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0. 00:25 차한잔 나누면서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이면우
<기도.. 구로다 세이키作>
아래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도 좋지만 시는 더 좋습니다.
일단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느끼는 감동은 소설보다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현대인 병의 하나인 "빨리 빨리"에 익숙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전에 "세족식"에 대한 내용으로 본 블러그 (티스토리)에 느낌을 적은 바 있는데
발을 씻긴다는 것은 자신을 낮은 자리로 내려놓고서 겸손을 실천하는거라 했습니다.
천주교(카톨릭)로 개종하기 전에도 카톨릭 신자들의 신앙과 생활을 보면서
자신을 위한 기복신앙이 아니라 남을 위하는 보편지향기도가 참 좋았고 지금도 좋습니다.
게다가 매 미사 때 마다 "제탓이오, 제탓이오, 제 큰 탓이옵니다. "라고 자복 회개하는 기도도...
평소에 지은 죄가 많아서 더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지난 편지 글에서 아들 녀석의 기도 제목 세가지를 읽고서
(아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세 가지 기도 모두가 순수히 남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저도 제아들 녀석의 기도가 응답 받도록 그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 시의 느낌에서 오는 기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저녁입니다.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면우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 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 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 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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