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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10.04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 김광규
  3. 2013.10.02 방문객 정현종
  4. 2013.10.02 도랑가 잣나무 생각 김남극
  5. 2013.09.28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2013. 10. 5. 00:11 좋아하는 시

봄비 노천명

 

 

 

이 글을 예전 다음 블러그에 올렸을 때 어떤 분이 제게 질책의 글을 남겼습니다.

왜 친일파의 시를 좋아하느냐고.....

 

저는 노천명 시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시로써 시 "봄비"를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받아들여야지 그 시에 사람을 덧입혀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서정주 시인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분의 친일 행적도 그렇고, 사생활도 그렇고, 일반적인 인간성(?)도 아마

(그래도 시인으로써의 능력과 지질만큼은 ....)

그렇지만 그분의 시는 정말 좋습니다.

 

시라는 게 시인과 일체감이 들기에 선입견도 생기고

때로는 그 시인의 행적등으로 감흥과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 시를 읽으면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이 배가되는 경우도 왕왕있구요.

아마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와 동화될 수 있기에...

  

그러나 시만 놓고 본다면 미당 서정주 시인을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개별 시인들의 잘잘못은 잘알고 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

엊그제 회사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공장 바로 앞에 있는 영취산을 올랐습니다.

서울 본사로 옮기기 전에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영취산의 변해가는 색에 관심을 둡니다.

매일 아침마다 진달래가 피어 몇 미터 씩 붉게 물들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하루 하루가 즐겁고 봄이 온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요즘이 그런 때였지만 웬지 예전 처럼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만큼은 누구와 함께 오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약속이었고, 이럴수록 더 함께 웃고 즐겨야 한다고 스스로를 가다듬었습니다.

오래 전 영취산이 산불로 인해 진달래가 아름답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예전의 진달래 꽃 산의 명성을 다시 찾은 듯 합니다.

 

오르는 길에 시들이 여러편 시화전 처럼 늘어져 있었습니다.

요즘 가을에도 유명한 산엘 가면 산 초입에는

이렇게 시화전으로 아름다운 시들을 볼 수 잇어 산행에 기쁨을 더해주곤 합니다.

 

많은 시들이 봄을 노래하고 진달래를 노래했는데

문득 발견한 이 시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시라는 게 자신이 느끼는 상황에 따라 시가 달리 보이곤 합니다.

평소 같으면 센치하다고 거들더 보지도 않고 건너 뛸 이 시에

마음을 주고 위로를 받은 것입니다.

 

하루 반짝 하는 시는 아닐 것 입니다.

 

                                 <100411>

 

 

 

         봄   비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노천명 시인
생몰 1912년 9월 1일 ~ 1957년 12월 10일
학력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
경력 1955년 서라벌예대 출강

 문학활동

1932년〈밤의 찬미〉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으며,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시 〈사슴〉이 유명하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시에는 주로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부드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통 문화와 농촌의 정서가 어우러진 소박한 서정성, 현실에 초연한 비정치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 중에 쓴 작품 중에는 〈군신송〉등 전쟁을 찬양하고, 전사자들을 칭송하는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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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집에서 회사로 출근하려면 승용차로 한 시간이 걸립니다
원칙적으로 이 곳에서는 운전 금지이기에 손수 자가 운전은 안됩니다.
아무래도 이곳 천진이 아직도 운전문화는 좀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집에서 출발하여 외환선(외곽도로)를 타기 전에 시내의 도로체증을 겪고
시외곽으로 빠지기 직전 한 육교 교차로 아래에 인력시장이 섭니다.
이삼백명이 넘게 모여서 어디론가 하루 일자리를 찾아 기다리는 인공(농공)들 입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기다리고 한켠에는 작업요 트럭들도 대기중입니다.
그 모습은 생기보다는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년 회사가 항구 매립지이기에 이어지는 염전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곳 천진이 기후 특성상 예전부터 소금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지금은 도심 확장과 기후의 변화(예전에 비해 비가 좀 많아짐)로 소금밭이 줄긴하였지만

손수 운전도 못하고, 혼자 살다보니 가는 곳도 제한적이어서 시내길에 어둡고
따라서 대중 교통(시내버스)은 예전에 한번 타 보고 아직은 낯설은 편입니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면 (회사 사정이 좋아져서 제대로 쉬는 때)
흉ㄹ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가 볼까 합니다. 

그 때에 느낀 점도 저 아래 글과 비슷하지 않을가요? 

 

                                      <131004>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내 모습과 옛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결혼하고서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아내가 잠시 일을 한다고 산 중고차를 이용하여 새벽같이 아내가 학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원래 요령을 모르고 있는 그대로만 하는 내 성격 탓인지 한번에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운전 면허증을 받은 그 날 저녁. 

