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나누면서'에 해당되는 글 287건

  1. 2019.05.14 늦은 어버이날.
  2. 2019.05.09 작은 기쁨을 사랑하라.
  3. 2019.05.01 봄날의 추억.
  4. 2019.04.17 말 한마디
  5. 2019.04.11 딸기를 먹으면서

올해의 어버이날은 내게 있어 유난한 생각이 들게하는 날이었다. 

 예년 같으면 어버이날에 맞춰 광주에 다녀오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한 큰  아쉬움이 나를 더욱 유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비단 나만 그렇지는 않았을게다. 
아내 역시 표현은 안했어도 마음속으로는 작년에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생각으로 나와 마찬가지 심정이었을게다.

그나마 우리는 아이들이 준비한 떡케익으로 어버이날을 맞이했는데, 난 어머니께 전화만 넣어드린 그날 아침이었다.

항암 치료를 진행하면서 행사나 중요한 일정에 선뜻 약속을 잡을수가 없다.

항암 일정에 대해 내 스스로 장담을 할 수 없어서이다.  그 이유는 항암 주사 일정이 매주 진행되고 항암 주사를 맞은 후 보통 3-4일째가 좀 힘들어지기에 연이은 항암 주사로 이틀 정도만 심적 여유가 있게된다. 따라서 이삼일 소요되는 장거리 일정은 부담스러워져 선뜻 시간내기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잡기에 가장 부담이 적은 기간은 두번째 항암주사를 맞고 한주간 쉬게 되는 그 주간이다.  이 주간에는 전 주중부터 몸상태가 정상 수준이기에 일정 잡기에 가장 부담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번 주간은 스탠트로 인한(권장사용기간이 두배 이상 지나서) 급작스런 고열 발생 등 긴급 사항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긴 여행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만사 제껴두고 꼭 다녀와야 할 곳이기에 이번 주말, 광주 어머니 댁에 조용히 다녀왔다.

 
항암에 따라 어버이날임에도 어머니께 쉽사리 언제 내려간다는 약속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 화요일 오후부터 몸 상태가 일상으로 회복되어서 주말에 광주를 다녀온 것이다.
전화로 모임을 확인하니 아들 기다린다고 내려가는 날 예정된 친목모임도 취소하셨다고 했다. 도착시간을 감안하여 그 모임에 참석하시라고 부탁을 드리기도 했다.

 전보다 훨씬 밝아진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고 덕분에 나도 덩달아 좋았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아버지 산소에 들려 아내랑 인사를 드렸다. 당신이 심으셨던 산소 주위의 나무들은 여전히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는데 어느새 철쭉꽃은 지고 있었다. 다만 봄볕에 웃자란 풀들이 봉분과 주위에 무성해 있었다.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제초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내모습이 안타까웠다

얼마만에 들렸을까?

생각해보니 작년에 아픈 이후로 처음 아버지 산소에 들렸다. 광주에 두세번 들렸음에도 들리지 마음과 달리 들리지 못했었다

잠시 인사를 드리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내려오면서 만난 길가의 돌단풍꽃들이 반가웠다. 아버지랑 함께 이 성묘길을 오르내리면서 나눴던 얘기와 그 때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나둘씩 연이어 떠올랐다

집에 도착해 보니 아버지께서 심으셨던 화단의 하얀 돌단풍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마치 아버지께서 그 꽃으로  나를 맞아주시는듯 했다. 

어머니와 함께 밖에서 저녁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광주 본가에 가면 내가 하는 첫번째 일은 늘 변함없이 집안 청소와 정리정돈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발을 삔 후로 여러모로 불편해하시는게 늘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지난번 보다 차도가 있어 다행이다.

 용돈을 따로 드리는데 극구 사양하신다.  "아픈 아들에게 내가 주어야하는데..."라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어머니 볼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아니라고 말을  전하면서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가슴이 찡했다.
아내가 특별히 내게 준 선물이다.

하룻밤을 자고 어머니께서 바리바리 싸주신 것들과 함께 다시 대산 산책에 들려 몇가지 짐을 챙긴 후 머물지 않고  곧장 서울로 왔다.

오는 길에  아내가 묻는다
" 이제 마음이 놓이냐?" 고
난 미소로 화답을 했다.


[어버이 날]
날    짜 : 5월 8일
시행일 : 1973년 3월 30일
주관처 : 보건복지부
분    류 : 법정기념일, 비공휴일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효 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 한국에서는 1956년부터 기념해온 '어머니날' 행사가 확대되어,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제정되었다. 한편, 본래 '어버이날'의 유래는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날'이었으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어머니날' 혹은 '마더링 선데이' 등으로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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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작은 기쁨을 사랑하라.

지난 미사 시간의 수사 신부님 강론에서 다가오는 말씀이었다.

작은 기쁨을 사랑하라.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바뀌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있다.

작은 기쁨을 실천하면
큰 고통의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
생각보다 고통을 빨리 극복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른 말로 바꾼다면
'무릇 범사에 감사하라'
성경 말씀과도 일치할듯 싶다.

