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의 제목만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가 쉽지 않지만 그나마 한자로 적어놓으면 이해가 된다. 내가 한자세대이자 중국에서 살다온 덕택이리라. 하지만 이 화양연화는 그나마 쉬운제목이 아닐까?

오늘의 주제는 위 화양연화를 주제로 삼은  영화 "화양연화"로 2000년 10월 개봉한 중국 왕가위 감독의 홍콩 영화 이다.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영화 '화양연화'는 같은 날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두 남녀가 각자의 배우자가 외도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함께 사랑에 빠지지만 고뇌하다가 결국은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2000년 제53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기술대상을 수상했다.

1962년 홍콩. 상하이에서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좁은 아파트.
 
영화의 시작은 아파트 좁은 계단과 복도처럼 다소 어둡게 시작된다.  이 어둠은 마치 불륜을 내재화하듯 그렇게 내내 지속되고 있는데 다만 잘잡은 구도와 조명의 극치로 그나마 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완화시켜주는 것 같다.

리첸(장만옥)은 손 부인의 집에 방을 얻는다. 아파트라고 하지만 부엌과 휴게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홍콩이나 상하이의 예전 모습이랄까?  리첸은 계약을 마치고 손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가는 길에 문 앞에서 그 보다 한발 늦게 방을 구하러 온 차우(양조위)와 살짝 스치운다.

아마 이 우연한 스침은 인연의 시작이자 끝내 서로 비켜가는 사랑을 복선으로 깔아 놓은 건 아닐까?

차우는 손 부인의 집에 방을 얻지 못하지만 손 부인의 소개로 바로 옆집인 구씨의 집에 방을 얻는다. 
리첸과 차우는 같은 날 이사를 하게 된다. 집이 바로 이웃한 까닭에 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두 집의 물건을 서로 바꿔어 놓기도 한다. 아마 이러한 뒤바뀜과 섞임도 복선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보인다.
리첸은 차우에게 잘못 옮겨진 신발을 전해주면서, 차우는 리첸에게 잘못 옮겨진 책을 전해주면서 이웃간의 인사를 대신한다. 

리첸의 남편은 출장이 잦고, 차우의 아내 역시 야근이 잦다. 리첸은 늘 시장에서 국수를 사다 먹고 차우는 늘 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 가로등 아래 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리첸과 차우는 늘상 마주친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차우는 오늘도 야근을 한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차우가 아내의 회사를 찾았을 때 그의 아내는 이미 퇴근하고 회사에 없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리첸은 젊은 애인이 있는 사장의 사적인 일을 꼼꼼이 챙긴다. 사장은 리첸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사장 부인의 생일날 리첸은 이른 시간에 일을 마치지만 남편에게는 일 때문에 늦겠다고 전화를 한다. 집에 돌아온 리첸은 차우의 방문을 노크한다. 차우의 아내가 나오자 리첸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한다. 차우의 아내는 몸이 좋지않다는 핑계로 리첸을 돌려 보낸다. 문을 닫으며 차우의 아내는 방 안에 있는 상대에게 말한다.

"당신 부인이에요." 
나중에야 이 말이 이해되었다.

