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촬영을 한단다.

일곱가지 설문에서 제비뽑기를 하는데
뽑아넣고 보니 그 제목이 내게 딱 맞다.

   "올 한해 가장 아쉬웠던 점."

촬영을 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일까?
아무 말없이 카메라만 응시하다가
인터뷰를 중단하자고 했다

계속 진행하면 눈물이 날것 같았다.

굳이 그런 영상으로 송년회를 망치고 싶지도 않고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올 한해를 되돌아 보면
가장 큰 아쉬움은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음에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내 의지의 부족함도 한몫했지만

그러나 가장 큰 아쉬움은
감사할 일로 진 빚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일년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빚진게 너무나 많음에도
어쩌면 그 빚을 하나도 갚지 못할 것 같아서...
이런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났다.
요즘 눈물이 잦아졌다.
마음이 약해진 것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굳이 애써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30년이 넘게 다녔던 회사생활을
이제는 년말에 마감하려고 한다.
정년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내 자신을 위해서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미 마무리 결정을 내렸음에도
삼십년생활을 하루 아침에 정리한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마지막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12월초에 광주 본가에 내려가 어머니를 뵐 계획이다.
일주일에 두어번 이상 통화를 하면서도 막상 찾아뵙지를 못했다.

그건 바짝 마른 내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기는 솔직히 싫었다
그리고 더 큰 걱정은
어머니앞에서 눈물을 보일것 같아서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보고 싶은걸 어찌할까
어머니 품에서 서럽게 울고 싶은걸 어이할까?

밤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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