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

                               이병률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들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들어오고 의미도 없는 일로 분주하다
그리곤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건다. 그리곤 묻는다.
수화기를 들고서 잠시 망설인다.
이 망설임은 상처이고 두려움이고 아픔이다.

딸칵 소리와 함께 무미건조한 목소리일지라도 난 그나마 안도한다.
혹시 안받으면하는 두려움과 걱정하는마음이 놓인 셈이기에
나는 묻는다 "몸은 어때" 아니면 "별일 없지" 아니면 "식사는"
너무 매일 물어보는 상투적인 물음이기에 답변도 늘상 동일하다.
간혹 아주 간혹 다른 얘기가 들려지지만 긴 애기는 아니다.
난 생각한다. 이 전화의 통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거리가 없는 거라고
마음의 간극이 없는거라고
그런데 많이 아프다, 갈수록 그 시간은 짧아지고 있고
그 짧은 시간들 조차도 피부를 지나 마음을 찌르고
전화를 끊고 나면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그 상처를 누르곤 한다.
많이 아프다,
상대의 아픔이 내게로 다 전해져오면 좋을텐데
그러면 그가 통증이 없어지고 그러면 그 상처사이로 놓인 다리를 서로의 마음이 건널텐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쩌면 그 다리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그것도 아주 많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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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찌르는 시!. 

이 작은 글 하나를 오래동안 만진다

 

최근들어 나도 작가처럼 그랬다.

누군가가 "어디 아프냐?" 고  물으면 늘 괜찮다고 대답했다.

나 뿐만이 아니고 아내도 그랬고 어머니도 늘 그랬었다.

누가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난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아니 그 틈새를 보여주어서는 아니 된다고만 믿고 살았다. 

 

작가가 느낀 것 처럼

"아니라"는  말 속에  그 사이에  아픔이 끼어 있었나 보다.

 

엊그제는 약은 먹었느냐는 말에

앞으론 정들게 그런 걸 물어보지 말라는 답으로 되들었다.

심장이 바늘로 콕콕 찌른듯이 아팠다.

한동안 멍하니 소파에서 전화기를 들고서 멍하니 그렇게 있었다.

오늘은 밥맛은 있는가 보네라는 말에 난 애써 설명을 했다.

그 설명이 맞는데도 난 구차해졌다.

앞으로도 나는 어쩜 이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할것 같아서 

구차스러움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서고 보이지 않는 두려움만 남았다. .

말과 말 사이가 아퍼서 벙어리가 된 내게
그나마 남아있는 말까지도 꼭꼭 숨을까 봐서 

 

작가의 고백과 두려움은 그대로 나의 고백과 두려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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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가 결코 될수는 없다.

잠시 내 마음이 적혀있어서 옮겨오기는 했지만...

갑자기 문태준의 시 "가재미"가 떠오른다.

나도 가자미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야 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제 한낮의 전화를 걸고 나서 성급히 끊었다..

목이 감기고 쏟아지듯 그렇게 눈물이 났다.

옆 사무실 동료가 오는 걸 기다리는 중이어서 눈물을 급하게 훔쳤다.

그리곤 하하하 하고서 억지로 웃었다.

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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