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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1 (가을시) 가을을 느끼게 하는 가을 시

 

 

 

가을의 길목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을은 여름을 배웅하는 가을비 소리에 실려 오는데

이 곳도 올해는 제법 그럴싸하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여릉을 식히는 소나기와 달리 가을을 재촉하는 비는

추적추적 온종일 그렇게 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이 가을 비가 충분해야 가을 단풍이 제대로 물든답니다.

만일 비가 적으면 여름내 그을린 나뭇잎들이 제옷을 입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연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게 없습니다.

다 제몫이 있는 것이지요.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아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시 한편이 그래도 좋습니다.

 

시 몇편 읽어 보겠습니다.

아래 검정색 글은 제가 제 느낌 나는대로 적어 보았씁니다.

 

 

 

오 ―― 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강진읍내 영랑 생가에 들리면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놓여 있고

전라도 사람들이 기분 좋을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오메"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이시는

늘 나를 새색씨같은 정감으로 나를 설레이게 만들어줍니다. 

 

    

모과차 / 박용래

 

앞산에 가을비
뒷산에 가을비
낯이선 마을에 가을 빗소리
이렇다 할일없고
기인밤
모과차 마시며
가을빗소리

 

가을이 차 마시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합니다.

몸은 아직 뜨거운 여름을 기억하는데 마음은 선선한 가을이니

이런 날 마음을 덮히는 차야 말로 가을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마음에 드는 친구나 연인하고 함께 마주 앉아 마시는 차....

그윽한 모과향은 더욱 그윽함이 있겠지요.

 

  

낙엽소리 / 이생진
 
이거야
가을의 꽃이불
바로 이거야
나를 그 위에 눕게 하고
누워서 백운대 넘어가는
구름을 보며
이거야 바로 이거
나는 하루종일 아이가 되어
뒹글뒹글 놀다가
어미가 그리우면
아이처럼 울고
이거야 이거

 

 난 이생진 시인은 늘상 바다와 산만 좋아하는 지 알았는데

 이렇게 가을을 가을답게 노래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가 되어 어미가 그리우면 아이처럼 울고 이거야 이거"라는 대목에.

그냥 요즘 말로 "Feel"이 꽂힌다고 할까요.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어렸을 때 누군가의 시에서 파란 하늘을 콕 찌르면 온통 쪽빛 물이 들거라는 시를 보고서

참 맛갈나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도 파란 하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을 단풍도 그렇겠지요. 그래서 가을 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름내 살지운 것을 아낌없이 버리는 .. 그래서 겨울을 나고 새로운 봄을 준비하듯이...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낙엽에게 물어보면 무슨 답이 나올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내가 제대로 질문을 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것인데

도통 그런 재주가 제게는 없으니 바라는 답 얻기는 벌써 틀렸지만

그래도 질문도 없이 답을 아는 경우가 바로 가을비와 가을 단풍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리 느꼈으니까.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아래 글에 이 시를 얹어 놓았었습니다.

시라는게 주구장창 길어야 시는 아닙니다.

할말이 많다는 것은 생각이 많다는 것이고

그 생각이 많다는 것은 아직 정리가 안되었다는 의미알 수도 있으니

이렇게 간결한 시야말로 모든게 녹아있는 시같습니다.

시같지 않은 시로 귀만 간질이는 그런 시들 보다는 몇배 천배 나아서...

저도 이렇게 잠들고 싶은 날입니다.

 

저는 이 가을이 되면 김현승 시인이 많이 생각납니다.

제 글에도 그분과 마종기 시인에 대한 언급이 많지만

그분의 시는 웬지 강ㄹ에 어울리다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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