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이 좋아서 선택하여 예고를 나오고예대에 진학을 해서
일년을 질풍노도(제가 보면 자유분방과 게으름의 극치지만)의 시기로 일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지원하여 만기 제대를 얼마 앞두고 고민하다가 

전문하사로 6개월을 더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게 전화도 가끔하는 것을 보니 요즘 녀석이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되나 봅니다.
녀석이 제게 전화를 걸어올 때면 마치 속사포처럼 많은 얘기를 쏟아내고 난 조용히 듣습니다. 나야 아들녀석과 통화하면 딱히 할 얘기가 드물고, 아버지랍시고 공자님 같은 소리만 하지만 녀석이 전화하는 날은 웬지 들떠 있는 날입니다.

 

얼마전 누군가가 제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선택해야 할 때 안정적인 직업과

제가 좋아하는 직업이 제 앞에 있다면 저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나요?”라고

 

그 질문에 저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내가 자네의 아버지 입장이라면 나는 당연히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라고 대답을 할 것이네.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살아온 선배로서 대답을 하라고 해도 나는 자네에게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라고 대답을 할 것이고 나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리 할 것 같네.”라고

 

그 대답에 그 친구는 잠시 실망한 표정이었는데 그 친구가 원하는 답은 아마도 요즘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처럼 “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대답을 기대했나 봅니다.

 

그럼에도 실제 난 아들 녀석에게 원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말했지만

요즘 살짝 후회될 데도 간혹 있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안정된 길과 원하는 길을 두고 고민을 할 때에는

원하는 길은 대부분 남들이 가기를 주저하는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실제 녀삭이 나이들어 갈수록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기에... 

 

선택은 자유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기에... ...
실제 그 결과를 통해서 선택의 성공여부도 판가름 지어지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길은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기를 주저하는 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이 가기를 주저하는 길은 그 길이 험난하고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인간이 갖는 막연한 환상 즉, 기대심리로 인하여 환상에 젖는 경우가 많기에...

 

나 역시 내 아들이 예견된 그런 험난 한 길을 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그런 길을 선택해도 변함없이 말리지는 않을 생각이고
다만 녀석에게 그 힘든 길을 즐길만한 인내심과 죽을 힘을 다할 노력의 각와가 있을때만가고 결코 후회하지 않도록 스스로 만들어 갈 자신이 없으면 다른길을 가라고 말할 것입니다.

 

예전 녀석이 중3 일학기 중반무렵 미술학원을 지나다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미술학원 창문에 걸려있는 소묘와 그림을 한시간 넘게 보고 있었노라고
미술을 하고 싶다고....

만일 그 때 "안돼!"하고 답했으면 보다 쉬운 길을 같을텐데
난 "그래 아들 장하다.  난 네 나이 때 무얼하고 싶은게 없었단다."라고 하면서
혼쾌히 미술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물론 녀석의 담임선생님은 아들을 불러 설득하고

아내에게 까지 예고로 (미술전공) 진학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얘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압력을 넣기도 했지만 결국 녀석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남들은 오래전 부터 준비해왔는데 늦게 시작한 미술 공부
붓잡은 손에는 굳은 살이 베기고 엉덩이가 짓물러도 하교 후 학원에서 밤 12시 넘게 미술 공부를 하면서도
녀석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즐겁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잠자는 녀석의 얼굴을 살펴 보다가 깜작 놀랬습니다.
굳은살로 볼록한 녀석의 붓잡는 손과 앉고 일어날 때 애써 감춰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여서 살펴본

엉덩이의 욕창에 마음이 아팠지만 녀석은 활짝 웃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반년 조금 넘은 기간을 힘들게 준비하여 원하던 예고에 입학 시험을 치루고
합격통지를 받던 날 녀석에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이제 너는 조그마한 산 하나를 겨우 넘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높은 산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처음 시작하는 길은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순탄한 길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낯선 길을 지나고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스스로  헤쳐 나아가야하고 때로는 건너는 다리도 만들 수 없어 멀리 돌아가거나 헤엄쳐 건너기도 해야 한다.
가다보면 능선을 만나 쉬엄쉬엄가기도 하지만 숨이 넘어가는 일명 "깔딱 고개"길도 넘어야 한다고,

앞으로 네가 가는 힘든 길에 나는 너와 함께 같이 오를 수는 없지만
네가 힘들 때에는 반드시 네 곁에 지켜보면서 함께 있을거라고...

 

냐석의 연장 6개월 근무도 어느새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기간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이 되기를 멀리서 기도로 힘을 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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