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에 해당되는 글 82건

  1. 2019.01.16 나와 아들...
  2. 2018.12.30 떡국 단상
  3. 2018.12.16 배려와 사랑 (현관의 환한 등)
  4. 2018.11.25 아들의 빈지갑
  5. 2018.10.25 바램.

2019. 1. 16. 11:46 가족과 함께

나와 아들...


식당에 갑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먹을 음식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리에 앉아 건네지거나 벽에 붙혀진 식당 차림표를 보고서
먹을 음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대부분 일반 한국사람처럼 메뉴가 통일되곤 합니다. 물론 예전 부터 아내나 딸아이는 여자의 음식선택의 특성인 "골고루 나눠먹기"에 따라 다른 음식을 주문하지만 거의 비슷한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먹을걸 고르는데 있어
나와 아들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많아야 일이천원 차이이지만
미리 먹을 음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음식을 고를 때 아무래도 맛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는다면 나는 천원이라도 더 저렴한 음식을 선택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가격에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늘 그 차림표에서 가장 비싸거나 평소 우리가 먹지않는 음식을 선택하는데
대부분 우리(?)가 고른 음식보다 좀 더 비싼 음식, 또는 가장 비싼 음식을 고르게 됩니다.

그 녀석의 음식을 고르는 결정적 선택의 기준은 남다릅니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걸 먹겠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걸 먹어본다."
음식을 결정하는 철학이랍니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음식이 있는 뷔페에 가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어쩌다 가는 뷔페
아내나 나 그리고 딸 아이는 평범한 접시 그릇인데 반하여
아들 녀석 접시는 쌓혀있는 음식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지만 평소 우리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으로 그득합니다. 때로는 편식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사실 한끼에 일이천원 아낀다고 큰 차이가 나는게 아니기에 간혹 저도 가격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지만 그래도 차림표의 끝에 적힌 가격을 한번 더  살펴보는 습관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나도 아들 녀석의 음식 선택 기준으로 바꿔도 될 나이가 되었습니다.

염창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산 전경을 살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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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8. 12. 30. 11:51 가족과 함께

떡국 단상

고등학교 일학년 겨울방학으로 기억한다.  40여년전이라지만 기억은 오히려 또렷하다. 아버지를 도우려 당신께서 일하시는 현장에 함께 가 맡으신 공사가 끝날즈음 자재정리 및 운반을 위해 알바겸 따라간 적이 있었다.
광주역 근처의 조그마한 회사를 증축하는 작업 현장이었는데 점심시간에 아버지께서 평소와 달리 함께 일하시는 분들과 달리 공장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드시지 않고  밖에서 드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좋은 점심을 사먹이고 싶으셨을거라 짐작해본다. 근처 식당에서 나는 사골 떡국을 먹었는데 당신은 무얼 드셨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

난 어렸을 때 부터떡국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별한 기억이나 이유는 없지만 아렸을 때 부터 죽을 좋아하지 않아서 떡국 역시 죽과 비슷해서일까? 새해 아침에 떡국을 먹을 때에도 떡국을 조금만 먹고 밥을 꼭 챙겨 먹었다. 그런데 그 때 이후로 떡국에 대한 나의 호감도는 많이  나아졌다.

오늘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러닝머시닝을 걷다가 기계 앞 개인용 TV의 프로에서 떡국 얘기가 나오자 그 날의 떡국이 떠오르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병원 CT 촬영이 끝나면 떡국을 먹어야겠다. 4시간 금식 후 촬영이라 상당히 늦은 점심이 되겠기에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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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내는 늦은 밤 현관의 등을 켜 놓는다.
현관등의 자동 점등(On Off) 기능이 고장난 후 생긴 습관이다.
저녁 잠자리의 예민한 불빛에도 불편을 감수하고서 늘 켜놓는 것이다.
공부하느라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딸아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이다.

어린시절 밤새 늘상 켜져있던 예전 집의 마당을 밝히는 백열등이 떠올랐다.
집 구조가 일자형 세칸 방에 이어진 상하방으로 방 앞은 긴 일자형 마루로 연결되었다.
긴 마루 중간에 3개의 기둥이 지붕 서까래를 받추고 있었고 마루와 마당을 비추는 일종의 현관등 (엄밀히 말하면 마루등이라 해야 하나?)이 있었는데 이 등을 켜놓았던 것이다.

전기세에도 민감하여 아껴쓰던 그 시절에 그 등만은 늦은 밤 까지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리고 저녁 늦게 마지막으로 귀가하는 사람이 그 현관등을 끄는게 우리 집의 자연스러운 불문율이었다.

대부분 아버지와 나의 몫이었다.

어느날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왜 저 불을 맨날 늦게까지 켜 놓는거예요?"

어머니는 나즈막하게 말씀하셨다.

"누군가 대문을 들어서는데 집안의 불이 모두 꺼져 있으면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언젠가 밤 늦게 대문을 삐걱 하고 열었는데 집안이 깊은 어둠 속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마루 등이 꺼져있었던 것이다. 집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둠이 주는 불안과 공포이기도 했다.
 
마루 등의 촉이 나갔는데 미처 갈아 끼우지 못한 것이다.

그 때서야 이 마루등 하나가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또다른 표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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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얼마전 아들 방에서 아들의 지갑이  책상에 놓인 책 위에 놓여 있었다
호기심 반 궁금 반으로 아들의 지갑을 살짝 열어보니 일반 고객용 카드 몇장에 신용카드 한장과 방문 도장이 찍힌 카페 고객 티켓등이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현금이 텅빈 지갑이었다.

아들의 지갑에 적은 돈이나마 현금으로 용돈을 넣어두었다.

아들에게 용돈을 넣어두었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사양을 한다.

그래서 말했다.
"아무리 신용사회여도 지갑에 현금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더니
수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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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8. 10. 25. 10:54 가족과 함께

바램.

[여동생들에게 보낸 글]

얼마전 옷장에서 낡은 양복 하나를 보았다.
오빠가 본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여동생들이 선물해 준 양복이었다.
본사 첫출근길이 그 옷으로 빛났다.

이젠 세월이 흘러 후줄그레 해졌지만
옷장에서 뿐만이 아니고
내 맘속에서도 늘 살아 숨쉬고
그 옷을 볼 때 마다 마음을 여미곤 했다.

정확히 18년이 지난 옛 이야기같지만,  내게는 옛 얘기가 아니라
남자 형제가 없어 때론 힘들고 외로움을 느낄 때 마다 늘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화수분 이었다.

이제 동생들에게 말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이게 올바른 결정인지 자신은 없다.

난 지금 신촌 세브란스 암병동에 한달 이상 머무르고 있다.  담낭암으로 수술은 어려워 항암치료를 받는데 생각보단 수월친 않구나.

 벌써 암병동 병실에서 한달을 훌쩍 넘기면서도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바램이 있다면
그건 내가 현재 암으로 투병중인 걸 어머니만큼은 모르시거나 이 세상 사람 중에 가장 늦게 아셨으면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원히 감출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나마 욕심을 내어보는 어리석은 아들이 되어보는 것이다.

사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면
당신이 받으실 충격과 그로 인한  뒷감당을 이겨낼 자신이 내겐 없다.
물론 기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부탁하나 하려고 한다.
당분간 내가 암투병중인 일은  동생들만 알고 어머니께는 절대 비밀로 했으면 한다.

어차피 감출 수 없는 사실이므로
어느 정도 항암치료가 진행되어 얼굴을 보여드려도 될 즈음 적당한 시기를 골라 자연스레 내가 말씀드릴까 한다.

늘 건강하기를 바란다.

병상에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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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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