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9.04.28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을 다시 읽고서...
  2. 2019.04.27 환자와 체온
  3. 2019.04.27 항암 15차 (8cycle -1)를 마치다.
  4. 2019.04.22 나무는 김점순
  5. 2019.04.20 인연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아주 짧은 시이다.
그러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이다.

요즘 점점 푸르러가는 삼촌의 신록이 그냥 보기만 해도 참 좋다.

긴 투병 생활을 시작하면서
걷기는 어느새  내게서 뗄레야 뗄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걷는 중에 겨우내 가지만 앙상해진 삭막한 숲길을 걸으면서 겨울 내내 푸르러 가는 봄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겨울의 메몰찬 찬 공기와 살을 에이는 겨울 바람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서 봄을 준비하는 마른 풀과 나무는 마치 내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유난하게 보곤 했다.

드디어 새움이 틔고 새순으로 살짝 부끄러운 듯 낯을 내미는 풀잎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 없었다.

그건 희망이자 또 다른 구원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그 희망을 꼭꼭 숨겨 놓았을까?
평소에는 쓸모없는 잡초라고 뽑아내거나 무시했는데 지금은 그리 좋아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면 볼수록 달라 보였다.

시인은 말한다.
 
풀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아야 한다고...

당연히 사람도 그렇다고 일침을 가한다.

내 몸 속 숨어있는 아픔을 인지한 후 그동안 무심했던 것들을 되돌아 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게 너무나 많았다. 

그리곤 감사해야 할 일들 역시 너무 많았다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그나마 늦게라도 이를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랴.
도리어 행운이고 행복이다.

나부터 시작하여 가족에게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 한분 한분들에게...

'너도 그렇다' 는 고백이
남달리 다가온다.

그래서 이 시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고 또다른 시도 더해 놓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

나태주의 시들 바로보기
나태주의 시들 https://click4tea.tistory.com/1397

행복 나태주 바로보기
행복 나태주 https://click4tea.tistory.com/1625

멀리서 빈다.  나태주  바로보기
멀리서 빈다.  나태주 https://click4tea.tistory.com/797

예전에 느낌과 사연.
풀꽃   나태주 바로보기
풀꽃   나태주 https://click4tea.tistory.com/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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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암진단 후 퇴원하면서 가장 위험한 증상의 하나가 '고열'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고열은 내부 염증과 감염의 전조증상이자 심하면 폐혈증이나 폐렴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퇴원하면서 효과적인 체온관리를 위해 온라인 구매를 통해 브라운 디지털 체온계를 구입했다. 때마침 도착한 이 온도계를 도착 당일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체온은 겨드랑이나 혀밑에 체온계를 직접 넣어 측정했었다. 하지만 예전방식인  유리 체온계 (수은. 알콜)의 위험성과 청결문제에 따른 문제점 개선과 시대적 흐름인 디지털형으로 개량되어 이제는 귀속에 센서 부위를 넣어 체온을 측정하는게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 디지털형 체온계는 편리하지만, 귀속에 센서를 넣고서 온도를 측정하기에, 측정자의  스킬. 방법에 따라  측정 온도의 편차가 조금씩 발생하여 애매한 범위의 온도로 측정되면 해석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37.5도까지는 약미열로 정상이라 했다. (이 경우에 나는 냉찜질팩 (이마. 목. 겨드랑이 부위에)을 했었다)

그러다 38도를 넘으면 비상이 걸렸다 다시 양쪽 귀속의 온도를 측정한 후 양쪽 모두 38도를 넘으면 지체없이 의사에게 보고하고, 즉시 채혈을 두군데에서 하고 해열제 정맥주사를 놓았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 가래까지 채취하는 등. 세균감염과 염증 등의  검사와 환자 관리를 위해 체혈을 하루에도 두세번씩 뽑기에 당사자인 환자로써 정말 힘들었었다.

그러다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할 때, 담당 간호사는 만일 집에서 열이 오르면 일차 타이레놀을 먹으라 했고 경우에 따라 지체없이 응급실행을 권했다. 엊그제 퇴원 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체온이  38도를 넘어서기에 임시 처방대로 타이네놀 2알을 8시간 간격으로 3차례 먹고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병원 응급실로 갈까 고민도 했지만응급실에 가서 38도 근방이면 정말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주사에 대한 걱정과 더 급한 환자의 우선, 그리고 솔직히 되돌려보낼 수도 있었기에 주저하며 망설이다 포기한것이다. 그 보다더 큰 이유는 나름 감기 몸살기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봄맞이 벚꽃을 즐기기 위해 불광천을 걸을 때 변덕스런 날씨로 더워 땀이나다가 갑작스레 추워지는 몸상태로  감기 기운에 의한 고열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별다른 증상없이 근육통이 느껴지고, 결정적으로 찬바람 쐰 감기로 추정)

특이사항은 이 고열 발생 하루전/ 후의 백혈구 수치가 약 1.5 정도 감소했었는데 아마도 이는 고열에 의한 백혈구 감소로 보인다.(외래진료에 따른 비교의 좋은 사례로,  이후 입원시 항생제 주사로 역시 백혈구 수치가 1.5 정도 감소됨을 확인 )

내게는 고열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인자를 가지고 있기에  주치의는 고열 발생시 바로 응급실행을  권장하고 있다.
담관내 플라스틱 스탠드를 말한다


내 몸의 담관내 스탠트 시술이  6개월 하고도 25일이 지났다. 일반적인 스탠트 교체기준인 3-4개월을 초과했기에 특정부위의 막힐 가능성과 함께 염증을 염려하는 것이다.

