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 "바람의 말"에 대한 시인의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도 함께 전해봅니다.

 

"시" 저는 잘 모릅니다.

한 때 시를 쓰고 싶었고 욕시을 내어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시를 떠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이지 언제나 시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 속으로 빠져 듭니다.

 

개인 성향에 따라 좋아하는 시인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 번 읽을 때에는 달콤했는데 한참 뒤에는 읽기가 싫어지는 시가 있는가 하면

한결 같이 내게 무언가를 불어넣어주는 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시절 유행하는 시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각적인 언어의 유희 같은....이 것 역시 저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날 다시 읽어도 그 느낌이 새로운 시!

그런 시를 옮겨 보는 것입니다.

생각나면 편하게 한번 더 느껴볼려고

 

                    <130727>

 

 

거의 20년 전에 내가 받은 한 통의 편지를 여기에 참고삼아 소개 해 본다. 편지를 주신 분은 예순 살 정도이셨던 것 같다. 깨끗하고 잘 쓴 글씨의 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 분은 1년 전 사랑하고 존경하던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남편의 긴 투병 중 점점 쇠약해가던 말기의 어느 하루, 옆에서 간호하던 자기에게 남편이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언제 한번 시간이 날 때 읽어보라고 했다. 그때는 정신도 없고, 환자와 함께 자신도 피곤하고 침울해져 있던 때라, 그러마고 말만 하고 잊고 지냈다. 그 얼마 후 남편이 죽고 장례를 치르고 남편의 유품과 병실에 남아 있던 물건을 태우고 정리하던 중에, 갑자기 남편이 죽기 전에 자기에게 전해 준 그 종이가 나왔다. 그 종이에는 남편이 직접 쓴 시 한편이 적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시가 바로 내가 쓴 시였다는 내용이었다. 

(시인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시집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1980)

 

 

 가수 조용필이 부른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는 노래가사가 이 시와 흡사해서
 마종기 시인의 시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표절 시비에 대해 이 노래를 직접 작사한 양인자 씨는 이렇게 해명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80년도 초 MBC 방송국에서는  사랑의 수기 모집을 해서 그 수기를 바탕으로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그 작업을 많이 했던 저는 그 수기 속에 나오는 말들을 정리해서  주제가를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마종기 시인의 시와 흡사한 것을 알고  마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선생님은 이해하고 용서 해 주셨습니다. "

 

 

     바람이 전하는 말 - 조용필 

 

     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  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
    어느 순간 홀로인 듯한  쓸쓸함이 찾아올 거야

    바람이 불어오면 귀 기울여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
    착한 당신 외로워도 바람 소리라 생각하지마

    너의 시선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놓으리 그 꽃나무 자라나서
    바람에 꽃잎 날리면
  쓸쓸한 너의 저녁 아름다울까
    그 꽃잎 지고 나면 낙엽의 연기
    타버린 그 재 속에 숨어 있는 불씨의 추억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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