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곳 천진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장대비가 내렸습니다.

그 빗속에는 우박이 듬성 듬성 섞여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많은 비기 내리자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이번 812 천진 폭발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라고"

되돌아 보면 한국에 있을 때에도 유난히 슬픈 일들이 많을 때에는 비가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마 평소와 다름없이 내리는 비임에도 위로 받고 위로해 주고 싶은 서민들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곳 천진의 일년 강수량은 많아야 600 mm 수준이어서 비가 적게 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내리는 것도 드문 일이기에 그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비가 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시절마다, 비가 내릴 때의 각자의 마음의 색깔에 따라

마치 색안경을 끼고서 보는 것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옛 선인들은 비소리에 빗대어 시를 많이 지었고

또 시인들이나 가수들도 비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부르곤 합니다.

어찌 되었던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 빗소리에 취하는 날은 행복한 날일 것입니다.

마음이 성을 내거나 마음에 근심이 놓인 날은 비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제게 인상 깊은 빗소리는 온가족이 청학동에 들렸을 때

단군을 모시는 삼성궁 처마 밑에서 비를 파하려 토방에서 처마로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를 하염없이 바라다 볼 때와 

언젠가 대학 시절 무등산에 홀로 오르다가 저멀리서

내게로 후두둑 후두둑 소리와 함께 점점 다가오는 소낙비와 함께 들리던 빗소리가

아직도 기억에는 늘 새롭기만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몇 가지 기억이 새롭지만...

아마 그 시절이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고 여운이 남았던것 같습니다.

 

 

               <얼마전 광화문 근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 연합통신 발췌>

 

 

 

비가 오면

 

                             이상희

 

비가 오면

온몸을 흔드는 나무가 있고

아, 아, 소리치는 나무가 있고

 

이파리마다 빗방울을 퉁기는 나무가 있고

다른 나무가 퉁긴 빗방울에

비로소 젖는 나무가 있고

 

비가 오면

매처럼 맞는 나무가 있고

죄를 씻는 나무가 있고

 

그저 우산으로 가리고 마는

사람이 있고

 

 

시인 이상희 :  1960년 부산 출생. 1987년 [중앙일보]로 데뷔.

시집으로는 [잘가라 내 청춘], [벼락무늬'등이 있다.
 + 2001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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