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접하면 그렇고 그런 시 같은데

두번을 연달아 읽으면 마음 속에 들어오는 시

이런 시들이 가을에는 좋다.

그런 시 두편을 연달아 옮겼다.

 

만일 세번을 연달아 읽는다면 ...

조금은 눈물이 날 것도 같다.

그래서 난 세번째를 건너뛰고서  네번째로 생각하고 읽었다

감추어진 세번째처럼 눈물도 감추어진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모기 한마리(실제는 아닐 것이다)가 집안에서 극성이다.

잡아보려고 해도 실력이 없어서인지 도무지 잡혀주지를 않는다.

아마 한마리는 아닐 것이다.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귀신같이 알고서 찾아와 함께

자자고 귓가에서 윙윙대는 소리에 

"이제는 늦가을이라 피를 빨 힘이 없겠지"라고 안심을 해보기도 했는데

며칠 내내 여기 저기 모기가 지나간 자국이 훈장처럼 남겨져 있다,

이삼일만 헌혈하면 녀석도 제풀에 지쳐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아주 먼 나라로 ...

 

다시 두번을 연달아 더 읽었다.

이번에는 세번째를 건너 뜀 없이 연달아 읽었다.

마음이 붉어졌다.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안쓰러움

                나태주


오늘 새벽에 아내가 내 방으로 와
이불 없이 자고 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고 있는 내가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잠결에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젯밤에는 문득 아내 방으로 가
잠든 아내의 발가락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돌아왔다
노리끼리한 발바닥 끝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달만한 발가락들이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내도 자면서 내 마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다른 방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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