아내는 내가 퇴근 하자 한적한(?) 길에서 내게 운전을 맡겼는데

속도감이 없는 내게는 지금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아내도 두고 두고 미안해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속도감을 즐기는 것 보다는 어디론가 자유롭게 간다는 것

운전이 주는 자유를 즐기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회사에 출퇴근 할 때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즐겨하였습니다.

에너지 절약이랄지 이런 캠페인적 성격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창기에는 지하철 보다는 시내버스를 더 많이 이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웬지 시내 버스 안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주위의 풍경을 통해서 내 스스로 즐기기도 하고

미처 보지 못한 남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하루의 일과가 웬지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빠른 지하철을 타게 되면

콩나물 시루같은 발디딜 틈이 없어 재미는 없지만

단지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하철을 더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편한 잇점으로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다가 여수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쫓다가 놓친 것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거리의 풍경에서

할머니의 무거운 짐(젊은 사람들은 결코 무거운 짐을 지거나 들지 않습니다)을 들고

힘들게 걸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멀리 어머니를 떠올렸고

때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고

서로 모녀간에 나누는 정겨운 얘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중 고등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얘기들을 몰래 엿들으면서 내 아이들도 저렇겠지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의 답답한 공기와 다를 맑은 바람과 높은 하늘

 

언젠가 출근버스 안에서 겪은 일상으로

모처럼 내가 받아 준 책가방에 대한 얘기를 블러그에 적은 적이 있는데

그 블러그 글이 한국일보에 옮겨겨지기도 했었습니다.

 

속도의 경쟁에 따라 우리들이 잃게되는 게 많습니다.

또한 몸이 편해지면서 잃는 것도 역시 많습니다.

운전 역시 속도의 경쟁이고 몸을 편하게 만들어주기에 바꾸기 힘든 습관처럼 굳어버립니다.

그렇지만 나 부터가 손수 운전을 하면서 잃는 게 너무 많습니다.

우스게로 아이들은 "아빠는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달라졌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운전을 하면 난폭해지고 욕설을 입에 달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아마도 가장 큰 손해는 그 댓가로 내어주는 "삶의 여유"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시였는데 이제야 그 제목이 떠올라 옮겨 놓습니다.

이 시를 통해서 앞만 보고 달리면서 잃어버리는 소소하지만

삶의 진실을 놓치는 나에 대한 안내자로써

그리고 아쉬움과 안타까움 특히 젊은이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공감이 되었고

잠시 나마 스스로에 대한 단상을 통해 도 다른 여유를 가져 봅니다..

 

그래서 함께 나눕니다.

 

                            <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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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춘천 강촌역 다리 낙서>

 

오늘 아들과 딸에게 편지를 각 한 통씩 쓸 수 았었습니다.

시간을 내어 편지를 써야지 하면서도 요즘 공장 일이 만만치 않아 시간을 못내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오신 분과 함께 운동을 하다가

제가 너무 형편없이 볼을 치자 왜 ㅇ리 되었냐고 묻길래

습관처럼 당연한 듯 "연습을 못해서"라고 핑게를 대자

그 분이 제 귀에 살짝 데고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잠은 자느냐"고

물론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도 시간 핑게를 대려고 하다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국경절 칠일 연휴(원래는 삼일입니다. 10/01~03)

그러나 대체근무 2일, 주말 2일을 더해 7일 연속휴뮤에도

쉬지 않고 매일 나와야 할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문자만 넣어줘도 관심이 갑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제게 전해져 오는 소리이기에....

 

           <131002>

 

-------------------------------------------------------

요즈음 일손이 제대로 잡히질 않습니다.

딱히 그 이유를 "이거다"라고 짚어낼 수는 없지만

아뭏튼 의욕을 잃게 만든 그 무언가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러 날은 훌훌 벗어버리고 산에 오르는 게 최고라고 여겨집니다.

날 한번 잡아서 마음가는 대로 걸어 볼 요량입니다.

 

개인적으로 "정현종 시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내 색깔과 맞지 않아서인지 웬지 마음이 가지를 않습니다.

그 시인의 시를 접한지 꽤 오래되었어도 첫 느낌의 아쉬움은 지금도 짙게 남아 있습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들킨 것은 아닐까?" 하고 가 생각도 해 보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분의 시 몇 수는 좋아합니다.

그 중에 하나를 옮겨 보는데 제목은 "방문객"입니다.

 

참고로 이시의 첫 싯구는 지난 2011년 5월에 교보빌딩의 글판에 적히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광화문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이 글판을 그냥 넘겨 지나치지 않고

꼭 읽어 보게 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좋은 글귀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로써 함께 나눕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 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클 것이다.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이 시를 읽고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동안 나를 스쳐 지나 갔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리워졌습니다.

  쉽게 지나쳐버리고, 기어나지도 않는 스침이 되어 버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제게 있어 참 소중한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만남은 소중하다는 것을... ...

