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나누면서'에 해당되는 글 287건

  1. 2019.10.16 정리되는 책
  2. 2019.08.22 순수한 감동
  3. 2019.08.14 보고싶은 사람들
  4. 2019.07.29 조카 부부의 병문안
  5. 2019.07.26 여섯시 팔분전.

대산 사택에 있는 책장 속 책과 중국까지 나와 함께 먼길을 나섰다가 박스채 되돌아 아직도 박스안에 갇혀 숨죽이고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이사할 때 마다 무더기로 버려지는 책이 내게는 아쉽지만 정리하다보면 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과거 광주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또 다른 서울로 두어번 ,  이사짐을 꾸리면서 주인 잘못 만나 천덕꾸러기처럼 버려지곤 했다.  그 때 마다 못난 주인은 몇날을 그 버려진  천덕꾸러기를 그리워하다 이내 아무일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은퇴하면 서재를 꾸며놓고 읽으려는 꿈을 꿨는데 언감생심일까?  이제는 자연스레 그 꿈을 꿈으로만 남겨둔다

먼저 책장 속 책을 쭉 훝어본다.
그리곤 나름 기준을 세워 일차 선별한다.
마치 왕후를 간택하듯 그렇게...
그리곤  두어차례 더 고민을 하다가 책장에서 한두권씩 뽑아낸다.  당분간 나와 함께 할, 살아남은 책이다.

어떤 책은 손길 한번 안준듯 깨끗하고
어떤 책은 세월의 좀으로 누렇게 색이 바랬고
어떤 책은 제법 손 때 묻은 체로 한켠에 놓여있다.

일부 서울 집 책장으로 옮긴다는 최종 관점으로 정리될 책들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이미 서울 집 거실 한벽면을 가린 책장도 기존 책으로 다 찼기에 많은 책중에  손가락 숫자보다도 더 작은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그 책장으로  옮기는 영광의 간택을 받지 못하면 대부분 재활용 종이로  버려지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서울 집은 이곳처럼 박스 포장으로라도 보관할 공간이 없기에 나랑 아쉽게 생이별을 해야한다.

엄밀히 말하면 향 후 이곳을 정리하고 서울로 향하는 이사를 염두에 두고서 기존의 짐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볼수 있다.

거기에 그나마 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덤으로 애지중지 분신처럼 아끼던 여러벌의 다기세트도 때마침 열리는 사택 바자회에 기증을 해서 부담스러운 짐을 많이 줄였다.

실제 선별기준은 내가 아닌  앞으로 사용할 사람의 관점으로 우선 순위가 매겨져 정리되고 있다.

정리....

해마다 년말이 되면 명함과 수첩을 습관처럼 정리했다. 그리곤 애써 지워내거나 버리곤 했다.

누군가에게서도 내 이름도 마찬가지로  지워지고 있을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떠다 한번 전화를 걸었는데 마치 생면부지처럼  "누구세요?" 라고 물으면 이해하면서도 순간 서운하게 느껴지는 이기심은 평범한 보통사람이기에 어쩔수 없다.

또다시 정리를 하고 있는 나를
멀리서 내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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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세브란스 병원은 기독교 계열병원으로 원목실이 별도로 있는 병원이다.

그러나 주일 오후에는 카톨릭 미사도 진행된다. 담당 수녀님이 계셔서 일주일에 세번 병원의 환자중 카톨릭신자들의 병문안을 다니며 위로와 격려 그리고 기도를 해주신다.
만일 신자들이 원하면 봉성체도 해주신다. 나도 두번 정도 봉성체를 요청하여 성체를 받아 모셨다.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서른이 채 안된 젊은 처자가 먹지를 못하고 여명은 석달 남았단다.


수녀님이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하고 싶은게 뭔가?"

"차가운 물 한잔 마시고 싶어요"

이보다 더 순수한 소망이자 간절함이 있을까?

수녀님도 감동이었지만
나도 감동이었다.

우리가 평소 일상적으로 마시던 물한잔이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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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누군가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입원하여 계속되는 금식으로 기력감소 더 나아가 생각조차 완전히 절망으로 떨어졌을까?

두 사람이 보고싶어졌다.
그동안 기력이 회복되면 내려가서 만나야지 했는데 내려갈 자신이 없어졌다.

아내에게 말했다.
두 사람 이름을 말하며 뜻을 전해달라 했다.

아내가 전화를 넣었다.
고등학교 친구와 차모임 형님이었다.
전화를 넣고서 괜한 폐가 된것같은 마음도 한켠에 셋방살이 죄인처럼 있었다.

어제 그 분들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멀리 여수에서 형님께서 형수님과 함께.
보자마자 껴앉고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그냥 보고 싶었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는 내내 여전했다.

아내와 식사를 하러간 사이에
바로 밑 여동생과 친구가 왔다.
다행히 눈물샘이 바닥에 가까웠는지 조금은 덜했다. 이 친구는 중학교 시절부터 서로의 방을 마치 자신의 방처럼 여기며 그렇게 살을 부딪히며 서로 뒹굴며 살았던 친구다.

두 사람 모두 내게는 말이 필요없다.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이 통한다.

두사람에게는 나의 투병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에 나의 여윈 모습에 깜짝 놀랜다.
여동생도 내 여윈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더라고 아내가 뒷소식을 전해준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나니 의욕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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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나는 형제없이 아래로 여동생만 다섯이다.
그중에서 나 때문에 더하고싶은 공부를 못한 여동생이 셋이나 되었다.

그중에 가장 고생을 한 동생이 둘째 여동생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겠다는 동생에게 어머니는 반대를 했다. 못미더움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반대를 하지않았고 나 역시 동생의 선택을 존중했다.

누구나 겪는 우여곡절을 잘 견뎌내었고 어려운 생활고에도 늘 웃음을 잃지않고 기죽어 살지도 않았다. 내게는 늘 동생을 보면서 미안함과 고마움 속에 아쉬움이 버물어져 때에 따라 이 세가지중 하나가 먼저 내 마음길에 나서곤 한다.

엊그제 생각지도 했는데 조카부부가 병원으로 병문안을 왔다. 조카 처가의 가족행사로 서울에 온김에 겸사겸사 병문안을 온 것이다.  병문안을 오고싶어도 여의치 못한 형편이지만 대신 내게 늘 전화하고 카톡으로 소식을 위로와 함께 전해온다. 서울에 가는 아들부부에게 외삼촌댁에 꼭 들리라고 당부를 했단다
올해 1월에 녀석의 막내동생도 인턴 인터뷰차 상경하고, 어려운 시간을 내어 집으로 병문안을 다녀갔었다.

여러 얘기를 나눈다.
속마음을 전해주고 아내는 고마움 속에 다른 지혜로운 방법 하나를 들려준다.

오랫만에 만난  반가움에 병문안의 고마움으로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조카들의 방문에 고맙다고...

추가. 명절 때 동생과 조카부부는 아내의 제안을 잊지않았다.  어머니께서 이에 대해 즐거워하셨다는 소식을 추석 다음날 직접 전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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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병원침대에서 일어나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십분전 아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미리 울었는데도 눈물이 난다.

아내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천정의 형광등만 보았다.

간혹 흔들렸다. 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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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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