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에 해당되는 글 61건

  1. 2013.10.10 캄보디아 저녁 . 우화의 강 마종기
  2. 2013.10.05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3. 2013.10.05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4. 2013.10.05 안부 김시천 1
  5. 2013.10.05 봄비 노천명
 

 

 
캄보디아 저녁 

                                         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 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 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인물사진
마종기 시인
출생 1939년 1월 17일 (일본)
가족 아버지 마해송 (어머니:박외선,한국최초의서양무용가 )
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대학원 의학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수상 2003년 제16회 동서문학상
경력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방사선과 과장
 
시인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등의 시집과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을 발표했다. 2006년 미국의 화이트 파인(White Pine) 출판사의 '한국의 목소리' 시리즈로,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시선집 『Eyes of Dew』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 나의 가족과 나의 시

1~5 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글은 생략하고 마지막 글만 옮겨봅니다. 다시 읽어도 좋은 글입니다.

 

이제 나는 오래 떨어져 있어도 못내 사랑을 끊을 수 없었던 모국어를 다시 만지며 겸손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시를 빗고 문학을 만들어보려 한다. 내 재주가 부족해서 바라는 만큼의 문학은 못 하게 되겠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는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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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다음블러그 MBCYSC>

 

 

언젠가 처럼 늘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그러다 그 바램이 때때로에도 만족할 나이가 되었지만

항상 이 시는 그렇게 나를 떠나지는 않았다.

 

언젠가 전화를 걸어 오래 오래

함께 해달라고 마음을 전했던 날

당신은 도리어 걱정으로 한없이 밤을 세우셨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싶은데

더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이미 마음은 이별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난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아니 아예 이별이란 단어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준비없이 보낸 것이다.

 

어찌 그 분 뿐이겠는가

 

내게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정말 많다.

 

일일히 마음을 전하지 못하지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려지면서도

아직 내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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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다음카페 가수 한성아 팬카페>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1905~1977) 시인의 호는 이산(怡山), '기쁜 산'이다. 그는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창씨개명을 반대한 애국교육자, 광복 후 중앙문화협회를 창립한 우익 문단의 건설자, 이승만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지낸 정치인, 언론사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으로 현대사 100년을 정말 '산'처럼 살았다. 실제로도 그는 늘 산을 향해 있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산〉), "목마른 아스팔트를 옆으로 빠져서/ 나는 계절이 풀리는 산으로 간다"(〈산바람처럼〉).

'남포 깐다' '남포 튼다'는 말이 있었다. 남포란 다이너마이트를 이르는 말이다. 이 개발 저 개발로 너도나도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60~70년대 내내 대한민국 전역에 이 산 저 산을 깨는 남포 소리 울려 퍼졌었다. 산을 깎아 돌을 채취하고 도로를 만들고 빌딩을 올리곤 했다. 뻥 뻥 남포를 까면 산에 살던 뭇 짐승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강에 살던 뭇 물고기들은 기절을 하기도 했다. 뻥 뻥 남포 까는 소리에 밤 보따리를 싸들고 서울로, 서울 로 몰려든 사람들이 산동네, 달동네로 몰리던 시절이었다. 이 시의 창작 배경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돌 깨는 소리가 채석장에서 울리면 놀라서 날아오르는 새들, 그러나 저것들이 우리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인가. 돌 깨는 산에서는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고 집들은 모두 시멘트로 지어서 마음 놓고 내릴 장소도 없는 저것들이란 데 생각이 머물렀어요." 고혈압으로 쓰러져 투병하던 중 성북동 집 마당에 앉아 하늘을 돌아나가는 비둘기떼를 보고 착상했다고 한다.

