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기 전 신발을 벗어 먼저 그 안에 작은 모래가 한 알이라도 있는지를 확인한다. “한두 개 모래알이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온통 거기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신경을 빼앗기면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을 올라가기 시작하면 해발 몇천 미터에서 다시 등산화를 벗을 기회는 거의 오지 않는다. 겨우 모래 한 알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어제 레지오와 미사에 참례차 나서는데 운동화에 있는 작은 모래 두어알이 내 발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디.

걷는 내내 이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신발을 벗어 그 모래를 털어내었습니다. 

한번 신은 운동화는 그리 쉽게 벗을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적당히 멈추어서서 신발을 벗어 털어낼 공간도 마땅치 않고

더군다나 신발을 벗을 그 짧은 시간마저도 내게 여유가 없을 때가 있나 봅니다.

위 엄홍길 산악대장의 말이 실감나게 맞는 말입니다.

 

천진에서 생활하면서 정기적으로 마음 먹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행하는 게 냉장고 정리입니다.

냉장고라는게 일종의 보관 창고 개념(?)이라서 한번 속으로 들어가면 쉽사리 버려지지 않고

또 다시 다른 것들로 채워지고 , 어떤 것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그냥 빈 공간만 차지하게 됩니다.

마음 한켠에는 차가운 냉장고이니까 안전하겠지라는 쓸모없는 믿음도 그리 만드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냉동실은 정리 대상에서 아예제외시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곽 차버린 냉장고 안을 보고서야 슬슬 정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리의 첫걸음으로 한동안 더 이상 추가로 냉장고에 물건을 넣지 않도록 하고

기존의 내용물은 서서히 부피를 줄이다가 비워내고 한계에 부딪히면 아깝지만 그냥 버리기도 합니다.

하루에 한끼에서 많아야 두기 식사를 하니 편의상 눈에 보이는 반찬만 꺼내는 경우가 많기에

깊숙히 넣어둔 반찬은 이렇게 마음먹고 정리를 시작할 때에야 눈에 띄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는 것도 그러하질 않을까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이나 능력을 잘 모르고 쉽게 사용가능하거나 손쉬운 것만 늘 곶감 빼어먹듯

그리 단순하게 이용하는 것 처럼. 그러다 어느날에야 내 자신을 다시 보게되는 경우가 왕왕...

 

처음엔 별반 차이를 못느끼고 살다가 어느 날 정리를 해야겟다고 마음먹는 순간에야 눈에 보이는 집안의

심하게 어질러진 정리안된 물건들을 방안을 보면서 아주 사소하지만 정리를 하고 안 하고의 미묘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아주 큰 차이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질려지려 할 때 바로 바로 정리를 했다면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을

특별히 날을 정하고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니....

 

이번에도 역시 줄이고(저장 그릇 수를), 먹다가 안되어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덤으로 방안에 보관되어 있는 물건들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버리기에는 아가워 보관하다보니 제법 쌓였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이후 이용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버려도 생활에는 젆 지장 받지 않을 무방한 것입니다.

 

결국 정리는 단순한 ‘잡무’가 아니라 모든 일의 중요한 시작점이자 완성점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도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들을 보면 마음 까지도 정리된 듯 환해집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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