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 출혈로 우여곡절 끝에
두달 반만에 병원에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딸 아이가 내 이마를 따스한 손길로
말없이 어루만집니다.

빨리 완쾌되라고 ... .

갑자기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딸 아이도 눈물을  보입니다.

딸아이에게 말해 줍니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고"

딸 아이의 그 따스한 손길에서
지금부터 십일년하고도 칠개월전의
마음, 내 모습이 그대로 비춰준 것입니다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께
내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나름 최선의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기억이
내게 천상의 이슬을 보내준 것입니다

그렇게 아주 오래전 그날이 현실속
오늘로 되살아 난 날 이었습니다.

크리스 마스가 가까워오는지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세브란스 105암병동 로비에서는 찬송가가 울려 환자들 마음 속으로 서서히 퍼져갑니다.

오랫만에 딸아이의 허락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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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사무실에서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촬영을 한단다.

일곱가지 설문에서 제비뽑기를 하는데
뽑아넣고 보니 그 제목이 내게 딱 맞다.

   "올 한해 가장 아쉬웠던 점."

촬영을 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일까?
아무 말없이 카메라만 응시하다가
인터뷰를 중단하자고 했다

계속 진행하면 눈물이 날것 같았다.

굳이 그런 영상으로 송년회를 망치고 싶지도 않고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올 한해를 되돌아 보면
가장 큰 아쉬움은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음에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내 의지의 부족함도 한몫했지만

그러나 가장 큰 아쉬움은
감사할 일로 진 빚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일년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빚진게 너무나 많음에도
어쩌면 그 빚을 하나도 갚지 못할 것 같아서...
이런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났다.
요즘 눈물이 잦아졌다.
마음이 약해진 것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굳이 애써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30년이 넘게 다녔던 회사생활을
이제는 년말에 마감하려고 한다.
정년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내 자신을 위해서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미 마무리 결정을 내렸음에도
삼십년생활을 하루 아침에 정리한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마지막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12월초에 광주 본가에 내려가 어머니를 뵐 계획이다.
일주일에 두어번 이상 통화를 하면서도 막상 찾아뵙지를 못했다.

그건 바짝 마른 내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기는 솔직히 싫었다
그리고 더 큰 걱정은
어머니앞에서 눈물을 보일것 같아서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보고 싶은걸 어찌할까
어머니 품에서 서럽게 울고 싶은걸 어이할까?

밤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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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그런데도 인디안써머는 아니다.
복직 후 출근해서 주로 사무실안에만 있다보니...못느끼는 것일수도 있겠다.

출근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CT 결과와 함께...
모친은 마치 당신일처럼 기뻐하셨다.
기뻐하시는 목소리의 떨림이 그대로 내게로 전해오자 목이 감겼다.

그 후 엊그제 다시 전화를 주셨다.
어찌 근무하느냐고
못믿겠단다.
당신 걱정 덜어줄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물으셨다.

작년 암진단을 받고 황달과 장폐색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중일 때 어머니의 전화가 오면 근무중이라고 하얀 거짓말로 암에 걸린 것을 어머니께 숨겼다.

아시면 괜히 걱정만 하실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소식을 맨 나중에 알게하시고 싶었었다 .

그래서 전화가 오면 병원이면서도 근무라 못받았다고 핑게를 대고 그렇게 넘겼다.

그러다 다행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좋을 때를 골라 아무렇지 않은듯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그때마다 통화를 마치고서 흐르는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리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곤 했다. 그리곤 병실 유리창에 비추는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 가슴에 평생 못을 박는 상상과 함께, 이제 평생 씻을 수 없는 불효자가 될것 같아 소리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면서 가슴속에서는 소리내어 엉엉 울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하얀 거짓말이 아닌가하고 의심을 하신 것이다.
이제 내관련 얘기는아내의 말을 믿을수 없어 내 목소리로 꼭 확인하고 싶으시단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전에 당부하신다.

당신 생각, 각정일랑 하지말고
오로지 내건강만 생각하란다.
당신도 당신 건강만 챙기시겠단다.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어머니의 자식사랑.
내리사랑의 숙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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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내는 등촌1동성당에서 시니어대학 선생님 봉사를 했다.
그 때 같이 봉사를 하시던 선생님 중 작가분이 계셨는데 아내가 성당을 옮겼음에도 친분과 교제를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내 병문안 위로도 몇차례 와 주셨다.
이번에는 파티마에 다녀오시는 중에 특별히 내 치유를 위해 파티마 성수도 선물로 준비해 주셨고 매번 병문안 오실 때마다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번에는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라는  동시집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격려의 글귀도 잊지않으셨다

동시집 표지.(편의상 주요부위만 옮겼다)

표지 안의 격려와 기도 글귀.

 인상적인 내피의 글귀.

첫번째 동시를 옮겨 본다.


무지개떡

엄마가 사오신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리었다


아버지

겨울이다
눈이 내린다
김장독 대신
언 땅에
아버지를 묻었다
좀처럼
눈이
그치질 않는다.


사  랑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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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개인생각]
시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하다.
김재진 시인의 잠언집인데 시 형식이다
난 그냥 시로 읽기로 한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하는 물음을 내게로 되물어 본다. 남들보다는 분명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슬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되물음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누구나 똑 같은 생각 속에 빠져들게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과거 마음속 미움과 원망과 분노로 얼룩진 상처와 상처를 준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잊은줄알았는데 여전히 생채기로 남은 누군가를...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젠 사랑하는 사람만 떠 올리기로 하자.

이제 제한된 삶을 앞두고서 스스로 되물어보니 더 간절해진다. 다행히도  그동안 내 마음속 얼룩진 상처를 남겼던 사람들을 다 이해하고 용서한지 오래다. 이건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어찌보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은 만나면 얼싸안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쩔줄 몰라할 사람,  손을 맞잡고 차한잔 나누어야 할 사람들은 많은데 아마도 다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없을것 같다가 아니라 볼 수 없다.
내가 용서를 빌어야할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이런 생각만 해도 그냥 눈물이 난다.

 그래도 이 글을 통해서나마 그들을 기억하며,

 누군가를 가슴 깊이 사랑할 날이, 소중한 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날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해보는 사색의 시간을 선물로 전해주고 싶다.

[책소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시인의 잠언집. 시구 형식을 앞세운 뒤 저자의 단상을 풀어놓는 방식의 에세이들을 모아 펴냈다.
"우리는 밤마다 죽고 아침마다 다시 태어난다."
"누구는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고, 누구는 인생을 꿈이라 했다. 소풍이건 꿈이건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이건, 이별의 경험 다 한 뒤 돌아갈 때 나는 무슨 기억을 안고 떠나갈까?"
160여편의 글들을 따라 읽는 것은 채움이 아닌 비움을 목적으로 한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다고 저자는 속삭이듯 말한다.

저자소개는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으면 한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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