암과 함께 지내면서
그 동안의 나를 되돌아 보면
감사할 일이 차고 넘쳤음에도
감사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감사에 대해 표현하는 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말씀이 더 가까히 느껴졌다.

 집근처 궁동산 둘레길에서 만난 하얀 철쭉꽃이다. 유난히 이 하얀 철쭉 꽃은 자신의 모든 걸 가리고 있다.

어버이 날이다.
과거와 달리 올해는 내게 유난한 어버이 날이다.
아내도 그랬을 것 같다.

아들녀석이 딸 아이가 준비한 어버이날 떡 케잌이다. 둘이 합쳐서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오빠가 오천원을 더 냈다고 딸아이가 전해준다.

이 모든걸 조금만 아래에서 바라다보면
정말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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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추억' 이라고 그것도 '봄날의 추억'이라고 제목을 먼저 정하고 보니 제법 그럴듯 해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별것 아니니 기대는 금물.

봄의 절정인 사월말에서 오월 초순의 산에는 찔레순이 한창 몸매를 드러내며 뽐낸다. 겨울을 잘 이겨낸 자랑이기도 할것이고 빨리 높이 자라서 하얀 찔레꽃을 피우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맘때 예전에 아버지랑 함께 산에 오를 길이 있으면 그때마다 산자락에 새로 돋은 부드러운 찔레순을 꺽어 껍질을 벗겨서 아들인 내게 주시곤 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달큰한 맛이 감도는 찔레순은 그 때부터 내게는 봄날 산행길에 아버지의 선물로 자리잡고 있다.  조금 지나면 보랏빛 꽃과 함께 기다랗게 고개를 내미는 칡넝쿨의 새순 역시 꺽어서 껍질을 벗겨 먹는 재미 역시 솔솔했다.

요즘 산행길에 탐스런(?) 찔레순을 만나면 아버지의 선물을 떠올리며 추억과 함께 하나 꺽어 입에 넣곤한다.

달큼한 맛과 함께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다.
이게 다름아닌 봄날의 추억이다.

아래 "꽃이름"은 무얼까?

남쪽지방에서는 이 꽃이 피면 농사에 이로운 제비가 강남에서 온다고 해서 제비꽃이고,

북쪽지방에서는 이 꽃이 필 무렵에 식량이 떨어진 북쪽 오랑캐 무리가 식량을 뺏으로 우리나라에 쳐들어온다고 해서 민초들이 부르는 이름이 오랑캐꽃이다.

서양 사람들은 정말 단순해서 꽃색깔이 보라색으로 그냥 바이올렛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같은 꽃 하나에도 이 꽃을 접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에 따라 이리  이름이 각양각색이다.

오랫만에 만난 제비꽃이자, 오랑캐꽃이며 바이올렛이다.

실제 남쪽보다는 북쪽에서 더 자주 지천으로 만나는 꽃이기도 하다.

이왕 지천으로 만났으니 더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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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엊그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신청을 했는데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순차적 입원이라는데...

시술이 걸려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대형병원 입원과 수술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게 실감난다.

만일 내일도 통보가 없다면
일요일이나 월요일이 될듯하다.
(금.토요일에는 입원이 없다고 했다.)

아내랑 말한다.

'더 급한 환자들우선이다.'라고

어제는 운동삼아 하던 벽치기 월간 골프를 취소하고
사용중이던 골프 라카도 비우고
골프백도 집으로 옮겼다.

두가지 모두 월간 사용료가 있어서 별도 취소 서류를 작성하면서 증빙서류로 병원 진료 확인서를 제출했다.

서류 작성을 끝내고 골프백을 어깨에 메고 나오는데 카운터의 직원이 말을 건넨다.

"손님! 빨리 건강 회복하십시요."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감사의 표시였다.

남의 일처럼 그냥 무심히 지나쳐도 되는데
그의 따스한 위로 한마디에 조금은 가라앉았던 내 기분이 활짝 개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더니

맞는 말이다.
나도 무심을 버리고
작은 것 하나에서라도
남에게 힘이 되어 주고
웃음을 선사해야겠다.

월드컵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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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들 녀석이 저녁 퇴근길에 딸기를 사온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아들 녀석에게 의존하지 않고 아내가 삽니다.

딸기 먹을 때 저의 습관 하나를 말하려고 합니다.

혹시 딸기 드실 때
딸기의 겉에 붙어있는 딸기씨(?)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소리를 들어 보신적 있나요?

저는 딸기 먹을 때 입안에서 터지는 이 "톡톡" 소리가 그리 좋습니다. 하나의 딸기의 표면에 붙어있는 씨앗의 갯수가 몇 개인지는 몰라도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습니다) 천천히 씹다보면 입안에서 톡. 톡. 토독 하고 터진답니다.

저는 음식을 먹을 때 오래 씹는게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이 습관이 항암치료하는데 나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것도 하나님께 감사드릴 수 있는 것의 하나입니다.

혹시 딸기 드신다면
이 씨앗 터지는  소리를 한번 음미하면서 드셔보시면 소화에도 좋아 영양분 섭취도 도움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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