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나누면서'에 해당되는 글 28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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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11.14 만남
  3. 2019.11.07 고난 ..., 네가 극복할 수 없는 고난은 오지 않아.
  4. 2019.11.05 단순....그리고
  5. 2019.10.28 미사중 눈물
 
오래전 약속이었다.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운동을 하는 대학동기들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룹스터디를 하던 멤버들이었고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함께 같은 과를 선택했다.
대학시절 서로 사는 길과 지향점은 달랐어도 늘 함께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 인연은 그대로 이어졌다 .

어제가 그 운동날이었다.
운동약속 전날 골프장을 예약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비도 오고 추워지는 날씨에 항암중인 내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고...
운동 마치는 후 점심때 함께 보자고 했다.

그 배려하는 속깊은 마음에 나도 혼쾌히 그러자고 했다.

사실 운동하는 것에 대해 내심 걱정이 되었던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고 조금 일찍 나서자고 했다.

아침에 대산 날씨는 빗살이 제법 강해서 운동할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일찍 길을 나서 전화해보니 비가와서 운동을 취소했단다. 조금 일찍나서길 잘했다.

친구집 근처의 융건릉으로 오라는 전갈로  융건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친구들이 있는 커피숍에서 녀석들을 만났다. 두녀석은 근 일년이 넘었으니 정말 오랫만이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착한밥상"이라는 한식집이다.  TV프로 제목과 같고 상호 글씨체도 똑 같다.
기본차림은 인당 만원이다.
고기를 추가했다.
반찬은 12첩반상으로 깔끔하다.
다만 국이 밋밋했다. 광주 무등극장옆 김밥집 시레기국이 생각났다. 노부부가 운영했는데 김밥보다도 그 국맛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맛을 그집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다.

나나 아내 그리고 수원친구는 반찬을 거의 비웠는데 멀리 광주서 올라온 두녀석의 반찬은 줄어들지가 않았다. 추가로 시킨 고기위주로 먹은듯하다.
전라도 밥상에 익숙한 두녀석은 맛이 없단다. 친구나 우리 부부는 어느새  맛없는 서울 음식에도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데 어제까지 남도음식맛에 묻혀사는 두녀석 입맛에는 한수준 떨어질 것이니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느낀 나의 경험상,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식사를 마친 후  융건릉을 돌아보기로 했다. 융건릉은 융릉과 건릉을 합친 말로 사도세자/장조와 정조의 능이 있는 곳이다. 두능을 돌아보며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묻고 답을 한다. 역사는 돌고돌아 아직도 우리 곁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다. 사도세자의 능의 주변 잘 관리된 잔디를 보면서 골프의 어프로치를 생각한 나는 내심 불경스러웠지만 취소된 운동의 아쉬움으로 물든 내마음를 말없이 누워계신 한많은 그분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산책로를 걸으며 우리들을 감싸는   소나무의 솔향과 상수리나무 아래 낙엽길에 옛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니 이런 꽃길이 따로 없다. 더군다나 오랫만에 아내와 함께 걷는 호젓함은 최근의 나에게는 정말 호삿길이었고, 서울 집 근처 안산 길도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또다른 휠링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수원의 유명한 빵집(삐에스 몽테 제빵소)에 들러 빵을 고르니 친구녀석이 우리들에게 선물로 사준단다.  이 빵을 보면서 환히 핀 얼굴로 즐거워 할 딸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병간호로 힘들어 할 아내의 일감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둔감한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 마음이 예쁘다)

이렇게 친구들과의 짧지만 즐거운 만남이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면서 해어졌다.

멀리로 무리진 새떼가 맑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이즈음 생각 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이다.

살아갈 이유
                     나태주

너를 생각하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솟는다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그래,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 번 짓자!
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바람 부는 날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부탁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꽃잎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9. 11. 14. 19:15 차한잔 나누면서

만남


어제 점심 시간에 사무실 동료들과 사외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서산팔경의 하나라는 황금산 입구에는 식당들이 많다. 서울사람들이 주말에 가볍게 등산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황금산 입구 아니면 가까운 삼길포에서 바닷가  풍취를 즐기면서 회나 해물수제비. 우럭메운탕.가리비 등을 즐겨먹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말에는 주차장은 말할것도 없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우럭매운탕을 시켰다
얼마전에 우럭매운탕을 시켰는데 맛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맛있게 먹는걸 눈여겨보았다가 나를 배려하여 다시 온듯하다.

거의 식사를 마쳐갈즈음에
문득 앞에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을 보니 과거 함께 공장에서 근무했던 잘 아는 형님이었다. 그분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랜다. 같이 근무하던 시절에 유난히 나를 친동생처럼 챙겨주시던 형님이었다. 그분이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나도 중국에서 대산으로 근무지를 옮겨다녔으니 근 10년 만이다

반갑게 껴안고 나서 내 얼굴을 보더니 왜 이리 말랐냐고 묻기에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다. 내 말을 듣자마자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다시 빤히 살펴본다

우리 일행이 식사를 마쳐갈 즈음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두달에 한번 정도 이곳 대산에 오기에 그때 보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를 오랫만에 만난다는 것.
그것도 서로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이래서 평소 생활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젠 서로 얼굴 볼일이 없을거라고 함부로 대했다가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줄을 모르기에 인생사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가볍게 카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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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네가 극복할 수 없는 고난은 오지 않아.

