아래 저 시를 문득 그리워하던 마음으로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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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대학시절 광주 우체국앞 나라서적에서 우연히 빼어든 시집 하나

그 속에 든 이 시를 읽고서 한 동안 자리에서 떠날 주 없었다.

그것은 이 시가 내게 준 충격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천상병 시인의 삶이 더욱 그렇게 다가왔었다.

 

그 뒤로 차모임이 있어 서울에 가면 인사동 찻집 그 귀천에서 차 한잔을 마셧다.

아마 그걸로 이 시는 내게서 깊이 자리잡았지만

정말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오늘 문득 이 시가 그리워졌다.

 

생각하기조차도 싫지만 이제는 당신을

이렇게 하늘로 보내드려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온 것을 예감한다.

병상에 그렇게 계셔도, 고통스러울신테도

당신의 정신은 말짱한데 중환자실에서 사지를 맡기신채로 

그렇게 누워계시는 당신을 보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이 넘게...

 

얼굴을 보면 날짜를 물으시고 시계를 채워 달랜다.

그리곤 간혹 남들 몰래 적어주시는 글 하나에

나는 마음 절이고

살아계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힘이 되어주고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자 울타리인데

 

입원전에 전화를 드려서 떼를 섰다. 정말 건강하게 오래사시라고

그리고 십오년전 당신이 하신 약속을 지키시라고 말씀드렸는데

허허  웃기만 하셨다.

 

병원에서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다시 떼를 쓴다.

예전 그 약속 꼭 지켜야한다고...

그러면 빙그레 웃으시다가 이내 가만히 고개를 저으셨다.

당신 스스로 마음을 놓으신 기분이다.

 

그래도 다시 말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시라고 그렇게 떼라도 쓰고 싶은데

그 고통스러우신 모습에 자신이 없다.

그래도 다시 말할 것이다. 그 약속 꼭 지키시라고

비록 그 약속 기간이 4년 밖에 안남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080411>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https://youtu.be/566fwICMCeM

歸天 : 천상병 / 노래 :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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