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

 

어제 저녁에는 모처럼 집에서 한국차를 우려내었습니다.
이 곳 중국으로 와서 차는 많이 마시지만
집에서 마시는 기회도 적고, 더군다나 우리 차는 더욱 마시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그리되었습니다.


일종의 번거로움이라까?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떡차로 물을 끓여서 늘 마시기에

따로 차를 우려내어 마시는 시간을 내지는 않은 거라 생각됩니다.
중국에 와서 좋은 점은 그 동안 나름 가까히 했던 커피를 좀 멀리 두게 되었다는 점인데

사무실에서도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다보니 집에서는 더욱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 가져온 차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간절함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였을까?  어제 저녁에 우려냐는 차는 참 맛이 있었습니다.
역시 우리들은 차의 "맛"을 가장 중요시 하는데
중국사람들은 맛보다는 "향"을 더 우선시한다했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의외로 이 곳에서는 생각보다 국화차를 더 많이 마시고 있더군요.

 

지난 주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한 주간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연이은 술자리는 하루도 쉬지않고 토요일 저녁까지 연달아 이어졌는데
그나마 토요일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물로 술(백주)을 대신할 수 있어
일주일 동안 입은 내상도 함께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요일 역시 평소 처럼 출근하여 하루 종일 보고 자료를 만들다가
약속 시간을 맞추어 바로 모임장소로 도착하여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준비한

찬송가 연습 몇번하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가사가 안보여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모임은 천진성당내 레지오 마리에 모든 단원이 한자리에 모여 간단한 식사와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로써 각 레지오 단별로 준비한 장기자랑도 즐기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말미에 한국에서 오신 예수회 소속 신부님의 "귀천"이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노래는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 모 수녀님이 곡을 부친 곡으로

감미로운 목소뢰로 노래를 통해 들으니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동안 잠시 일상에서 놓아두고 잊은듯 했던 그 누군가를 이 시를 통해서 기억해내고
내내 그 분을 다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은 덤으로 누린 행복이었습니다.

 

어제 미사도 그분이 강론을 하셨는데

평화방송에서 오랜동안 피정을 담당하시는 신부님이시기에
상대방에게 편하게 빠져들게 하는,

그러면서 무언가 스스로 생각 주머니를 열도록 만드는 달란트가 있나 봅니다.

 

강론을 통해 제가 느꼈던 마음 두어가지를  함께 나눠봅니다.

 

첫째는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이 없다면 그 일에 대해 흥미를 잃게되고

그 결과 또한 눈에보이듯 뻔하다는 것이지요.
요즘 내 움추린 모습에 대한 일종의 채찍이자 현재의 내게 있어 

가장 필요한 해결의 열쇠가 아닐까하고 되물었습니다.
실제 일에 대한 흥미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을 못느끼고 있었기에 ...

 

과거의 한 때로 되돌아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진짜 남부럽지 않게 열심히 그리고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의 공통된 점은
그 당시 내가 하는일에 보람을 느끼고 일을 하는 내내 일하는기쁨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요즘의 내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지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스스로 마음에 용기를 불러넣어 아쁜기운을 몰아내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아래 두번째 방법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두번째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늘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내면의 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소리를 애써 들으려 하지 않기에 들을 수 없다고 하며 그나마 들어도 듣는 습관에 익숙하지 않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말만 듣는다는 거죠.

그러나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면 저절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인 "기도" 역시

자신의 내면을 통해서 전해주시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손을 모은다는 것은 겸손히 내 마음의 귀를 내면으로 돌리겠다는 신호이겠지요.
제가 늘 말하는 등산의 효과중 하나인

 "걱정거리 하나 들고 산에 오르면 내려올 때 웬지 해결되었던 경험"도
이런 경험이지만 남들이 말하는 명상도 이와 비슷할거라 생각됩니다.

 

마음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못견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혼자 다시 되새김하면서 스스로 자존심 상해서
아픈 생채기를 스스로 내면서 아파하는 것이랍니다.
만일 되새김하지 않으면 고통받지 않을 것인데 욕심이 있으니...
불교에서 말하는 "사심이 있는 곳에 반드시 고통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일것 입니다.

 

미사 내내 한 사람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밝은 모습에서 그 사람의 맑은 영혼을 느끼게 되고
그 파장의 여운은 지금도 나를 감싸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내스스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뭘까? 
화두처럼 생각하고 눈을 잠시 감아 봅니다.

 

          <131216>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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