성북동 산과 산동네가 개발되면서 산비둘기는 둥지를 빼앗겼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간들이 산을 깨는 것과 비둘기들 가슴에 금이 가는 것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제 산비둘기들은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그렇게 쫓긴 산비둘기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고가 밑으로, 옥상으로, 창턱으로 흰 똥을 찍찍 내갈기며 뒤뚱뒤뚱 걸어다니고 있다. 산동네, 달동네 사람들도 그렇게 내쫓기곤 했다. 재개발과 산업화와 도시화와 문명화의 이면이었다. 유심초가 부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노래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저녁에〉)라는 시를 읊조려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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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5. 00:12 좋아하는 시

안부 김시천

 

 

    안     부           

                                               김 시 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김시천 시인에 대하여

1956년 1월 14일 충북 청주 출생
1987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1989년 실천문학사에서 간행된 해직교사 신작시집 <몸은 비록 떠나지만>에 작품을 발표
현재 민족문학 작가회의 회원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청풍에 살던 나무> 제3문학사 1990
시집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온누리 1993
시집 <떠나는 것이 어찌 아름답기만 하랴> 내일을여는책 1995
시집 <마침내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 문학동네 1998
시집 <시에게 길을 물었네> 문학마을 2003
시집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 내일을여는책 2003

 

-------------------------

 

안부를 묻는다는 것은 관심과 사랑입니다.

문득 많은 이들에게 안부를 붇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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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3. 10. 5. 00:11 좋아하는 시

봄비 노천명

 

 

 

이 글을 예전 다음 블러그에 올렸을 때 어떤 분이 제게 질책의 글을 남겼습니다.

왜 친일파의 시를 좋아하느냐고.....

 

저는 노천명 시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시로써 시 "봄비"를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받아들여야지 그 시에 사람을 덧입혀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서정주 시인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분의 친일 행적도 그렇고, 사생활도 그렇고, 일반적인 인간성(?)도 아마

(그래도 시인으로써의 능력과 지질만큼은 ....)

그렇지만 그분의 시는 정말 좋습니다.

 

시라는 게 시인과 일체감이 들기에 선입견도 생기고

때로는 그 시인의 행적등으로 감흥과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 시를 읽으면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이 배가되는 경우도 왕왕있구요.

아마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와 동화될 수 있기에...

  

그러나 시만 놓고 본다면 미당 서정주 시인을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개별 시인들의 잘잘못은 잘알고 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

엊그제 회사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공장 바로 앞에 있는 영취산을 올랐습니다.

서울 본사로 옮기기 전에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영취산의 변해가는 색에 관심을 둡니다.

매일 아침마다 진달래가 피어 몇 미터 씩 붉게 물들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하루 하루가 즐겁고 봄이 온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요즘이 그런 때였지만 웬지 예전 처럼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만큼은 누구와 함께 오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약속이었고, 이럴수록 더 함께 웃고 즐겨야 한다고 스스로를 가다듬었습니다.

오래 전 영취산이 산불로 인해 진달래가 아름답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예전의 진달래 꽃 산의 명성을 다시 찾은 듯 합니다.

 

오르는 길에 시들이 여러편 시화전 처럼 늘어져 있었습니다.

요즘 가을에도 유명한 산엘 가면 산 초입에는

이렇게 시화전으로 아름다운 시들을 볼 수 잇어 산행에 기쁨을 더해주곤 합니다.

 

많은 시들이 봄을 노래하고 진달래를 노래했는데

문득 발견한 이 시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시라는 게 자신이 느끼는 상황에 따라 시가 달리 보이곤 합니다.

평소 같으면 센치하다고 거들더 보지도 않고 건너 뛸 이 시에

마음을 주고 위로를 받은 것입니다.

 

하루 반짝 하는 시는 아닐 것 입니다.

 

                                 <100411>

 

 

 

         봄   비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노천명 시인
생몰 1912년 9월 1일 ~ 1957년 12월 10일
학력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
경력 1955년 서라벌예대 출강

 문학활동

1932년〈밤의 찬미〉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으며,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시 〈사슴〉이 유명하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시에는 주로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부드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통 문화와 농촌의 정서가 어우러진 소박한 서정성, 현실에 초연한 비정치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 중에 쓴 작품 중에는 〈군신송〉등 전쟁을 찬양하고, 전사자들을 칭송하는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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