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에 해당되는 글 152건

  1. 2014.10.28 부부 함민복 + 안쓰러움 나태주 시를 읽고서
  2. 2014.10.23 파리 조인선
  3. 2014.09.18 멀리서 빈다. 나태주
  4. 2014.09.06 허수아비를 만나면 장시하
  5. 2014.08.20 가을 김현승

맨 처음 접하면 그렇고 그런 시 같은데

두번을 연달아 읽으면 마음 속에 들어오는 시

이런 시들이 가을에는 좋다.

그런 시 두편을 연달아 옮겼다.

 

만일 세번을 연달아 읽는다면 ...

조금은 눈물이 날 것도 같다.

그래서 난 세번째를 건너뛰고서  네번째로 생각하고 읽었다

감추어진 세번째처럼 눈물도 감추어진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모기 한마리(실제는 아닐 것이다)가 집안에서 극성이다.

잡아보려고 해도 실력이 없어서인지 도무지 잡혀주지를 않는다.

아마 한마리는 아닐 것이다.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귀신같이 알고서 찾아와 함께

자자고 귓가에서 윙윙대는 소리에 

"이제는 늦가을이라 피를 빨 힘이 없겠지"라고 안심을 해보기도 했는데

며칠 내내 여기 저기 모기가 지나간 자국이 훈장처럼 남겨져 있다,

이삼일만 헌혈하면 녀석도 제풀에 지쳐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아주 먼 나라로 ...

 

다시 두번을 연달아 더 읽었다.

이번에는 세번째를 건너 뜀 없이 연달아 읽었다.

마음이 붉어졌다.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안쓰러움

                나태주


오늘 새벽에 아내가 내 방으로 와
이불 없이 자고 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고 있는 내가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잠결에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젯밤에는 문득 아내 방으로 가
잠든 아내의 발가락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돌아왔다
노리끼리한 발바닥 끝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달만한 발가락들이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내도 자면서 내 마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다른 방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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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3. 17:06 좋아하는 시

파리 조인선

  파리

 
                                     - 조인선

꿈은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
적당한 거리와 시선이 만들어낸 착각에
세상은 떠 있다
밥상머리에 달라붙은 파리들은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자유로운 어둠을 뚫고 생겨난 생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파리채를 들고 가까이 가자
죽을 놈과 살놈이 구별되지 않았다

 

       조인선 시집 "노래" 에서

 

 

 

혼자 생각)

마지막 글귀 나니 싯귀가 마음에 들었다.

죽을 놈과 살 놈이 구별되지 않았다. 라는 구절이.

앞 대목이야 그렇게 누구나 옮겨 쓸 수 있는데..

 

그런데 사진은 코스모스와 나비를 대신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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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내일이 딸 아이 생일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저도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쇠면 9월 19일

바로 내일이고 딸 아이랑 같은 날이 생일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저의 음력과 딸 아이의 양력이 일치되어 생일을 맞으니

가는 강물처럼 딸 아이의 생일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딸 아이 자체가 선물이니 제가 큰 선물을 받은 날이 된것이죠.

 

다행히도 딸 아이에게는 메일로 편지가 가능해서 (전달 방식)

어제 오늘 연달아 편지를 보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전할 수 있는 선물은

편지와 기도만으로 저는 충분했는데 

딸 아이는 어떠할 지 궁금하지만

내 마음과 같을거라 그렇게 위로를 합니다.

 

이 시를 어제 녀석에게 보낸 편지의 첫머리에 실었습니다.

내 마음을 그대로 딸 아이에게 전한듯한 내 마음의 시처럼.

 

 

가을 바람이 솔솔 부는 날에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

딸 아이의 생일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아련해서 머리에서만 빙빙돌기에 ...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을 한 후 다시 한번 읽게 되었습니다. 

 

시 구절 구절이 마치 마음 속 맨 살을 드러낸 느낌으로  

특히 마지막 싯구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아래 "아프지 마라"는 몸과 마음 모두를 의미하겠지요.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이렇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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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진에서 두번째 맞이하는 추석입니다.

