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디서나 빠르다.
건강한 사람도 환자복 입혀놓으면
저절로 진짜 환자가 되는듯할텐데
환자에게 입혀놓으니 더 환자가 되어가는듯하다.

일주일이 내일이니 이제는
완벽하게(?) 익숙한 입원환자가 될 법도 한데 아니다.
그럼에도 벗을 수 없는, 벗어서는 아니되는 유니폼이다.

간밤에 조금 몸이 좋지않은듯 했는데
아침 의사선생님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다.
간수치가 떨어지다가 다시 올라서 항생제를 하나 더 투여한단다.

이틀째 식사 후,
오늘은 아침 식사량을 좀 줄였다.
식사량이 평소보다 좀 많은듯 했고
운동도 안(?)하고 누워만 있다시피 하니
당연히 배는 고프지않고 차있는 느낌이라 줄인 것이다.

식사 후 잠시 병원안을 걸었다.
정사각형 병원 복도를 세바퀴 정도 걸으니 대략 천보 정도 걸었다.
평소 걸음이라면 칠팔백보 정도랄까?

소변색이 다시 짙어졌다.
밖의 안양천변 도로 가로수인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달려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딸이 묻는다.
저감은 어떻게하지?
그냥 사람들 보기좋아라고 놔둘게고
익운 감은 새들이 먹겠지 라고
다소 상투적인 답을 내놓았다.

 안양천은 귀국한 후, 멀리 대산에서 서울집에 오면 늘상 달리던 곳이었다.
퇴원하면 저 곳을 예전처럼 달릴 수 있을까 ? 하고 되물어 보았다.
내가 묻고도 나는 답하지 않았다.

항생제 하나를 맞는 한시간 못되는 시간에
천정에 걸린 식염수백에서 떨어지는 항생제 방울을 멍하니 보고있다.
적당한 크기로 방울이 맺혀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일정한 간격으로 내핏줄로

대학 1학년 분석화학 적정 실습시
저 한방울 크기를 얼마로 가정하고
당량점을 계산했는데 얼마였을까?
기억도 나지않는다.
0.03?  0.3? 아니면 0.02 ,  0.04
뭐 이젠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다.

우리 삶에서도 이렇지 않을까?
그땐 중요하고 지금은 중요하지않고
그땐 몰라도 되고 지금은 알아야하고
그 반대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과거 것만 움켜쥐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한 거라고
이미 마음 버린 것이라고
관심두지 않았다고
슷.로를 다구치고 위로했음에도
난 가슴 저 밑에서 홧덩이로 키우고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출발점과 보는 시각이 달라져 있음에도
보이지않는 기대를 하고있었다는 건
굳이 부인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쳤다.

딸 아이가 노랑장미 꽃을 사왔다
앙징맞은 세송이 장미...
딸 아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마중하여 병실 침대에 눕자마자
'아빠 얼굴이 어제보다 안좋다.'하며
괜찮냐고 물어온다.
'좀 힘이 없네'라고 있는 그대로 답해 준다.

명절에도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가는 길에 들려 두어 시간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는 이쁘고 고마운 딸이다.

병원 안을 같이 걷다가 약속한 시간이되어
아이는 학교로 출발하고
난 다시 병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항생제 영향인지 좀 나아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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