 

  정말 그렇습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나를 위하여  다가온다는 것 보다

  가슴 설레이고 더 큰 기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오는 것이기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 한 일이지요

  그 모든 인연이 처음 만남 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신인의 노래처럼 정말로 어마어마 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 제 나이들어가면서 알게 됩니다.

 

  참고로 교보문고 글판에는 이렇게 걸렸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 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120601>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전남 완도군 청산도 에서 , 서편제 촬영지자 유네스코지정 Slow city>

 

 

쉽게 달아오르고

돌아서면 또 다시 남의 일이 됩니다.

그렇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분법으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다고 편을 갈라 놓습니다.

사람을 보는 잣대의 기준을 자신도 모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익숙한 탓입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시간 문득 함께 나누고 싶은 시입니다.

그냥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도랑가 잣나무 생각

                                            김남극 

 

저 도랑가 잣나무는 억울했을 것이다.

한 번쯤은 누구에겐가 기대고 싶었을 것이고

한 번쯤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을 것이고

또 한 번쯤은 옆 밭에서 감자 캐는 여자와

바람이 나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 도랑가 잣나무는

강한 듯해야 하고

의연한 듯해야 하고

늘 한 번씩 자란 증거를 보여야 하고

한 해 건너 잣 꼬쟁이를 정수리에 달아야 하니


꼭 그래야 하나

그런 척 해야 하나


문고리에 손이 쩍 달라붙는 겨울아침

우물에서 올라온 지구 내부의 숨결을 하얗게

뒤집어 쓴 잣나무를 생각한다.

밤낮으로 생각한다.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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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다음카페 벽지랑바닥재이야기>

 

손택수 시인의 "아버지의 등을 밀며"라는 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서두부분에서는 시 같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읽었다.

다시한번 소리내어 마음을 불어 넣었다.

 

엊그제 아내가 카톡으로 "선물을 보냈는데 왜 답이 없냐"고 물었다.

다시 보니 사진 너다섯개를 보냈는데

첫 장의 사진은 "아버지와 나"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곤 내가 아이들 간난 아이일때 안고 찍은 자신 두어장에

웬 아가씨 사진과 남자 아이가 또래 여자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이었다.

그 아가씨 사진은 백사장이어서 아들 녀석의 숨겨둔 여친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다음 사진의 여주인공이 그렇게 컸단다. 하기야 아들 녀석과 동갑이니?

어렸을 때 엄마 아빠끼리사돈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중학생 때 다시 만낫을 때 어색함이 약간 감돌기는 했지만....

 

그건 그렇고, 첫장의 사진이 여운처럼 남았다.

아내가 물었다 " 그사진 보고 아버지 생각나서 울었냐?"고.

기분이 남달랐지만 눈물까지는 나지 않았다.

.

나도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남들 처럼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고 싶었는데

그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아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적었다.

마지막에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린 것은 당신 돌아가시기 서너달 전에야 이룰 수 있엇다.

목욕탕에 같이 가시자는 말에 보통 가시지 않겠다고 하시던 분이 그 날은 혼쾌히 길을 나섰다.

집 앞의 오래된 동네 목욕탕! 아버지 돌아가신지 이년 정도 지나서 없어졌다.

 

몸에 물을 끼얹고 아버지의 등을 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냘픈 몸에 푹 쳐진 어깨 더군다나 앙상 마른 몸은....

마음의 아픔을 지나서 전라도 말로 짠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내 눈물이 더 났다.

난 내내 목욕탕 천장을 보면서 아버지의 등을 밀고

아버지의 몸을 씻길때에는 마주 볼 수 없어 욕탕 바닥만 보면서 씻겨 드렸다.

 

목욕을 마친 후 개운하셨던지 다음에 오자는 말에 맑게 말을 받아주셨다.

그러나 다음에 목욕탕을 재촉하자 나중에 같이 가자고 그러셨는데

혹시 우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 

그만 병석에 누우신 후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릴 기회도 없이 그렇게 떠나셨다.

한번만이라도 더 당신 등을 밀어드리지 못한게 마음에 남아 있다.

아마 초라하신 당신 몸을 비록 아들일지라도 보이고 싶지는않으셨던 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얼마 뒤 아들 녀석과 함께 서울 집 근처 사우니에 들러 내가 먼저 녀석의 등을 밀어주고

나중에 녀석이 내 등을 밀었다. 

그 때도 아버지 생각으로 그 사우나 천장 불빛만 애궂게 쳐다 보았었다.

 

이 시의 마지막이 애잔하다.

 

참 아내가 준 선물 덕으로 그날 아버지를 여윈 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굼을 꾸었다. 

그런데 내용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회사 일로 힘들어 하는 나를 멀리서 보고 계셨나 보다.  

 

                                  <130928>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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