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늦은 밤 현관의 등을 켜 놓는다.
현관등의 자동 점등(On Off) 기능이 고장난 후 생긴 습관이다.
저녁 잠자리의 예민한 불빛에도 불편을 감수하고서 늘 켜놓는 것이다.
공부하느라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딸아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이다.

어린시절 밤새 늘상 켜져있던 예전 집의 마당을 밝히는 백열등이 떠올랐다.
집 구조가 일자형 세칸 방에 이어진 상하방으로 방 앞은 긴 일자형 마루로 연결되었다.
긴 마루 중간에 3개의 기둥이 지붕 서까래를 받추고 있었고 마루와 마당을 비추는 일종의 현관등 (엄밀히 말하면 마루등이라 해야 하나?)이 있었는데 이 등을 켜놓았던 것이다.

전기세에도 민감하여 아껴쓰던 그 시절에 그 등만은 늦은 밤 까지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리고 저녁 늦게 마지막으로 귀가하는 사람이 그 현관등을 끄는게 우리 집의 자연스러운 불문율이었다.

대부분 아버지와 나의 몫이었다.

어느날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왜 저 불을 맨날 늦게까지 켜 놓는거예요?"

어머니는 나즈막하게 말씀하셨다.

"누군가 대문을 들어서는데 집안의 불이 모두 꺼져 있으면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언젠가 밤 늦게 대문을 삐걱 하고 열었는데 집안이 깊은 어둠 속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마루 등이 꺼져있었던 것이다. 집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둠이 주는 불안과 공포이기도 했다.
 
마루 등의 촉이 나갔는데 미처 갈아 끼우지 못한 것이다.

그 때서야 이 마루등 하나가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또다른 표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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