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인은 고향이 같아서라기 보다는
아마도 내 느낌과 닮아서 좋아한 것은 아닐까?
호가 차를 좋아하는 다형이라서,
물론 그분은 차를 좋아하고 커피도 즐겼다고 한다.
좀 나이드신 분들은 이분이 낯설지 모르지만
요즘 세대들은 국어 교과서에 실린
"가을의 기도"로 더 먼저 기억할 시인이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시작하는 시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그분은 이미 작고하셨지만
그분의 체취와 자취는 학교에 오래 남아 있었다.
내 모교는 그분이 교수로 재직하셨던 조선대학교 산하의 부속 고등학교였고
학교의 국어 선생님들은 대부분 그 분의 제자들이셨기에
간혹 시를 옮기면 그분의 시를 옮기기도하고 읊조리시기도 하셨다.
"가을의 기도"에서 부터 시작하여
그리곤 그분에 대한 기억을 전설처럼 풀어내곤 하셨다.
더 나이 먹으면 나도 전설처럼 들려주고 싶은 분이 있을건가.
나를 전설처럼기억하는 사람은 없어도
내가 전설처럼 기억하고픈 사람들이 많기를 소망한다.
그 때 한 선생님이 권하던 시는 "플라타너스"였다.
광주의 조선대학교는 올림픽스타디움 넒이의 종합우동장이 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이 시제목처럼 '플라타너스"가 울창했었다.
봄에는 새로운 시작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가을의 정취인 커다란 낙엽을
그리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였지만
사계절의 흐름을 그 어떤 나무보다도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준 나무다.
아마 그당시 웬만한 도로 대부분의 가로수는 이 '플라타너스'였으니
어느 새 제법 풍족해졌을 때 쯤에
가을에 도로를 어지럽히고 보기 흉하다고 베어내기 시작했지만 ...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문득 이시가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것은 다 잊었어도 "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로 시작하는 대목은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다시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다.
<080130>
<인터넷에서..... 저작자 허락없이 옮겨왔습니다.>
플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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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승, 호 남풍·다형: 1913년 2월 28일 (광주광역시) - 1975년 4월 11일 >
전라남도 광주 출생. 목사인 부친의 전근을 따라 평양에 이주, 그 곳에서 숭실중학과 숭실전문 문과를 졸업하였다. 교지에 투고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라는 시가 양주동의 인정을 받아 《동아일보》에 발표(1934)됨으로써 시단에 데뷔하여 《새벽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침》 《황혼》 《새벽교실》 등을 계속 발표, 민족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나타내어 주목을 끌었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붓을 꺾고 침묵을 지키다가 8·15광복 후 1949년부터 다시 작품을 발표, 《내일》 《동면》 등 지적이고 건강한 시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1951년부터 조선대학교 문리대 교수로 있으면서 박흡·장용건 등과 함께 《신문학》(계간)을 6집까지 발행,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하였다.
1957년에 처녀시집 《김현승시초》를 간행하고, 1963년에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 1968년에 제3시집 《견고한 고독》, 1970년에 제4시집 《절대고독》을 간행하였다.
그의 시는 초기에는 자연의 예찬을 통한 민족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띠었으나, 8·15광복 후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세계를 보여 주었고, 말기에는 사랑과 고독 등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였다. 1973년 서울특별시문화상을 받았고 1974년 《김현승 시선집》을 출간했다.
<080130 다음블러그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 의 '좋아하는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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