난 몸에 고열의 기운을 스스로 체감한다.

체온이 38도 가까이로 오르면 이마와 얼굴(볼)이 화끈거리고 귀속에 손가락을 대어보면 뜨거워진 열기를 바로 느낀다. 38도를 넘어서 38.5도까지는 열이 있구나 하고 느끼며 일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두통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내가 통증에 둔감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아무튼 고열은 환자이든 아니든간에 우리 모두에게 몸이 스스로 이상징후가 있다고 알려주는 경고이므로 이를 소홀히 놓쳐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제 한달만에 (4주 + 2일) 항암주사 15회차를 맞았다.

지난 한달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외과 외래진료 3번(협진 포함 총 5회) 받았고 MRI, PET-CT 각 1번 종양내과 외래 2번, 입원 한차례(1박2일) 가 그 사이에 있었다.  월초에는 장모님 첫 기일과 갑작스런 작은아버지 장례일정이 겹쳐서 광주에 2박3일 머물렀다. 모처럼 모친과 점심 외식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저지난주 화요일 외래진료시 검사가 감마지티 상승으로 담관 스텐트 교체를 위해 입원 예약을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 이번주 화요일에 PET-CT를 찍은 후 원무과에 들려 입원 일정을 확인하니 오후 3시경에 간호병동 (16병동)자리가 난단다. 간호병동이라 보호자 상주가 안되므로 모처럼 아내에게 쉬는 자유를 주고 싶어서 오케이 했다.  아내랑 같이 입원 수속을 마친 후 입원했다가 다음날 퇴원했다. 첫날 실시한 피검사, 소변, 가래 검사들이 이상이 없어 예정된 항생제 투여는 한차례로 마치고   다음날 아침 채혈까지 정상 수치로 스탠트는 수술한다면 수술시 함께 제거하기로 하고 오전에 바로 퇴원했다.

목요일에 외과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세번째 외래진료에서 결국은 항암치료를 더 받기로 결정되었다. 종양내과 주치의와 췌담도외과 전문의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였지만 간 전문의는 복막전이 의심(?)으로 수술 후 예후에 대해 장담할 수 없으므로 현상태로는 수술이 곤란하고 항암치료를 더 받은 후 복막치료 결과를 보고 다시 의사결정하자고 하였다.

이 진료결과에 나보다  아내의 낙담이 컸고, 멀리서 궁금해 하시는 모친과의 통화 역시 수화기너머로 어머니의 갑작스런 낙담어린 (잠기는) 목소리로 변하는게 눈에 선해 마음이 아렸다.

나야 뭐 그대로이기에 실망은 줄어들었지만 다시 시작될 항암 주사와 나름 핑크빛(?) 향 후 일정이 어긋나게 되어 아쉽지만, 아내와 모친의 실망이 매우 마음에 걸렸다.

혈액검사 채혈을 마친 후 점심시간이 되어 신촌거리를 걷다가 [신촌 형제갈비]에서 갈비탕을 먹었는데 고기양도 많고 맛있었다. (매년 5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낸다고 하는 주식회사이다) 손님들이 많고 나이드신 혼밥 손님은 불고기 백반(오천원, 300g 소고기)을 많이 드셨다.

시간이 되어 진료실에 들어선다.

A: 입퇴원으로 고생많으셨고 외과 진료 결과 실망 많이하셨죠.
B: 저보다도 아내가 기대가 컸다가 실망이 크다.

A: 그러게요. 저도 최교수님께 다시 한번 검토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B: 어제 강교수님은 '수술 가능하다' 하셨고, 최교수님은 복막전이로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은 사례가 많아 복막이 깨끗해지면 수술을 고려하자고 했다. 복막전이는  지난 번 보다 약간 줄어들었다고 나오고 항암 효과가 있으므로 항암을 계속해달라.였다.
복막전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명해달라.

A: 난 복막전이는 지난번 복막염(장폐색시) 흔적으로 보고있다. 영상학 검사 결과를 보고서 절대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최교수는 이를 암으로 보고 있어 이런 의견과 함께 재분석을 요청한 것이다. 일단 항암을 하면서 좀더 지켜보자.
(MRI 사진을 보면서 자세히 설명)

A: 한달간 항암치료를 못했기에 다시 시작하자.  치료 효과가 좋으므로 힘들겠지만 두달 정도 후 다시 결과를 보자..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잘 될 것이고 다시 한번 최교수에게 강력히 요청하겠다.
B : 나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더하여 회사 복직 관계도 고민중이다. 가능하겠는가?