엊그제 생일이라고 우연히 남경에서 들린 후배녀석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더니

그 술로 인한 내상의 휴유증이 좀 길고 크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세월(?) 앞에서는 장사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이면 늙으신 어머니께서는 잊지 않으시고

꼭 아내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내게 전화를 해서 축하 인사를 전하곤 합니다.

이번 생일에도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고서 내게 전활르 하셨습니다.

 

천진의 날씨도 가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을 여행을 가면 도로에서 만나는 게 이 허수아비들 이였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사라진 허수아비들이 색동옷을 입기도 하고 양복을 입기도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전의 허름한 허수아비를 넘어 우리들처럼 부자가 되었나 봅니다. 아마 우리으 현수준이 그대로 반영되었겠지요. 

 

비록 몸은 천진이지만 이렇게 여행을 떠나 봅니다.

 

 

예전에 가족여행으로 양평 쪽으로 해서 강원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들녁이 아닌 도로 변에 이런저런 허수아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낯설은 시골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아름답게 맞아주는 듯 했는데

허수아비도 사람같아서인지

외톨이로 있을 때 보다 함께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들의 눈은, 시인들의 마음은 우리와 조금은 다르구나" 생각했는데

나도 한 때는 이랬을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감정의 날이 무딜대로 무뎌져서 느끼지 못하는데

시인들은 미세한 바람소리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바람소리를 듣나 봅니다.

 

허수아비는 말할 수 없이 지쳐있어서 

지친 미소로 바라보던가 아니면 등이나 따뜻히 어루만져 달라는 말에

살짝 마침표를 찍어 놓습니다.

 

           <131017 아침>   

 

 

  허수아비를 만나면 ...   

 

                                                          장시하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그냥 작은 미소로 바라보고 등이나 한 번쯤 어루만져 주어라
우리는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가 외로워 보여 말을 걸고 싶어도
허수아비는 말할 수 없이 세상에 지쳐있다
지난 여름 찌는 뙤약볕 아래에서 몸서리치는 더위를 버텼고
아이들이 던진 철없는 돌팔매에 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거센 비바람에 옷은 찢기고, 모진 눈보라에 살은 얼어가도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등대가 되어 바다를 밝혀야 하듯
허수아비는 들판에 서서 세상을 밝혀야 한다

허수아비는 그렇게 모진 세상을 두 눈 짓무르도록 바라보면서도
결코 눈물을 보이며 울지는 않았다
빈 들녘에 만나는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작은 미소로 바라보던가
세월에 지친 등이나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어라

 

   <별을 따러 간 남자. 장시하. 2008.5.17>

 

 

참 오랫만에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삼년 전엔가 회사 직원의 사모께서 동인지 활동을 하다가

낸 시집을 받은 적 있지만 그것은 선물보다는 그냥 공유에 가까웠습니다.

 

난 시인 "장시하"를 잘 모릅니다.

시집 " 별을 따러 간 남자"라는 시집을 선물 받고서

단숨에 읽어 내렸습니다.

물론 시집을 단숨에 읽는다는 것은 글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봐도

그리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시집 안의 여러 시가 가슴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잔상이 남아 있는 이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인은 이 시집이 발간되던 2008년에는 춘천에서 시작 생활을 했는데

지금도 춘천에서 시작 생활을 하는지... .

온 가족이 가을 날 들린 호반의 도시 춘천 ....

삼악산에서 의암댐으로 그리고 호수... 그렇게 아름다움에 물든 마음은

간혹 온 가족과 함께 (비록 그 때와 달리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할 것입니다.

 

예전 휴가 때 3박4일로 들렸던 가족 문화유산 답사지를 다시 한번 그 기억으로 오르고 싶습니다.

 

이 시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선물로 전한 친구에게 따스한 마음을 함께 나눕니다.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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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0. 00:27 좋아하는 시

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언어의 뼈마디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

 

"가을의 기도"와 "플라타나스"가 더 유명한 이지만

아들을 잃고서 지은 "눈물"과 함께 이 "가을"도...

덤으로 "아버지의 마음"도 함께 ..

 

 

*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굽이 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 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시집 : 절대 고독,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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