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을에 대한 시 몇개를 정리하다가

그냥 옮겨 놓고 비공개로 놔두었다가

이제 마음이 변해 공개로 바꿔 놓습니다. 

그런데 맨아래 정호승의 시 미안하다는 왜 가을일까?

아마 산이 주는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서 내가 옮겨놓았나 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다:라는 대목에 홀려서 ..

 

 

실소(失笑) / 홍윤숙

 

한평생 걸려서
수수께끼 하나 풀었습니다

"먹을수록 배고프고 허기진 것
나이 먹는 것"

 


 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 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군다 

 


해바라기 / 서우승


당신 하나로 하여 아직도 낮입니다.

깜박하면 놓칠세라 졸지조차 못합니다.

눈 뜬 채

당신 쫓는 꿈

단잠보다 깊습니다

 

 


 가을의 시 /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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