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시에서 언급했는데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리로 다시 적어 봅니다.

다시 옮겨도 그 때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 시는 제게 있어 좋은 시입니다. 

제게 있어... ... 

이 시인은 젊은이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시인이기도 하는데

그의 시를 읽어보면  화려한 미사여구로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일회성 유행성(?) 반짝 시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를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한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 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선 팬티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래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속에서 수줍어 하고 했을

어머니의 오래됀 팬티 한장

 

푸르스름한 살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

 

 

김경주 시인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혼불 주최 김명희 문학상 당선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제3회 「시작문학상」,

제17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2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그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늘 감수성을 가꿀 것,

그리고 순간 떠오르는 시상을 메모하는 습관을 가질 것

(이제까지 메모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는데 라면박스 가득 무려 8상자란다!!!).

 또, 좋은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과 한몸이 되면서 위화감과 거리감이 사라져 친숙해진다고. 

 

그가 무인도에서 군복무 하던 시절, 휴가 나왔다가 부대로 돌아갈 땐 

고참들이 뺏어 읽지 않을 만한 정말 어려운 시집들로 5권을 들고 들어갔다.

 그리고선 몇 쪽에 무슨 문장이 있는지 달달 외울 정도로 맹렬히 읽어댔다.

김소연 시인이 그랬다. 좋은 시집 열 권 정도가 머리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을 정도가 되면

웬만큼 창작의 기반이 갖춰진 것이라고.

 또, 남에게 보이기 위한 시가 아니라

자기가 즐겁게 쓸 수 있어야 오래도록 좋은 작품을 뽑아낼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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