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지우를 아주 오래전에 광주 충장로에서 만났다.

아니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나를 모르면서 내민 손이다.

그 후로도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것 아니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손 한번 서로 잡아주는 그렇게 스치우듯 만났다.

그의 시를 몇개 띄엄띠임 읽다가 산 시집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오늘은 아내랑 딸아이가 오빠 군 면회를 가느라 부산에 갔다.

어제 아내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부산에서 하루 머물 곳을 찾는다 했다.

엊그제까지는 면회가 불확실하다 했는데 하루 외박이 가능해져서

함께 갈 곳과 머무를 곳을 ...

이 시의 말미처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 셈이다.

이 곳은 하루 종일 스모그다.

천진 사람들은 무덤덤한데 맑은 공기 하늘아래 살다온 우리는 민감하다.

오랜만의 만남이 그리움을 녹여내는 시간이길 기대하고

간혹 전해지는 사진도 기다려 본다.

 

          <131124>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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