네가 극복할 수 없는 고난은 오지 않아.
너에게 고난이 생겼다면, 너에게 어려움이 생겼다면
그건 네가 국복할 수있는 고난이고 어려움이라는 의미야.
고난과 어려움을 성장의 발판으로 사용하자.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너는 분명 전보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게 될거야.
 - 수잔 제퍼스(Susan Jeffers. 1938~2012) -

수잔 제퍼슨은 미국의 그림책 자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칼데못 명예상과 ABBY상을 받았다.
자연과 동물들에 관심이 많으며 정교한 선과 맑은 색감이 인상적이다.
그림책으로 <시애틀추장>. <히어와서의 노래>, <작은 검의 사랑노래>, <엑더피 시리즈>등이 있다.

호주에서 돌어와 다시 복학한 처조카가 카톡으로 자주 위로와 함께 좋은 글을 보내준다. 

엊그제는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한다. 

좀 여유가 생겨 집에 온단다.  부모님을 챙기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착하고 본디 심성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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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그런데도 인디안써머는 아니다.
복직 후 출근해서 주로 사무실안에만 있다보니...못느끼는 것일수도 있겠다.

출근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CT 결과와 함께...
모친은 마치 당신일처럼 기뻐하셨다.
기뻐하시는 목소리의 떨림이 그대로 내게로 전해오자 목이 감겼다.

그 후 엊그제 다시 전화를 주셨다.
어찌 근무하느냐고
못믿겠단다.
당신 걱정 덜어줄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물으셨다.

작년 암진단을 받고 황달과 장폐색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중일 때 어머니의 전화가 오면 근무중이라고 하얀 거짓말로 암에 걸린 것을 어머니께 숨겼다.

아시면 괜히 걱정만 하실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소식을 맨 나중에 알게하시고 싶었었다 .

그래서 전화가 오면 병원이면서도 근무라 못받았다고 핑게를 대고 그렇게 넘겼다.

그러다 다행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좋을 때를 골라 아무렇지 않은듯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그때마다 통화를 마치고서 흐르는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리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곤 했다. 그리곤 병실 유리창에 비추는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 가슴에 평생 못을 박는 상상과 함께, 이제 평생 씻을 수 없는 불효자가 될것 같아 소리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면서 가슴속에서는 소리내어 엉엉 울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하얀 거짓말이 아닌가하고 의심을 하신 것이다.
이제 내관련 얘기는아내의 말을 믿을수 없어 내 목소리로 꼭 확인하고 싶으시단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전에 당부하신다.

당신 생각, 각정일랑 하지말고
오로지 내건강만 생각하란다.
당신도 당신 건강만 챙기시겠단다.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어머니의 자식사랑.
내리사랑의 숙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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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제 청년미사에 참례했다.
평소 교중미사에 참례했는데 그동안 신앙생활에 냉담했던 아이들이 쳥년 성가대에 봉사를 하면서 아내랑 함께 미사시간을 옮긴 것이다. 가능하면 온 가족이 함께 미사봉헌울 하고, 아이들을 격려하고자 시간대를 옮긴 것이다. (참고로 서대문구 가재울 성당 청년미사는 일요일 오후 6시 시작이고, 청년 성가대는 찬양준비차 오후 4시5분에 모여 연습을 한다.)

아마도 녀석둘이 냉담에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나(녀석들에게는 아빠)의 항암투병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더해지는 간절함과 기도를 드리고,
온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례하면 좋겠다는 내 바램에 부응하고자하는 마음이 시작의 첫출발이었을게다.

미사가 끝나면 성가대 특송의 녹음 파일을 가족 톡에 올려, 다시 듣곤한다.

아주 작아보이지만 이 역시 하느님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의 하나로 늘 내게 김사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켜준다.

어제는 약 두어달 전에 병자성사를 해주셨던 보좌신부께서 알아보시고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라고 묻는다.
 
아마도 지난주에 아내 혼자 참례한 것을 기억하시나보다.
아내는 "많이 좋아졌다." 고 밝게 미소와 함께 답례를 한다.
신부님께서 미소와 함께, 기도 많이 하고 있으며 계속 기도 하겠다는 말씀에 가벼운 목례와 함께 고맙다고 답례 인사를 했다.

오늘 성체성사로 예수님의 성체를 모신 후에 성가대 특송과 함께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흘렀다. 평소와 달리 눈물이 주르룩하고 볼을 타고 흘러 내혔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여러번 훔친다.

미사를 마친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가 묻는다.

"왜 울었냐?"고

딱히 이유없이 그냥 마음이 동해 나도 모르게 흐른 눈물이라 답을 하지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아내가 어찌 내 마음을 모르겠는가?
답없는 미소에 아내의 손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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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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