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나무 끝으로 가는 달팽이

 

어느 쌀쌀한 봄날이었습니다.

달팽이 한 마리가 체리나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나뭇가지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꿈틀꿈틀, 느린 걸음이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올라갔습니다.

 

이마에선 땀이 나고 온몸에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달팽이는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새 한 마리가 깔깔거리며 달팽이를 비웃었습니다.

달팽이 눈앞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이렇게 약올렸지요.

 

"이 바보 같은 달팽이야.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그렇게 가다간 몇 달쯤 걸려야 겨우 꼭대기에 오를 수 있을걸."

 

새는 달팽이가 그만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달팽이는 못 들은 척하고 앞으로 나아갔어요.

"지금은 나무에 올라가봤자 열매도 없어!"

 

그러자 묵묵히 오르던 달팽이가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올라가는 거야?"

 

달팽이는 새를 돌아보며 힘주어 대답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 즈음에는 틀림없이 열매가 열릴테니까."

 

그러자 새는 달팽이의 굳은 의지에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우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꿈을 포기하고 목표를 접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은 자신이 영어 공부를

그만두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 사람들처럼 완벽하게 되지 않아요.

답답해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누군가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다며 미련 없이 그만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은 아마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빨리빨리 끝장을 봐야 한다는 정서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지금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조급해하며 포기할 궁리부터 하지요.

그리고 또 다른 일에 덤벼듭니다. 그러나 어차피 결과는 똑같습니다.

버스를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비행기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여행을 포기하고 말지요.

 

그래서 성급한 마음을 달랠지는 모르지만,

체리나무에 열린 새콤달콤한 열매는 결코 맛볼 수 없습니다.

 

달팽이의 마음처럼,

우리는 긴 시간을 보내며 향기롭게

숙성되는 기다림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있어도 목표는 한 발짝씩 걸어가야

도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체리나무에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다른 나무를 기웃거리지도 마십시오.

 

느려도 좋으니 체리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보세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습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 싱그러운 체리가 여물고 있을 테니까요.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천천히 천천히,

사람들의 비웃음을 들을지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그토록 도달하고 싶었던 내 꿈의 정상에.

 

- 가져온 글-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블로그 이미지
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한글사랑(다향)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