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인터넷에서>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 김왕노-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니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세상 건너편에 서있다
우리가 서로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무엇이 되어 어둑한 골목에
환한 외등이나 꽃으로 밤새 타오르며 기다리자
새벽이 오는 발소리를 그렇게 기다리자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불러주었듯
너를 별이라 불러주었을 때 캄캄한 자작나무숲 위로
네가 별로 떠올라 휘날리면 나만의 별이라 고집하지 않겠다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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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은 1957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하여 1988년 공주교대를 졸업했다.

그는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해양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지리산 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슬픔도 진화한다>(천년의시작, 2002)와 <말달리자 아버지>(천년의시작, 2006)가 있다.

요즘 날씨가 매섭습니다.  강르없이 겨울이 온듯 합니다.

이런 때 일수록 누군가와 "함께 나눔"의 소중함이 커 보입니다.

함께 그것도 나눈다는 것..

그 나눔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상대와 함께라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가 자작나무라 불러 줄 때 자작나무가 되었다고 시인은 노래 합니다.

나도 내 가까히에 있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름이기를 희망합니다.

 

          <121112>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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