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2. 00:23 차한잔 나누면서
이름 모를 꽃들이 전하는 말
며칠동안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새벽에 나서서 자정근방에 집에들어와 씻고 자고 습관처럼 일어나고 ...
하루 종일 현장에서 씨름하고 ....
오늘은 잠시 짬을 내어 제 티스토리에 있는 일주일 전의 글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제게도 이런 여유가 있었구나 하면서 다시 그 때 그 순간 그 마음으로 되돌아 가보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읽어 보면서 그 여유 속으로 함께 빠져 들어가는 것입니다.
내일 모레 똑같은 일상이 되겟지만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근한 후 일과 준비를 마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정해진 시간에 공장을 한바퀴 순찰하는데 한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업무입니다.
안전이라는게 열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끝이니까요
순찰하면서 어디 새는 곳은 없는가?. 불합리한 곳은 없는가? 등등
안전 생산에 관련된 사항을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순찰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제가 일차로 공정을 잘 알아야하고
더불어 설비 또는 시스템 안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런 이런 ,,,,,
오늘의 주제는 이게 아닙니다.
오늘 공장을 살피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름모를 꽃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요즘 비도 많이 오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의 영향으로
시기가 시기인지라 공장 곳곳에 하루 사이에도 잡초의 키가 다르게 자랍니다.
공정지역 내에 있으면 이 잡초들은 당연히 눈에 거슬리게 보이는데
아마 이런 생각들은 한국 사람이 갖는 공통적 특징이 아닐까? 하는데
제가 과거 가 본 일본이나 미국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공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요 공정 지역외에는 생각보다 현장에 잡초가 많았습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설비나 안전에 지장이 없으면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잡초가 많으면 그만큼 현장 관리가 안되고 있거나 느슨하게 관리한다는
선입견의 징표로 평가하는 우리네 속성상 현장의 잡초를 보면 어느 날은 눈에 거슬리는 잡초는 직접 뽑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TANK AREA Dike (탱크에서 유독물이 넘치거나 새더라도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법에서 정하는 기준으로 토양오몀과 2차 오염을 방지하고자 담을 쌓음) 에 가니 연보라색 꽃들이 활짝 피어 마치 야생화 군락지로 아름다운 꽃밭이 하나 놓인듯 별천지에 왓는 착각에 빠질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한순간 이러한 꽃밭을 보면서 좀 외설스럽기는 했지만 영화 "체터리 부인의 사랑" 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여배우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눈앞에 펼쳐진 이름모를 꽃밭 (제 기억으로는 히아신스 같은데)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 이 꽃들도 집안의 정원에서 피었다면 제법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꽃들이 되었을 것인데 하필이면 삭막한 공장내 그것도 공정지역에 있으니 뽑혀져야 하는 숙명을 지닌 꽃들이 되었습니다.
이런 꽃들도 있어야 할 시기와 장소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사람의 움명과도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몇 줌을 뽑던 동작을 멈추고서 다시 그 꽃들을 한참동안 바라다 보았습니다. 마치 그 꽃들이 제게 무언가 얘기를 하는듯한 착각에 빠져서 그렇게 ... ... .
간혹가다가 산에 오를 때면 두 팔을 활짝 벌려 바람을 안으면서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곤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연을 한번 둘러보는 여유를 부리기도 할 나이가 되었으니
더군다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보다도 더 쉽게 눈에 밟히는 꽃들이 전하는 말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어쩌면 그 꽃들을 빙자해서 제 마음이 제게 전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신동엽 시인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가 하는가?" 라는 시를 연상하듯
날씨 좋은 날은 파란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요즘 천진도 한국의 하늘처럼 파랄 때가 제법 여러날 됩니다.) 파란 하늘에 잠겨 불드는 내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 바람이 꽃들이 하늘이 제게 말을 건네는 날들은
꼭 내 자신이 조용히 침묵할 때에만 들려지니 말입니다.
평소에도 내게 긴 말을 전해왔을 터인데....
그날 제게 전해왔던 말들이 새롭습니다.
당연히 그 전하는 말은 비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