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항암 치료기)'에 해당되는 글 85건

  1. 2018.10.26 눈물
  2. 2018.10.26 거울 앞 당신 2
  3. 2018.10.20 직업이 환자.
  4. 2018.10.16 아내가 울고 있었다.
  5. 2018.09.30 열하루째에 사일

2018. 10. 26. 10:54 NEW (항암 치료기)

눈물

내게도 이렇게 많은 눈물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더 센치해진걸까?

난 아들 하나에 아래로 여동생만 다섯이다.
바로 아래 동생과 네살 터울이니 지금이야 같이 늙어가지만
어린시절 내가 고1 때 그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이니
그걸로 보면 꽤 큰 터울이다.
세째 동생부터는 어머니까지 일을 나가셔서 학교 수업이 파하면 내가 동생들을 돌보았다. 무릎에 눕혀 한쪽 무릎으로 움직이면서 놀리고 한편 손으로는 책을 읽었나보다.지금도 그시절 내 모습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물론 어머니 친구분들이시지만..
그래서 내 어린 시절 별명이 '방안퉁수'와 '애늙은이 영감' 이었다.

여덟 식구를 아버지 혼자 감당하시기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어려운 형편에 난 대학을 가고 밑의 큰 여동생은 야간 상고를 선택허게 되었다. 공부는 하고싶고  주간에 다닐 형편이 못되니 주간에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하려고 야간상고에 진학을 한것이다. 그나마 쥐꼬리 봉급에 학비등으로 빠듯했을 것인데도 본인은 직장에 다닌다고 가난한 대학생 오빠에게 도움을 주곤했다.
지금도 잊을 수없고 그 동생을 보면 늘 그때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속깊으시면서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시는 무뚝뚝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셨다.

빈손으로 화순에서 가족을 고향에 남겨 두시고 홀로 광주로 오셔서 군대 공병대에서 배운 목수 기술로 터전을 잡으신 후 이년만에 다섯 식구를 광주 단칸방으로 부르셨다.
이후 어려운 형편에 혼자 일곱 식구를 부양하셨기에 울 틈도 없으셨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난 아버지의 눈물을 세번 보았다.
아버지 고향 친구이자 의형제인 도균이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그 분을 만날 때면 꼭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약속이라고 했다)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이 젊은 나이에 나이어린 조카들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와
당신이 중환자실에서 나와 필담을 나누실 때 딱 세번이었다.

그런 영향이었을까?
감성이 여린 나도 자연스레 남자가 우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쩨쩨하고 지는걸로 알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면서도 울지않았다.
내 울음소리에 당신이 더 슬퍼질까 봐 그리고 마음 여린 어머니 마음을 더 상하게 할까봐 장례를 치루는 내내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삼우에서 그 동안 밀린 울음을 참고 참았던 눈물과 함께 마음껏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가족들이 깜짝 놀랬다.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는 나를 보고 독하다고 했단다. 어찌 아버지를 여의고 슬프지 않을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랬던 내가 자주 눈물을 보이자

아내가 놀린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져서야..."

하기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나면 아닌 척 눈물 감춘 적이 많았으니...

그래도 쉬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어떤 생각 하나만 해도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어젠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어
평소처럼 모친께 전화를 드렸다.

모친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단다.
평소와 달리 이십여일 째 전화를 못걸었다.
기력이 없는 내 목소리를 통해서
행여나 모친께서 눈치채실까 봐
그 동안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끊고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

속으로 속으로 감춘 눈물이 저절로 넘쳐 눈가로 방울져 떨어졌다.
마음속 울음 소리조차도 가슴을 통해 함께 떨리고 밖으로 울리고 있었다.

아내가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나를 다독인다.

   「눈물 보이는 게
      결코 약하다거나
      지는게 아니란다.」

밤 하늘이 차갑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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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거울을 본다.
아내에게 말한다.

송.규.남. 씨가 거울에서 보인다고...

내 앞에 늘 그리워한 당신이
오늘은 거울 안에서 서 있었다.
예전처럼 하얗게 이를 드러낸 체로
활짝 웃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나를 안다는 듯이.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지고서야
내 얼굴에 숨어있던 아버지가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아프고 나서야
보이는 당신 모습이 서러웠다.
웃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이렇게 당신은 늘 내 안에 계셨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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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병원에 입원한 날로 한달이 지났다.
이젠 직업이 환자이고
근무복이 환자복이다.

몸만 환자인가 했더니
이젠 마음도 환자가 다되었다.

연대 캠퍼스가 아름답게 단풍으로 물들었다.
내 마음도 그 단풍길을 따라 오르내리 걷는다

요즘은 따사로운 햇살이 늘그립다.
예전엔 얼굴 탄다고 그리 피했는데 이젠 도리어 소매까지 걷어부치고 해를 향해 서서 햇살을 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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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내 앞에서 짠내나게 굴던 아내가
창문 너머로 저만치서 울고 있었다.

잘 참아내던 아내도 알고보면
아내이자 여자였다.

이제 눈앞에 닥치는 현실적 두려움과
미래에 감당해야 할 외로움의 무게는
막막한 감정과 함께
아내의 마음을 야금 야금 갉아내고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내를 보는 나도
멀리서 눈물이 났다.
잠시 창가 옆에 나란히 멈춰섰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한단듯이

아내는 다행히도 눈물 머금고 나란히 서있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나도 이내 운동을 핑게 삼아
못본 척 앞으로 앞으로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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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신촌세브란스로 옮겼다.
병원간의 비교는 중요하지않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근황이 알려지고 있다.

전화도 오고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의 일상은변화없다.
각자의 현 위치에서 최섬을 다하자고 했다.
나는 내위치에서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오늘 아침 식사중 생각.

내가 투병중이라는 걸 단 한분만 모르셨으면 한다.
멀리 계신 어머님만은
정말 이 사실을 모르셨으면 한다.

병원에 오면서 내내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벼운 병으로 입원하신줄 아셨기에
기간이 길어지면 아시겠지만
그래도 내 소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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