A: (지난번과 달리 잠시 주저하더니)  항암시 휴가가 자유로운가?
B: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다만 00지역에서 근무한다.
A: 00 지역은 잘 모른다.
B: 충남 ××시에 소재하는 공장으로 사무실 근무다.

A:그럼 혼자 생활하게 되는거?
B: 아니다. 사택에 살고 있어서 아내랑 함께 내려갈 계획이다. 작은아이가  대학고시원에 있고 아들도 취업 준비중이어서 괜찮다
A: 두달정도 치료하면서 지켜보자. 이번 혈액검사 간수치가 높아져 우루사정 처방을 했다.오늘 치료 잘 받아라.
B: 변비약이 거의 다 떨어져 처방이 필요하다.(근 3개월만에 우루사정과 듀파락이지 외래 처방전 받음)

A:  스탠트부위의 염증이 우려되므로, 열이 나면 무조건 응급실로 와라.

이렇게 진료를 마치고 항암치료 주사를 맞았다.  정맥주사를 놓을 핏줄을 찾는데 어려움 속에 세번째에야 놓을 수 있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금요일인 오늘 따라 밀리지 않아 기다리지않고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어 예정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D+1.(4.27)
전날 저녁 혀의 백태로 탄튬 가글하고 취침. (백태 사라짐)
일찍 잠자리에 듬 ( 새벽 일찍 깨어 피곤감) 기상 후 사라지고 양호.볼일 양호.
얼굴 눈아래 부위와 볼 홍조. 볼일 봄.
오전내내 머리가 멍함 (오후에 모 처럼 낮잠자고 멍한것 완전 사라짐)
오전에 먹는게 좀 많은지 속이 거북하고 오후들어 다소 무력감(오후 늦게 산책)

D+2 (4.28)...
기상. 어제보다 양호. 정상볼일
멍함 자체 없음.
취침전 약한 백태... 탄튬 가글실시
평소보다 이른 잠자리.

D+3. (4.29)
기상 양호. 볼일 등 정상
약한 백태기 잔존 : 양치로 제거.
오후들어 피로도 보임 : 가벼운 산책.

D+4. (4.30)
오전에 잠깐 목소리가 감기는 가분듬. 정상. 오후들어 평소대로 완전 정상화.
왼쪽. 오른쪽 팔 혈관 닿으면 통증의
(오른쪽은 예전 그 부위 그대로... 근 두달만에 혈관주사 맞은 쪽임.
왼쪽은 1센티정도 부은 상태)

D+5.(5.01)
완전 정상. 다만 팔의 혈관 증상은 그대로임

[특이사항]
지난주 부터 깊은 복식호흡이 원활해짐.
이번 주 허리 부위에 마치 운동 후유증처럼 미세 근육통 있음..점차 사라지고 있음.

[세브란스 병원 본관 우리라운지 아트 스페이스 전시]
사진으로 보니 현장작품과 달리 느낌이 애매해짐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나무는  / 김점순

나뭇잎이 흔들릴 때
가만히 그 속으로 따라가 본다
이파리가 흔들리기까지
먼저 가지가, 줄기가
뿌리를 묻고 있는 저 땅이
얼마나 많은 날을 삭아내려야 했는지
가볍게 흔들리는 것 뒤에는 언제나
아프게 견딘 세월이 감춰져 있는 것을

푸르게 날을 세우고 있다고
외로움이 없었겠는가
허공으로 길 하나 내기 위해
초승달 돋은 하늘에 가슴을 풀어놓고
얼마나 몸서리를 쳤는지
돌아앉아 숨 고르는 소리에
발 아래가 술렁거리고, 서쪽 하늘로
수만 마리의 새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그러면서 나무는
제 한숨을
나이테 속에 꼭꼭 태워 넣고 섰을 뿐

 

2004년 제10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작

시가 쉬우면서 그냥 마음속에 푹 감겨오는 시이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9. 4. 20. 09:43 한글나무

인연

소설을 읽다가
소설의 연결고리가
 "인연과 복선"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한참을 잊고 있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제사 다시 알게된다.

암으로,
항암 치료중에는
연락도, 만남도 제약이 된다.

시간은 많은데
생각은 멀기만 하다

공간적 시간은 멀어지고.
심리적 시간은 벽을 만나고 있다.

가까운데 멀기도 하고
없는 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만나고 싶은 이들이 많다.
함께 차 한잔 나누고 싶은데
그건 마음뿐이다.

애써 전화 번호를 찾아놓고서도
큰 글씨의 통화 버튼은 단단하기만하다
그 단단함에 보고만 있다
그렇게 하루가 조금씩 더해진다.

활짝 웃으며
찾았던 번호를 누를 수 있는
가까워진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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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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