어느 날 퇴근 후 서로의 집 앞에서 마주치게 된 리첸과 차우는 서로의 남편과 부인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리첸은 남편의 오랜 출장으로, 차우는 처가에 일이 생겼다고 답한다. 다시 며칠 후 레스토랑에 마주 앉게 된 리첸과 차우는 서로에게 개인적으로 물을 게 있다고 한다. 차우는 리첸의 핸드백에 대해, 리첸은 차우의 넥타이에 대해 묻는다. 공교롭게도 리첸의 핸드백은 차우의 아내의 것과 차우의 넥타이는 리첸의 남편의 것과 같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리첸과 차우는 둘이 어떻게 시작됐을까? 궁금해하며 그 상황을 연기해 본다.
당연하겠지만 연기를 마친 리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다시 전에 만난 레스토랑에서 만나 리첸과 차우는 식사를 하며 둘의 데이트를 상상해 본다. 
어느 날 저녁 왕마(손부인의 집안일을 돕는 노파)가 리첸에게 편지를 전해준다. 그러나 그 편지는 그의 아내로 부터 차우에게 온 것이었다. 리첸의 남편이 출장을 간 곳과 같은 일본에서 보내 온... .
차우에게 편지를 건네 준 리첸은 차우의 아내가 언제 돌아온다고 적혀있는지 묻고, 그런 내용은 적히지 않았다는 차우의 말에 리첸은 둘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
그리고 리첸과 차우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붉은 휘장이 쳐져있는 호텔의 복도에서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오리지널판에서는 리첸이 옷을 벗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둘이 함께 집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며 집과 떨어진 곳에서 차우가 먼저 택시에서 내린다. 아마 요즘 영화같았으면....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차우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문다. 
다음날 차우를 찾아온 팽(차우의 동료)을 통해 리첸은 차우가 아프며 참깨죽을 먹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리첸은 참깨죽을 끓인다. 다음날 퇴근길에 리첸을 만난 차우는 어제는 참깨죽이 몹시도 먹고 싶었었는데 무척 고마웠다고 인사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온다는 리첸의 말에 영화 볼 시간을 내기도 힘들게 된 결혼 생활에 대해 푸념을 하고 말 끝에 자신이 청탁받은 무협 소설을 함께 구상하자는 제안을 한다. 
차우의 방 안에서 밤늦도록 무협소설을 구상하던 리첸과 차우는 술에 취해 마작을 하겠다며 갑자기 들이닥친 손 부인과 그의 친구들이 휴게실을 점령한 까닭에 다음 날까지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게 된다. 회사도 가지 못하고 차우가 사온 국수로 요기를 하며 하루를 지낸 리첸은 간신히 차우의 방을 빠져 나오지만 그만 자신이 신었던 슬리퍼를 벗어두고 온다. 
다음 날 차우는 리첸에게 무협소설 쓰는 것을 도와준 대가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방을 하나 구했으니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함께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첸은 차우가 마련한 방, 호텔에 가기를 망설인다. 어느 날 차우의 회사에 전화를 건 리첸은 차우가 결근한 것을 알고 걱정한다. 그러던 중 와 줄 수 있겠느냐는 차우의 전화를 받는다. 리첸은 망설임 끝에 차우의 방을 노크한다. 차우를 만나고 돌아가려는 리첸에게 차우는 안올줄 알았다고 말한다.
리첸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한다. "우리는 그들하고 다르니까요." 
아마 이 말이 서로를 원하면서 일정한 선을 넘지않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 후 리첸과 차우는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자유롭게 소설을 구상하고 노래도 부르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함께 식사를 하며 리첸이 남편에게 애인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연습한다. 먼저 리첸이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느냐 묻고 남편이 그렇다고 하면 그 다음 자신의 태도를 연습해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던 리첸은 결국 남편의 대역인 차우가 몇 차례 계속 애인이 있다고 수긍하자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차우를 만나느라 자주 늦어진 리첸은 손 부인에게 훈계를 듣는다. 다음날 차우가 올 수 있느냐고 전화를 하자 리첸은 안 된다고 한다. 차우에게 가지 않는 대신 리첸은 이웃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미소를 지으며 마작을 구경한다. 그러나 홀로 창 밖을 바라보면서는 이내 시선이 텅 비어있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기분 좋게 웃는 차우의 표정 또한 동료들을 등지고서는 굳어진다. 
회사에 출근한 리첸은 사장으로 부터 차우의 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듣는다. 퇴근 후 길에서 만나게 된 리첸과 차우. 차우는 리첸에게 싱가폴로 떠난다고 말한다.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 때문인 줄 안 리첸은 우리만 결백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차우는 처음엔 자기도 그런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리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우는 리첸에게 이별 연습을 제안한다. 이별 연습 끝에 리첸은 차우의 어깨에 기대 소리내어 운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리첸은 차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오늘은 안들어가겠다고 말한다. 차우는 리첸의 손을 잡는다. 
라디오에서 <화양연화>라는 노래가 흐른다. 리첸의 생일을 축하하며 일본에 출장가 있는 남편이 신청한 곡이라는 소개가 있다. 리첸은 자신의 방에서 찻잔을 들고 앉아있다. 벽을 지나 차우는 자신의 방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 
싱가폴로 떠나는 날 차우는 리첸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나 리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차우는 상대도 없는 수화기에 대고 말한다. "나요,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함께 가겠소?" 차우의 호텔을 찾은 리첸은 그가 이미 떠난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속으로만 "나예요.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 건가요?" 

- 1963년 싱가폴 - 
차우는 싱가폴의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주인인 듯한 사내에게 누가 왔었느나며 묻지만 답을 듣지 못한다. 그러다 차우는 재떨이에서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를 발견한다. 
팽과 함께 식당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차우가 말한다. "옛날에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고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리첸이 싱가폴 차우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리첸은 테이블 위에 놓인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의자에 앉다가 문득 침대 밑에 놓인 슬리퍼를 발견하게 되었다. 리첸은 슬리퍼를 들었다. 
리첸은 차우의 회사에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차우가 전화를 받자 말없이 전화를 내려 놓는다. 

- 1966년 홍콩 - 
리첸이 손 부인의 집을 찾았다. 미국의 딸에게로 가는 손부인에게 항공 티켓을 전하고 인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리첸은 옆집에 지금은 누가 사는지 묻는다. 손 부인은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며 예전에 구씨가 살았을 때가 참 좋지 않았었냐고 묻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요"하고 대답하는 리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리첸은 손 부인의 집에 다시 세를 들기로 한다. 
어느 날 차우는 구씨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주인은 새로 바뀌어 있었고 구씨의 연락처도 알아내지 못한다. 차우는 옆집에 지금은 누가 사느냐는 묻는다. 새 주인은 젊은 여자가 어린 아들 하나와 함께 사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 집을 나서며 차우는 옆집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 그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 

리첸은 아들을 데리고 외출 준비를 한다. 

- 1966년 캄보디아 - 
캄보디아 포첸통 공항에 내린 드골 장군의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앙코르와트를 찾은 차우는 벽에 뚫린 구멍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인다.
어린 승려의 뒷모습은 무슨 의미일까?
 차우는 사원을 나서고 진흙으로 봉해진 벽이 보인다. 진흙에는 풀이 자라있다. 
풀의 의미는 무얼까?


- 그는 지나간 날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 
Posted by 다향(한글사랑)의 티스토리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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