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 김점순

나뭇잎이 흔들릴 때
가만히 그 속으로 따라가 본다
이파리가 흔들리기까지
먼저 가지가, 줄기가
뿌리를 묻고 있는 저 땅이
얼마나 많은 날을 삭아내려야 했는지
가볍게 흔들리는 것 뒤에는 언제나
아프게 견딘 세월이 감춰져 있는 것을

푸르게 날을 세우고 있다고
외로움이 없었겠는가
허공으로 길 하나 내기 위해
초승달 돋은 하늘에 가슴을 풀어놓고
얼마나 몸서리를 쳤는지
돌아앉아 숨 고르는 소리에
발 아래가 술렁거리고, 서쪽 하늘로
수만 마리의 새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그러면서 나무는
제 한숨을
나이테 속에 꼭꼭 태워 넣고 섰을 뿐

 

2004년 제10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작

시가 쉬우면서 그냥 마음속에 푹 감겨오는 시이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
                                             장기려 

수도꼭지엔 언제나 시원한 물이 나온다. 
지난 겨울엔 연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쌀독에 쌀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세끼 밥을 먹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언제나 그리운 이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키울 수 있다. 
그놈이 새끼를 낳아도 걱정할 일이 못된다. 

보고 듣고 말함에 불편함이 없다. 
슬픔에 울고 기쁨에 웃을 수 있다. 
사진첩에 추억이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리 밉지만은 않다. 

기쁠 때 볼 사람이 있다. 
슬플 때 볼 바다가 있다. 
밤하늘에 별이 있다. 
그리고… … 세상에 사랑이 있다. 

성산(聖山) 장기려 박사(1911~1995)는 평생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의 삶을 사신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움. 일명 ‘바보 의사’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그는 부산 복음병원의 엘리베이터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야 들어설 수 있는 옥탑방에서 살았다.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그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집이라고 늘 자랑스러워 했던 그곳에서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며 쓴 시이다. 

한국전쟁 전 이북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였으며, 전쟁 중 평양의 대학병원에서 밤새워 부상당한 국군장병들을 돌보다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군 버스를 타고서 남쪽으로 내려온 이후 북에 남겨진 아내와 다섯 자녀를 그리워하며 평생 눈물짓는 삶을 살았다. 그 그리움의 눈물이, 고통 받는 이웃과 사회를 향한 사랑으로 승화되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고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야밤에 직원들 몰래 도망가라고 뒷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수술 전에 항상 환자의 손을 꼭 붙잡고 간절하게 기도한 후에 수술을 했다. 평생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었음에도 평생 혼자 살면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이들의 친구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고, 평생 집 한 채 없이 병원 사택에서 살았으나 그는 사랑으로 부족함 없이 살았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제 고등학교 선배이자 정년퇴직하신 직장 형님에게 받은 카톡 동영상에 실린 영상시 였습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시에서 여러 구절을 모아 놓은듯한 기준에 여러 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은 ???

중요한 것은 내게 준   감동이었습니다.

선배가 보내준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요즘 치료받느라 힘들어 할 위로의 뜻이자 격려라는 걸 잘 알기에 ...

아마 이 "상처가 스승이다" 라는 글을 통해서 제가 받은 위로와 격려는 그분이 보낸 이상 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참 많아서 좋습니다.

상처가 스승이다.
                                    정호승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트린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한가지 용서하면
신은 나의 잘못을 두가지 용서해 주신다
예수에게조차 유다라는 배반자가 있었다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
연잎은 자기가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비워버린다. 
 
상처는 스승이다.
남의 흉은 사흘이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어머니의 웃음속에는 신비가 있다.
시간 없을 때 시간 있고,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한다.
시련이란 해가 떠서 지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것이다.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
감사함을 통해 부유해질 수 있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밥알이 밥그릇에 있어야 아름답지
얼굴이나 옷에 붙어 있으면 추해 보인다.
성실이 없는 곳에 존재가 없다.
죽음을 두려워 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 하지 않으면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상처는 스승이다 
                                 정호승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보라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노란 애기 똥풀이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똥을 누고 있다 
나도 그 옆에 가 똥을 누며 웃음을 나눈다 
너의 뿌리가 되게 위하여 
예수의 못자국은 보이지 않으나 
오늘도 상처에서 흐른피가 
뿌리를 적신다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새벽기도 
                              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 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 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정호승시집[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창작과 비평사  


서대문공원 
                            정 호 승 

서대문 공원에 가면 
사람을 자식으로 둔 나무가 있다 

폐허인 양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사형 집행장 정문 앞 
유난히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미루나무는 말했다 
사형 집행이 있는 날이면 
애써 눈물을 감추고 말했다 

그래그래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 
그래그래 
네가 바로 내 딸이다 

그렇게 말하고 
울지 말고 잘 가라고 
몇날 며칠 바람에 몸을 맡겼다 

** 정호승 시집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 (창비) 중에서 
          
[정호승 시인 소개]
경북 대구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등단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
시집으로 《서울의 예수》,《새벽편지》,《별들은 따뜻하다》等이 있으며 
詩選集집으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있다. 
제3회 소월시문학상을 受賞하였다
73그룹` 회원, `반시` 同人.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느낌]
우리에게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솔직한 감성표현으로 마음을 울리기도하고
때로는 따스한 눈물을 흘리게하는 글로
늘 우리를 다독여 주웠다.

아내에게 이 시를 권했다.
아내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여위웠다.
지금 가장 보고싶은 이가 어머니가 아닐까? 한다.

힘들고 외롭고 앞날이 두려울 때
그래도 엄마 품이 가장 그리울 때이기에.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시인 정채봉님과 이 시의 사연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http://jirisanbook.com/221277394063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더 알아보기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이생진 시인의 시와 그림 중에서>

 

 

바람 같은 얼굴

 

 마라도 5           

                  이생진

 

오늘 수평선은

 

네 눈썹처럼 진하다.

 

너도 네 눈썹을 갈매기처럼 그리지 말고

 

수평선처럼 그려라.

 

그러면 네 얼굴도 바다가 되리라.

 

 

 

⊙ 수록시집명 : 먼 섬에 가고 싶다    

⊙ 수상문학상 : 제12회 윤동주문학상

⊙ 발표일자 : 1995년12월    

 

 

아주 오래전 지금으로 부터 18년전 포항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시절에 좋아했던 시인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유난히 책을 좋아하던 시절에

내연산 보경사엘 갈 때 마다 한권 빼어든 책이

이생진 시인의 시집이었습니다.

 

그 시절 왜 이 시인에게 이끌렸는지

요즘 그 때 그 시집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이 시는 그 때 그시집이 아닙니다만

마음에 드는 시 한 수 옮겨 함께 나눕니다.

 

                             <080215>

 

<다음블러그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의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에서 옮겨옴>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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