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6. 11:18 차한잔 나누면서
술 한잔이 생각나서 (정호승 시인의 "술 한잔"과 함께)
중국에 와서 난감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 하고서)
혼자 생활하지만 업무상 회식을 하거나 동료랑 어울려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대부분 식사는 집에서 직접 준비해 먹게 됩니다.
저는 국물이 있는 국을 좋아하기에 (그렇지만 국물보다는 건데기 위주로) 매 끼 마다
국을 준비합니다. 손쉬운 된장국, 콩나물국, 미역국, 김치국 그리고.....
언제부턴가 전화로 딸 아이는 칭찬 겸 농담으로 "세프"기 다 되었다고 놀리기도 합니다. 저야 농담으로 듣지만 딸 아이의 마음은 안스러움 반 그리고 칭찬반 이겠지요.
중국에서 난감한 것중의 하나가 중국식당은 혼자나 둘이서 시킬만한게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영업사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고객 방문해서 식사 약속을 하면 기본으로 한테이블 (여덟명 이상)을 채우는데 자신들의 지인을 초대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럴 경우 예의에 어굿난다고 생각하고 가자고 해도 거절하지만 여기에서는 거리낌없이 당연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실제 식사 주문을 할 경우 여덜병 정도가 되어야 주문 가짓수 구색을 맞출 수 았기에 이해가 됩니다.
어제는 늦게 퇴근하다가 저녁 식사 전이어서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한국 식당인 해장국 집엘 들렸습니다. 식사를 주문해 놓고 술 생각이 나서 단지내 동료 한사람에게 전화를 했는데 마침 집이기는 하였지만 .... 반응이 미지근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마시기는 처량해서(?)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술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정말 반주삼아 마시는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술에 대한 두가지 금기가 있습니다. 금기라 하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 두가지는 "혼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와 " 내게 안좋은 일이 있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입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켜져 온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몇 가지 약술과 건강술(?)을 담그었다가 한잔도 못마시고 결국 중국에 들어올 때 지인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왔답니다.
식사 도중 내내 누군가가 그런 전화를 했으면 저라면 늦게라도 나섰거나 아니면 전화로 무슨 일 있느냐고 다시 묻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설 것 같아서 "혹시나" 문을 열고 들어올까 하고 기다렸지만..... 그것은 제 생각이었습니다.
식사하는 도중 여러가지 생각들이 웬지 모를 처량함과 자책감이 스치면서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되돌아 보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그렇게 하루는 저물었습니다.
의미는 달라도 정호승 시인의 "술 한잔"이라는 시를 옮겨 봅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 "서울의 예수"를 오래 전 샀던 기억으로
<131116>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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