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6. 22:30 좋아하는 시
산...... 정희성
<지리산 반야봉 정상에서 .... 2008.08.27>
예전에는 스산한 마음이 들면
내 블러그의 "내가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에 있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여러번 읽었다.
그냥 여러번 읽었다.
오늘도 그런 날일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블러그는 접속이 안되어
그나마 이 티스토리에 옮겨 놓은 몇 편의 시를 읽었다.
그런데 왜 일까?
스산한 마음이 더욱 스산해지는 것은...
김남국 시인의 "도랑가 잣나무 생각"을 여러번 더 읽다가
김광섭님의 "산"이라는 시를 연이어 읽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상한듯 하면 이 "도랑가 잣나무 생각"이 생각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으면 이 "산 "이 생각난다.
그 날 그 날 상황에 따라 다가서고 읽어 주는 시들이 다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매일 매일 시를 읽어라 했고
법정스님은 어느 주례사에서 신랑 신부에게 매달 시집 한권을 사서
서로 읽고 선물하라고 부탁하셨는데 정말 시의 마력을 잘 아셨던 것 같다.
그러다 그 김광섭 시인의 "산"이라는 시를 예전 글에서 옮겨 오면서
빠트린 정희성 시인의 "산"이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옮겨 본다.
내 그리는 사람 마냥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는 싯구에
마음 홀린지 꽤 지났다.
<이 글 아래 시 (산. 김광섭)도 다시 읽어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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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 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 마냥
산이 어디 안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 정희성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2008)
* 시집의 해설중에 ( 박수연) 이런 말이 있더군요. "희망은, 그것이 없을 때,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만 , 어둠속에서 더 절실하게 별이 되어 빛난다." 제가 좋아하는 언덕이 있습니다. 그 언덕 위에 마음 속으로 집을 짓기도 하고 안락의자를 가져다 놓기도 합니다. 가끔은 허름한 무덤이 되어 뭉클하게 언덕 아래를 보기도 합니다. 또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언덕이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 산 '정희성'
이 시인은 서울대 대학원까지 수료하고도 다들 잡혀가고 죽고 하는데
혼자서 잘 살겠다고 대학교수 공부하는 게 싫어서
끝내 고교 교사의 길을 택한 시인으로 그 순수한 마음과 죄스러움이 우러나는 시를 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어떤식으로든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배어있다.
(여기에는 그러한 시들을 굳이 오리지는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단아한 표현과 세련된 언어구사.
그냥 편하게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함께 웃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슴 속 저 밑에서 저미듯 우러나는 잔 슬픔에 잠기곤 한다.
흔적
어머니가 떠난 자리
어머니가 벗어놓은 그림자만 남아있다
저승으로 거처를 옮기신지 2년인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이 보낸
체납주민세 납부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계신가 싶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떠 올랐습니다.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주일 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 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룰 긁으며
글쎄 내가자매님들 젓을 다 먹어봤겠느냐고
우리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도 그렇겠노라고"
다시한번 마무리로 산을 옮겨 놓는다.
산
가까이 갈 수 없어
먼 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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